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재영 서강대 로욜라도서관 수서정리팀 부장

현재 구글에서 전 세계 도서관의 책을 모두 스캔해 서비스하겠다는 프로젝트를 진행 중이다. 인류가 그동안 축적해온 지식을 전 세계가 공유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구글의 발상은 하늘에 닿고자 했던 고대 바빌로니아 시대의 바벨탑을 떠올리게 할 뿐만 아니라 지구상의 모든 민족들의 책을 수집하고자 했던 알렉산드리아 도서관의 야망을 느끼게 한다.

그 당시 교통상황 등의 여건을 감안할 때 모든 나라의 자료를 수집하는 것은 어려웠겠지만 지금과 같이 컴퓨터와 인터넷 그리고 모바일기기 등이 일상화돼 있는 상황에선 충분히 가능하다.

구글은 이미 저작권이 소멸된 도서 530만 권을 비롯해 1370만 권가량의 도서를 디지털로 제공하고 있으며 2016년 기준으로 이미 미국을 비롯한 236개 국가에서 617만 명이 이용하고 있다. 4차 산업혁명의 핵심이 빅데이터를 기반으로 한 인공지능 그리고 이를 통한 고품질의 데이터 제공이란 점을 상기할 때 구글의 계획은 정보산업에 엄청난 변화를 가져올 것이다.

‘고품질의 데이터 확보와 제공’이란 4차 산업혁명의 키워드는 도서관의 근본적인 역할이기도 하다. 그렇기 때문에 4차 산업혁명에 따른 기술의 발전이 도서관의 입장에선 기대도 되지만 우려가 되는 것도 사실이다.

최근 대학도서관에서는 이와 같은 기술 발전과 변화에 대응하기 위해 도서관의 새로운 역할과 가치를 높이기 위한 시도를 하고 있다.

일례로 고려대 도서관은 기존 도서관의 역할인 정보 제공뿐만 아니라 토론과 협업 위주로 이뤄지는 학습 형태의 변화를 수용해 정보 생산과 유통 역할에 초점을 맞춘 미래 지향적 도서관인 CCL(CJ Creator Library)을 운영하고 있다. CCL은 창의와 협업, 대학과 사회, 과거와 미래가 공존하는 도서관을 구현하겠다는 목표에 따라 다양한 미디어 자료 생산이 가능한 스튜디오와 가변형 공간을 제공하고 있다.

또 연세대 학술정보원은 makerspace 개념을 국내 최초로 도입해 창의력과 상상력을 키워줄 수 있는 체험, 사색, 협업, 창작, 인큐베이션 공간이자 도서관의 학술 콘텐츠와 미디어 및 디지털 제작 등이 연계된 복합 공간인 Y-Valley를 운영하고 있다. 이용자들은 이곳에 비치된 3D프린터와 3D스캐너, 그리고 사물인터넷 실습키트 등을 활용해 창작과 창업활동을 할 수 있다.

대학도서관이 대학 내 문제해결을 위한 협업과 아이디어 나눔 공간, 창의적 활동 중심 공간으로 변화해 가는 것은 그만큼 대학도서관이 4차 산업혁명 시대를 맞이해 그 중요성이 높아질 것이라는 점을 보여준다.

이미 많은 대학도서관에서 빅데이터, 인공지능, 사물인터넷 등 4차 산업혁명 시대를 주도하는 기술을 서비스 개발에 활용하고 있다. 빅데이터를 통해 이용자의 요구를 사전에 파악해 정책을 결정하고, 사물인터넷을 활용해 고객의 움직임에 대한 모니터링을 하고 이를 기반으로 다양한 서비스를 개발하고 있다.

책이 중심이었던 시대에서 정보와 기술이 중심인 시대로의 이동은 대학도서관이 대학 내 창의적 활동과 소통의 중심이 될 수 있는 절호의 기회다.

알렉산드리아 도서관의 수많은 자료는 지동설을 주장한 아리스타르코스, 천문학의 아버지 히파르코스, 지구의 둘레를 계산한 에라토스테네스, 기하학의 체계를 세운 유클리드, 수학자이며 물리학자였던 아르키메데스 등 무수한 학자를 탄생시켰다. 이제 인류 문화에 기여할 창의적 활동의 성과가 대학도서관을 통해 실현될 수 있는 날도 머지않아 보인다.

도서관의 정체성을 잃지 않는 한에서의 이와 같은 변화는 언제든 환영할 만한 일이다.

4차 산업혁명 시대, 대학도서관의 변화가 어디까지 이어질지 자못 궁금하다. 

<한국대학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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