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비‧민간 자금 유학 증가…국비유학 경제적인 경쟁력↓

제도의 법적 지위 확보해 지원금 늘려야 한다는 의견도
전문가들 “국가 고급 인력에 대한 사후관리 활발히 이뤄져야”


[한국대학신문 주현지 기자] ‘국가발전을 위한 인재 양성’이라는 명목으로 국민의 세금으로 운영되고 있는 국비유학제도. 하지만 제도 경쟁력 상실, 유학생 사후 관리 미흡 등을 놓고 국비유학제도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가 높다. 전문가들은 제도가 현시점에 맞게 보다 개선돼야 할 여지가 다분하다고 입을 모은다.

국비유학제도는 국내 인재가 외국 선진 문물을 배워 국가발전에 기여할 수 있도록 지원하고자 지난 1977년에 도입됐다. 과거 우리 사회가 경제적으로 힘들던 시기에 국비유학제도는 해외유학의 꿈을 실현시킬 수 있는 확실한 수단이자 출세를 위한 등용문으로 여겨졌다.

국비유학제도를 총괄하고 있는 교육부 소속 국립국제교육원에 따르면 1977년부터 2017년까지 국비 유학생으로 파견된 학생 수는 총 2440명이며, 이들은 △미국(전체 국비유학생의 67.04%) △영국(7.81%) △일본(2.87%) △러시아(2.58%) △중국(2.45%) △독일(2.33%) △프랑스(1.41%) 등 49개국으로 파견됐다.

▲ 국비유학제도가 처음 실시된 1977년부터 지난 2017년까지 국비유학생들이 파견된 국가 현황. (자료= 교육부 소속 국립국제교육원)

■ 자비 및 민간 자금 통한 유학 증가…국비유학 경쟁력↓= 국비유학제도는 과거 글로벌 인재를 양성하는 데 톡톡한 역할을 했다. 하지만 2000년대 초부터 자비 혹은 민간기관의 장학제도를 통한 유학이 활성화되면서 오늘날에는 국비유학제도가 가진 경쟁력이 상당히 감소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중론이다.

그렇다면 국비유학제도보다 민간 지원 혹은 자비 유학을 선택한 유학생이 증가한 이유는 무엇일까. 전문가들은 그 원인으로 국비유학의 충분치 않은 지원액을 꼽았다. 실제로 OECD.STAT 및 국립국제교육원의 자료를 살펴보면, 국비장학생 1인에게 지급된 장학금의 경상가격은 △2002년 5만1576달러 △2007년 5만444달러 △2012년 5만9831달러 등이었다. 국비유학제도가 처음 시작된 1977년 국비유학생 1인에게 경상가격으로 총 5만3826달러가 지급된 것을 미뤄본다면 현재까지 장학금 지급액은 큰 차이를 보이지 않고 있다.

홍은표 상명대 교수(경제금융학부)는 “지난 40년 동안 국내외 1인당 국민소득은 크게 증가했지만, 국내 국비장학금의 1인당 지원액은 거의 변동이 없었다”면서 “이 때문에 유학생들이 체감하는 국비장학금의 경제적인 매력도가 떨어진 것이 사실”이라고 분석했다.

이를 두고 국비유학의 법적 지위를 확보해야 한다는 의견이 다수다. 허노정 동양대 교수(테크노공공인재학부)는 “국비유학제도는 현재 대통령령으로만 정해져 있어 예산 추가 확보 등 적극적인 발전이 어렵다는 지적이 많다”며 “특별법 등 법적인 근거를 마련해 제도 발전을 위한 조치가 필요한 시점”이라고 조언했다.

■ 조(兆) 단위 세금 투자됐는데… 국비유학생 사후관리 ‘미흡’= 국가 고급 인력의 사회적인 활용이 활발하게 이뤄지기 위해서는 국비유학생에 대한 사후관리가 필수지만, 이를 위한 국가 차원의 노력이 미흡한 상황이다.

국비유학생 제도 도입 초기에 국비유학을 마친 학생들은 귀국해 지정된 기관에서 일정 기간 동안 의무로 복무해야 했고, 불복무 시 장학금은 환수 조치됐다. 그러나 국비유학생의 직업 및 거주지 선택의 자유에 대한 문제와 맞물리면서 1998년 학위 과정 파견자 전체에 대한 의무복무 규정이 삭제됐다.

하지만 의무복무제가 폐지되면서 국비유학생 사후관리에 대해 정부가 사실상 손 놓고 있다는 지적이 이어지고 있다. 가장 문제시되는 것은 유학을 마친 자들에 대한 전수 조사가 전무하다는 것이다.

장수정 국비유학한림원 사무총장(한림대 교수)은 “국비유학 과정을 마친 학생들에 대한 전수조사가 정부 차원에서 전혀 이뤄지고 있지 않다”며 “이러한 정보가 취합돼있어야 국가적 사안이 발생했을 때 핵심 전문가를 적재적소에 배치할 수 있다. 국비유학생을 선발하는 것뿐만 아니라 사후 관리 역시 절실하지만 현재로써는 관련 제도 자체가 없는 실정”이라고 비판했다.

하지만 국비유학 담당 기관은 이와 관련해 다소 미온적인 반응이다. 국립국제교육원 글로벌인재양성부 총괄담당자는 “모든 국비유학생 개인에 대한 정보를 국가 차원에서 일일이 파악하기에는 현실적으로 어려운 것이 사실”이라고 밝혔다.

홍은표 교수는 ”국비유학생에 대한 사후관리의 시작은 관련 데이터를 모으는 것에서 시작될 것“이라면서 ”국비를 들여 성장시킨 인재들이 어떤 곳에서, 어떤 성과를 내고 있는지 국가 차원에서 나서야 한다”고 전했다.

저작권자 © 한국대학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