진동섭 한국진로진학정보원 이사

▲ 진동섭 이사

한국대학신문은 지난 4월부터 4차 산업혁명 시대의 고등직업교육 정책 제언 시리즈를 연재하고 마지막회로 좌담회를 가졌다. 이 좌담회는 고등직업교육기관의 역할을 다하기 위해 대학이 어떻게 변해야 할 것인가, 무엇을 대비해야 할 것인가를 주로 다뤘다. 이를 바탕으로 대학에 진학할 학생들은 어떤 정보를 가지고 준비해야 할 것이고, 전문대학은 무엇을 준비해야 할 것인지를 생각해봤다.

우선 전문대학에 대해 학생들은 어떤 정보를 가질 것인가? 미래의 직업세계는 4차 산업혁명으로의 이동에 따라 크게 변할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그런데 4차 산업혁명에 대비한 인력 양성은 주로 석・박사 수준의 고급 인력을 중심으로 이뤄지고 있기 때문에 전문대와는 거리가 멀 수도 있다. 그래서 전문대에서는 미래가 요구하는 핵심 역량을 길러 직업인으로 성장하도록 교육하기 위해 교육과정을 개선해 나가고 있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학생들은 진학하려는 학교가 어떤 역량을 제공해줄 수 있는지를 대학 홈페이지나 홍보물을 통해 알아보고 대응해야 할 것이다.

한편 전문대에서 배울 수 있는 분야가 사회에 진출했을 때 의미 있는 분야인지, 시기에 맞는 교육을 받을 수 있는 분야인지도 고려해야 할 부분이다. 완전 자율 주행차가 운행되는 시기는 아직도 요원할 것이므로 완전 자율 주행차를 염두에 둔 교육보다는 자동화 설비 보전 인력을 양성하는 곳이 더 입직에 유리할 수 있다는 것이다. 다시 말하면 좀 시기에 뒤떨어진 듯한 분야가 오히려 시기에 맞는 분야일 수도 있다.
또 공학 분야를 제외하고는 많은 전공이 4차 산업혁명의 영향을 받지 않는다는 것이다. 아동보육의 경우를 보면 유아의 숫자가 줄어든다는 것이 큰 변수이지만 4차 산업혁명의 영향은 큰 변수가 아니라고 한다. 유발 하라리도 《호모데우스》 서문에서 인공지능으로 개발하지 않을 직업으로 고고학자를 들었는데 이는 고도의 전문성을 요구하는 직업이지만 인공지능으로 개발해봐야 이익이 남지 않기 때문이라고 썼다. 이처럼 전문대학의 전공 중 많은 분야는 사람의 손으로 전문성을 살려 명품 제품과 명품 서비스를 생산・제공하는 일이기 때문에 공학 분야 이외의 절반이 넘는 전공에서 전문성을 기르는 것도 의미 있게 미래를 대비하는 길이다. 예컨대 초밥 만드는 인공지능이 사람보다 더 초밥을 잘 만드는 시대가 왔지만, 좀 더 비싼 값을 주고 초밥 장인이 만든 사람 냄새가 나는 초밥을 사람들은 원한다. 그래서 사람의 손과 기능은 여전히 가치를 더할 것이다. 물론 이 경우도 세상의 변화를 거부하기는 어려우므로 ICT 활용 능력을 기른다든지, 창의력과 융합력을 기를 수 있는 인문학적 소양을 기른다든지 하는 것은 소홀히 하지 않아야 한다.

한편, 2015 개정 교육과정을 배워오는 학생을 선발하기 위해 전문대학은 어떤 준비를 할 것인가? 2015 개정 교육과정은 현행 2009 개정 교육과정에 비해 몇 가지 특징을 가지고 있다. 하나는 학생이 스스로 선택하는 교육과정이라는 것이다. 현행 2009 개정 교육과정은 진로집중과정을 중시해 인문과정, 사회과정, 이공과정, 의・약학과정 등 과정을 세분화해 과정별로 진로에 맞는 과목을 배울 수 있게 했다. 그러나 현실에서는 인문・사회과정, 이공과정 등 전통적인 문・이과 구분 교육과정을 유지하고 있다. 2015 개정 교육과정을 이수한 학생들도 특별히 다를 게 없을 수도 있다. 교육과정 문서에서는 진로에 적합한 과목을 이수하기를 권장하고 있지만 상대평가로 성적이 제공되고 있는 현실은 학생의 과목 선택을 방해해서 실제로 진로에 맞는 과목을 이수하기는 어려울 수도 있다. 이 지점에서 전문대가 나서서 학생을 선발할 때 진로에 적합한 과목을 이수한 학생을 우대하겠다는 의지를 보인다면 학생이 진로에 맞는 과목을 고교 시절에 공부하는 학교 교육과정으로 운영하는 데 도움이 된다.

2015 개정 교육과정의 특징 중 또 하나는 ‘역량’을 기르는 교육에 초점을 두고 있다는 점이다. 이전 교육과정에서는 추구하는 인간상만을 제시했는데, 개정 교육과정은 추구하는 인간상을 구현하기 위한 6대 역량을 제시하고 있는 것이 특징이다.


6대 역량을 길러주기 위한 방안의 하나로 학생이 참여하는 수업 중심으로 교실이 변할 것을 주문하고 있으며, 학생부종합전형의 확대를 동력으로 삼아 교실은 빠르게 변하고 있다. 또 중학교 자유학기제는 학생이 참여하는 수업에 익숙해지게 하는 시작점이 되고 있다. 그래서 중학교 자유학기제에서부터 학생들은 수업에 참여해 스스로 탐구하는 공부를 하기 시작하며, 고등학교에서도 이런 방식의 학습이 이어지게 되고, 나아가 전문대학에서의 교육도 학생이 직접 교육에 참여하는 교육으로 이뤄지는 연속성을 갖게 된다. 이렇게 보면 현재 전문대에서는 학생부교과전형이 대부분을 차지하는 전형 방식을 가지고 있는데, 이를 유지한다 하더라도 어떻게 하면 수업에 잘 참여해서 역량을 기른 학생을 선발할 수 있을지 연구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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