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가지 추진전략 통해 ‘핵심·융합·공유·글로벌’ 미래 가치 실현

어려움 속 취업률 해마다 상승…성공적인 멘토링·취업프로그램 운영
“여성 총장의 책임감 느껴…여성 인재 사회 진출의 발판 되겠다”

▲ 강정애 숙명여대 총장. (사진= 한명섭 기자)

[한국대학신문 이지희 기자] 임기의 반환점을 앞두고 숙명여대는 2개의 높은 산을 넘었다. 모든 대학들이 마음 졸였던 2주기 대학 기본역량 진단평가에서는 좋은 성적표를 받아들었고, 한국자산관리공사와 지난한 씨름을 벌이던 캠퍼스 부지 소송에서도 최근 최종 승소 판결을 받았다.

그래서일까. 취재진을 맞이하는 강정애 숙명여대 총장의 표정은 한껏 밝은 모습이었다. 임기 초 선언한 ‘르네상스 숙명’의 계획도 차질 없이 진행하겠다는 결의가 느껴졌다. 숙명여대의 역사적 정통성을 확인받은 강정애 총장은 앞으로 미래지향적 교육환경 구축에 더욱 매진하겠다는 각오를 다시 한 번 다졌다.

캠퍼스 전경이 한눈에 내려다보이는 집무실에서 ‘르네상스 숙명’의 청사진을 그리고 있는 강 총장을 만났다.

- 임기의 반이 다 돼간다. 현재까지의 소회는.
“일곱 번째 모교 출신 총장으로 지난 2년간 어떻게 하면 모교가 더 발전할 수 있을지를 고민해왔다. 학생이나 교수였을 때도 항상 고마운 마음을 가졌지만 총장이 되고 보니 숙명여대가 쌓아온 유구한 역사와 힘을 깨닫게 됐다. 지금까지 그랬던 것처럼 하얀 도화지에 새로 그림을 그리는 화가가 아니라 숙명이 쌓아온 모든 것을 이어가는 릴레이주자라고 생각한다. 임기 반환점이라고 해서 그 역할이 달라지는 건 없다.”

- 취임 당시 선언했던 ‘르네상스 숙명’에 대해 어떤 로드맵을 가지고 있나.
“르네상스 숙명은 쉽게 말해 숙명여대의 르네상스를 구현하겠다는 뜻이다. 교육을 통해 국가와 민족의 미래를 밝히겠다는 숙명여대의 창학 이념과 위상을 공고히 하고, 다가올 4차 산업혁명 시대를 주도해 나가겠다는 두 가지 의미가 있다. 이를 위해 ‘미래 가치를 품은 글로벌 숙명’이란 비전을 발표하고 핵심·융합·공유·글로벌이라는 미래 가치를 설정했다.”

- 이를 실현하기 위한 전략이 있다면.
“각각의 가치를 실현하기 위해 6가지 분야의 추진전략을 세웠다. 구체적으로는 △실용성 중심교육 △임팩트 있는 연구 △스마트 캠퍼스 △자원창출·흑자전환 △지역사회의 싱크탱크 △개방성과 포용성이다. 총 22개 중점 분야와 55개 세부과제 계획을 수립하고, 2020년까지 목표를 달성할 계획이다.”

- 르네상스 숙명을 통해 제시한 비전과 관련해 현재까지 이룬 성과들이 있나.
“취임 당시부터 직면했던 큰 과제들이 있다. 전임 총장 시절 선정된 프라임사업을 계승해 성공적으로 안착시켜야 했고, 2주기 대학 구조개혁 평가에 대한 철저한 대비, 그리고 대법원에 계류 중이던 학교 부지 변상금 부과 취소 소송 등이 그 과제였다. 프라임사업의 경우 산업체 수요를 반영한 교육지원 체계를 마련해 산학협력의 네트워크를 구축하고, 총 32개의 산학협의체를 구성했다. 또 공학기초교육센터 주관으로 공대생과 공학을 복수·부전공하는 학생을 대상으로 WINE, WIC, 공대생 챌린지 프로그램 등 4차 산업혁명 시대에 부합하는 다양한 비교과 교육을 시작해 우수사례로 꼽히기도 했다. 2주기 대학 구조개혁 평가도 통과됐고, 한국자산관리공사와의 학교 부지 변상 소송도 잘 마무리 됐다. 그 밖에 지역사회와의 다양한 협력이 이뤄진 것도 큰 성과다. 숙명여대는 용산구 내 유일한 종합대학으로서 관내 여러 기관과 협력하고 있다. 앞으로도 대학의 창의적 자산을 실용화할 수 있는 여러 방식의 산학협력을 추진하려고 한다.”

- 방금 언급했듯이 2주기 대학평가 결과가 발표됐다. 이번 평가에 대한 생각은 어떤가.
“상대평가를 전제로 과다한 경쟁을 유발하는 지원사업은 지양됐으면 하는 바람이다. 대학으로서는 각종 재정지원사업 선정을 위해 엄청난 노력을 하는데 그 과정에서 대학의 다양성이 훼손된다. 물론 경쟁력을 갖추진 못한 대학은 자연스레 사라지는 것이 바람직하지만 몇 년째 등록금이 동결된 상태에서 대학에 교육부의 기준만을 따라오도록 하기보다는 교육이 각 특성에 맞게 발전하고, 대학 스스로 경쟁력을 확보해 성장할 수 있도록 자율성을 부여해야 한다.”

- 대학들이 지금까지 평가 대비를 위해 힘을 쏟았다면, 이제는 교육과 연구 발전을 위해 집중해야 할 시간이다. 숙명여대의 교육 및 연구 발전 계획은 어떤지 말해달라.
“숙명여대는 캠퍼스 안에 머물던 지식 습득의 경계를 과감히 외부로 확장해 창의적 문제해결력을 키우는 현장 중심 교육을 전 분야로 확대하고 있다. 대학과 기업 간 협력을 강화해 실무능력을 쌓을 수 있는 산학연계 교과목과 캡스톤디자인 교과목을 1년 만에 5배 이상 늘렸다. 기술기반 융합교육이 강조되는 추세에 발맞춰 기술인문혁신 트렌드와 시제품 제작 워크숍, 기술인문 융합형 제품·서비스 개발 등 융합 교양 교과목을 신규 개설하고, 기술 융합을 통한 창업을 활성화하기 위한 기술설명회나 기술교류회도 정기적으로 열어 전공 간 지식전달과 인력교류를 꾀하고 있다.”

- 기술을 언급했는데, 미래 사회는 AI가 지배하는 사회가 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면서 우려도 커지고 있다.
“기계나 기술은 사람을 위해 존재하도록 인간과 어우러져야 한다. 이전의 농경사회, 산업화, 정보화 사회를 넘어올 때도 다 우려했던 것들이다. 인류를 좀 더 풍요롭게 잘살 수 있도록 하는 환경이 펼쳐질 텐데 기술과 기계문명이 발달할수록 로봇과 기술을 잘 활용하면서 인류가 발전하는 방향으로 나아갈 것이라고 생각한다.”

- 한국사회가 직면한 문제 중 하나가 인성교육이다. 학교는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무슨 노력을 하고 있는가.
“숙명여대는 기본적으로 ‘나라와 민족, 인류발전에 기여하는 여성지도자 배출’이라는 창학정신을 근간으로 탄생한 대학이다. 따라서 우리가 하는 교육에도 공동체의 번영이라는 가치를 담아내려고 한다. 시대가 바뀌면서 우리의 가치를 담아내는 방식도 다양해졌다. 봉사를 기반으로 자율적인 활동을 하는 리더십 그룹 운영, 구국애족을 실천하기 위한 최초의 여성 학군단 창설, 사회봉사인증제 운영과 교양교육 강화 등 다양한 방식을 통해 인성교육이 곧 자아실현으로 이어질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다. 실제로 지난해 한 일간지가 실시한 조사를 보면 숙명여대 학생들이 가장 기부와 봉사를 많이 한다는 결과가 나왔다. 학생들이 창학정신을 생활 속에서 실천하고 있는 셈이다.”

- 여대가 공학에 비해 취업이 어렵다는 인식이 있다. 숙명여대는 학생들의 성공적인 사회 진출을 위해 어떤 노력을 하고 있나.
“숙명여대의 취업률은 여대의 위기라는 얘기에도 불구하고 최근 3년간 60.8%에서 64%로 오름세를 보였다. 특히 학생들의 진로 설정과 로드맵 그리기에 도움이 되는 알찬 멘토링 프로그램이 성공의 비결로 꼽힌다. 총 27개 전공, 54명의 교수가 진로전담교수로 지정돼 교수 한 명당 최소 20명의 학생을 2회 이상 상담하도록 하고 있다. 또 현직 선배들의 조언을 통해 진로에 대한 비전을 그리고, 실무에 필요한 역량과 문제해결 방법을 간접적으로 습득할 수 있는 다양한 멘토링 제도도 운영하며 학생들에게 강한 동기부여를 해준다. 또 다른 하나는 IPP일학습병행제 프로그램의 성공적인 운영이다. 이 프로그램을 거친 학생들은 경영회계, 광고홍보, 마케팅 분야에 집중한 여성 특화형 현장실습을 거치며 취업시장에서도 선전하고 있고, 성과평가에서도 좋은 결과를 보이고 있다.”

- 일부 여대 중 공학 전환을 고민하는 대학도 있다. 숙명여대, 나아가 여자대학의 비전을 꼽는다면.
“숙명여대의 설립은 성별의 차이 없이 더 많은 사람들에게 교육을 확대함으로써 민족의 미래를 밝힐 수 있다는 고종황제의 비이자 영친왕의 모친인 순헌황귀비의 믿음에서 시작됐다. 숙명의 존재 이유는 ‘여성’을 포함해 더 많은 이들이 교육을 받고 자신의 능력을 개발해나갈 수 있도록 기회를 열어주는 데 있다고 생각한다. 공과대학을 설립하고 공학교육을 시작한 이유도 여기에 있다. 국가의 지속가능한 발전을 위해서는 제조업이 탄탄하고, 연구개발이 활발해야 하지만 한국의 연구개발과 과학기술, 공학 분야에서 여성은 10%에 불과하다. 연구개발 분야 등에 더 많은 여성 인력을 배출하는 것이 숙명의 과제이자, 국가의 과제라고 보고 있다. 이에 숙명여대는 경력단절 여성에 대한 지원도 아끼지 않는다. 비정상적인 구조를 바꾸기 위해서는 여대가 평생교육 개념으로 경단녀에 대한 재교육을 맡고, 이를 국가가 지원하는 방식으로 변화를 모색해야 한다.”

-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성에 대한 사회의 유리천장은 깨기 힘든 것이 현실이다. 여성 리더로서 미래의 여성 리더들에게 조언을 해달라.
“‘나 하나쯤 없어도 달라지는 것은 없다’고 느낄 수 있다. 포기하고 싶을 때도 있다. 자신만 생각한다면 그러한 선택이 쉽겠지만 그 자리를 꿈꾸며 지금도 열심히 공부하는 어느 여학생에게는 롤모델의 존재 자체로 강력한 동기부여가 된다. 나도 여성 총장으로서 무거운 책임감을 느끼고 있다. 숙명여대가 굳건히 자리를 지키며 여성 인재들이 사회로 진출할 수 있는 발판이 되고자 한다. 하나 더 조언한다면 심신을 건강하게 지키라는 말을 해주고 싶다. 리더는 어떤 순간이 왔을 때 기꺼이 선택해 헌신하고 몰입해야 하며, 위기가 왔을 때 좌절하지 않는 강한 정신력을 갖춰야 할 필요가 있기 때문이다.”

- 남은 임기 동안 숙명여대의 변화를 위해 특별히 집중하고 싶은 부분이 있다면.
“대학의 본질에 충실하면서 시대적 필요에 부응하는 대학으로 성장시키겠다. 대학의 본질인 교육의 경쟁력을 제고하기 위해 교육전반과 학과별, 수업별 만족도 조사를 바탕으로 학생 중심 교육혁신을 추진하려고 한다. 전공 간 칸막이를 낮추는 융합교육과 유연한 학사제도를 운영해 틀에 박히지 않은 지식인을 양성하겠다. 연구 경쟁력도 확보하겠다. 세계적인 연구와 교육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해 여러 방안을 고민 중이다. 최근 프랑코포니 대학기구에 우리나라 대학 중 처음으로 정회원 가입을 했다. 전 세계 111개 국가 850여 개 대학이 가입된 프랑스어권 거대 고등교육네트워크로 회원교 간 지식과 기술 교류를 적극 추진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올해 프라임사업 종료를 앞두고 공대가 안정적인 궤도에 오를 수 있도록 운용의 묘를 발휘할 필요도 있다. 유망분야를 선점해 키우는 동시에 국내외 유명기관과 MOU를 맺고, 협력 과정을 만드는 방식으로 미래 사회교육을 담당하며 수익을 창출할 방법을 강구 중이다.”

▲ 숙명여대의 전신인 명신여학교를 설립한 고종황제와 순헌황후의 사진을 배경으로 담소를 나누고 있는 이인원 회장(왼쪽)과 강정애 총장.

- 앞으로의 포부를 말해달라.
“중요한 결정을 내려야 하는 순간이 매일 찾아온다. 어떤 상황에서도 숙명의 지속가능한 미래를 위해 올바른 결정을 내리고, 최선을 다할 것이다. 그리고 이러한 노력이 숙명여대와 구성원들에게 좋은 결실로 이어질 것이라 굳게 믿는다.”

■ 강정애 숙명여대 총장은…
숙명여대에서 경영학을 전공했다. 동 대학원에서 경영학 석사를 받은 뒤 파리1대학교 대학원에서 인적자원경제학 박사를 받았다. 1998년 숙명여대 교수로 임용된 뒤 6년간 취업경력개발원장으로 재직하며 국내 대학 최초로 멘토링 프로그램을 정식 교과목으로 개설시켰다. 한국인사관리학회 회장과 대통령 소속 국민경제자문회의, 규제개혁위원회 위원, 인사혁신처 자문위원장 등을 역임했다. 2016년 9월 숙명여대 제19대 총장으로 취임했다. 임기는 2020년 9월까지다.

<대담 = 이인원 본지회장 / 사진 = 한명섭 부국장 겸 사진부장 / 정리 = 이지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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