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국 LS산전 전력연구소 책임연구원

2018년 러시아 월드컵 예선 3차전은 우리에게 도전정신과 인내가 불가능의 확률을 뚫을 수 있다는 산 증거를 보였다. 90분 동안 선수 개개인의 평균적인 실력차는 존재했음이 자명했으나, 그들보다 한발 더 뛰고 팀을 위해 헌신하는 11명의 조직적인 움직임은 활동량 118km라는 수치로 나타났고 2 대 0 승리라는 달콤한 열매를 대한민국에 선사했다. 승리를 위한 도전과 인내의 중요성이 중요성을 새삼 일깨워주는 하나의 큰 울림이었다.

이러한 교훈은 비단 축구뿐만이 아니라 기업 경쟁력에도 적용된다. 2018년 클래리베이트 애널리틱스(Clarivate Analytics)가 선정한 세계 100대 혁신기업에 삼성전자, LG전자, LS산전이 7년 연속 선정됐다. 혁신 기업의 지표로는 종합적인 △특허출원규모 △특허 승인 성공률 △세계적인 적용범위 △발명의 영향력이라는 관점으로 평가되는데, 삼성전자와 LG전자는 전자·휴대폰 산업에서, LS산전은 전력 솔루션분야에서 독보적인 기술력을 확보한 것으로 밝혀졌다. 이러한 결과는 기업이 스스로의 강점과 보완점을 엄밀히 분석, 평가하고 실질적이고 효용성 있는 기술력 확보를 위한 부단한 노력을 기울이며, 보다 큰 열매를 위해 수년간 인내를 감내한 결과다.

이에 비해 현재 국내 대학교육의 실태를 바라보면, 도전과 인내의 문화는 찾아보기 어렵다. 특히 학생들의 평가기준인 평가에 있어 대부분의 학생들이 시험평가를 대비하기 위해 ‘족보’라는 형태의 과거 시험자료들을 추려 예상 시험문제만을 외우는 행태는 너무나도 자연스러운 현상이 되고 말았다. 이러한 현상의 원인은 1·2학기를 통틀어 6개월이라는 짧은 시간 내에 관련지식을 가르치기 위해 교원들이 참고서 이론의 특정부분만을 가르치거나, 책의 주요 이론을 단순히 단방향으로 소개하는 교육형태에서 기인한다. 거기에 더해 최신기술을 통해 시스템 구현에 도움이 되는 관련 실습 및 프로젝트 과목은 매우 제한적이며, 필요한 최신 교보재들은 턱없이 부족하고 관련 기술, 가공에 대한 설명과 소개를 해줄 선배 테크니션들도 부족하다. 가히 열악하다고 할 수 있는 교육 환경에서 대학생들은 제대로 된 도전과 인내를 겸비하지 못한 채 자신의 전공을 운운하며 기업 및 관련 연구소에 진출하고 있다.

이러한 반쪽 교육을 마치고 현장을 만나는 대부분의 공대생들은 부딪치고, 맞닥뜨려야 할, 다양한 문제들을 제대로 정의하지도 못하고 문제를 해결하려는 인내심은 배양되지 않은 채, 주어진 공학적 문제들을 단순히 일로서 받아들인다. 이러한 상황이 쌓이면 상대적으로 상당히 이른 시기에 자신과 적성이 맞지 않는다는 명목 하에 엔지니어로서의 커리어를 포기하는 지경에 이른다. 이러한 현상이 개인에서 다수의 집단으로 확산되면, 정부가 늘 지향하는 과학한국, 제조업 강국 대한민국의 구호는 먼 산의 메아리나 다름없다.

이러한 현실에서 미국 대학들의 목적지향 프로젝트 기반의 교수법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이 중 대중적으로 친숙한 데니스 홍 UCLA 기계공학과 교수의 학부생 대상 로봇 디자인 과목의 데모 시연은 주목할 만하다. 우선 데모로 시연된 시스템들은 카지노의 딜러 역할, 전자 신디사이저를 연주하는 로봇 손, 모터로 움직이는 스케이트 보드와 같이 분명한 사용목적이 드러난다. 사용목적이 분명한 시스템은 평가기준도 확실하며 학생들에게 동기부여를 효과적으로 전달할 수 있다. 이는 목적 구현을 위한 공학적 분석과 설계의 반복으로 이어지고 이 과정에서 동료와 선배 엔지니어간 소통이 자연스럽게 진행된다. 과정의 결과인 시스템 데모(System Demonstration)는 참여 학생들에게 보다 객관적으로 스스로의 창조품을 평가할 수 있으며, 여타 시스템 데모에 대한 상대적인 평가를 진정으로 할 수 있는 식견을 심어준다.

대한민국의 제조업은 더 이상 유사 모방의 형태를 가져서는 안 되며 오직 다양한 목적에서 기인된 호기심과 도전, 그리고 이를 뒷받침하는 인내를 함양한 인재들로부터 시작돼야 한다. 이를 위해 우리의 대학들은 미래의 엔지니어들의 경쟁력인 도전과 인내를 기를 수 있는 다양한 프로젝트 기반 교육커리큘럼을 정착시킬 수 있도록 끊임없는 혁신과 지속적인 투자를 주문한다.

<한국대학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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