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직교수 줄사표 속에 2단계 준비에 총력…당혹감 속 결과 예의주시

“평가 끝나도 끝난 것 아니다” 현장 목소리

[한국대학신문 이지희 기자] 2주기 대학 기본역량 진단 보고서 결과를 받아든 대학가에 후폭풍이 몰아치고 있다. 당혹스러움도 잠시, 일부 대학에서는 총장 사퇴, 학과 통폐합 등 강수를 두고 있다. 반면 대다수의 대학들은 또다시 2단계 진단 준비에 몰두하면서 골머리를 앓고 있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지난달 20일 대학 기본역량 진단 1단계 가결과 발표 결과 일반대 187개교(산업대 2개교 포함) 중 40개 대학이 2단계 진단 대상에 올랐다.

2단계 진단 대상에 오른 대학들은 정원 감축과 함께 재정지원을 받을 수 있는 역량강화대학, 정원 감축과 재정지원제한 등의 제재가 가해지는 재정제한대학으로 구분 돼 사실상 강도 높은 구조조정이 이뤄질 전망이다.

특히 1단계 가결과 발표 이후 일반대와 전문대학을 합쳐 총 60개 대학에서 이의신청을 했지만 단 한 곳도 수용되지 않으면서 대학들은 2단계 진단에 더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총장·보직교수 줄사퇴…학과 통폐합, 혁신안 발표 등 전열 가다듬기도 = 이미 몇몇 대학에서는 총장들이 2주기 대학평가 결과에 대한 책임을 지고 사퇴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김영호 배재대 총장은 평가 결과 발표 이후 즉각 사의를 표명했지만 법인 이사회가 이를 반려하면서 다시 업무에 복귀하게 됐다.

임기를 8개월 남긴 상황에서 지난달 28일 사임 의사를 밝힌 이원복 덕성여대 총장도 평가 결과에 책임을 지고 물러난 것으로 보고 있다. 일부 대학에서는 이미 보직교수들이 줄사표를 제출하기도 한 것으로 전해진다. 평가에 따른 책임을 진다는 이유에서다.

통폐합 의지를 밝힌 곳도 있다. 대경·강원권의 A대 기획처장은 “2단계 진단을 위한 보고서는 계속 준비하고 있고 내부 평가는 계속하고 있다”면서도 “대학 간 통폐합을 준비 중이라 이 부분에 보다 집중하고 있다”고 밝혔다.

강동완 조선대 총장도 혁신을 강조하고 나섰다. 학내 구성원들에게 보내는 교육 분야 혁신에 나서겠다는 입장문을 통해 대입정원감축, 학과 통폐합 등 강력한 구조조정 의사를 내비쳤다.

그러나 지난 2일 대학 기본역량 진단평가 결과에 대한 설명회 및 교수총회에서 강 총장을 비롯한 대학본부에 대한 비판이 흘러나왔다. 설명회에서 일부 교수들이 공개적으로 총장 사퇴를 요구하면서 강 총장의 의지와는 별개로 거취 문제도 불분명해진 상태다.

조선대 한 관계자는 “당시 설명회에서 총장과 보직교수들에 대한 비판이 나오기도 했지만 사퇴를 한 것은 아니다”라며 “보직을 걸고 학교 혁신과 2단계 진단 준비를 하자는 취지로 나온 얘기”라고 설명했다.

또다시 평가 준비에 몰두…2단계 진단에 집중한다 = 탈락한 대부분의 대학은 2단계 진단 준비에 집중하는 양상이다.

일반대는 11일까지 보고서를 제출해야 해 한시가 바쁜 상황이다. 제출된 보고서에 따라 7월 중에 서면과 현장진단이 실시될 예정이다. 학교는 뒤숭숭한 분위기이지만 2단계 진단을 앞두고 있어 학교 관계자들은 말을 아끼고 있다.

수도권 B대 기획처장은 “현 총장이 결과를 무겁게 받아들이고 있지만 책임감을 가지고 가려 한다”며 “지금 당장 2단계 진단 보고서가 중요하기 때문에 또다시 여기에 전념하고 있고, 학과 통폐합 등은 학교가 선제적으로 움직이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충청권의 C대 기획처장은 “2단계 진단평가에 모든 걸 쏟고 있기 때문에 보고서에만 집중하고 있다”며 “구조조정은 그 이후 결과가 나온 뒤에 강도가 정해질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

예비자율개선대학에 무난히 포함될 것으로 보였던 지역의 대형 대학도 예외는 아니다. 다소 충격은 있지만 일단은 2단계 진단에 사활을 걸겠다는 의지를 보인다.

충청권의 대형대학으로 꼽히는 D대 부총장은 보직 사퇴 이메일을 통해 “기본역량진단평가 1단계 탈락이라는 충격적 결과에 당혹감을 느끼셨을 여러 교수님들께 평가의 총괄을 맡았던 부총장으로서 깊은 책임감을 느끼며 머리 숙여 사죄드린다”면서 “지금은 어느 누구의 책임을 따지기 보다는 2단계 평가에 모든 힘을 기울여야 하며 교수 여러분들의 따뜻한 관심이 필요할 때”라고 호소했다. 기획처장은 보직교수 사퇴 등의 사안에 대해 “(대학 기본역량 진단) 결과에 따른 책임소재는 나중에 물으면 될 일”이라며 “일단 2단계 진단 준비가 급박하기 때문에 평가 보고서를 준비하는 데 주력하고 있다”고 언급했다.

부산·울산·경남권의 E대 기획처장도 “이미 프라임사업 등을 위해 학과 통폐합을 진행한 바 있는 상황이라 또다시 구조조정을 하기는 어렵다”며 “2단계 진단 준비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 교육부 2주기 대학 기본역량 진단. (사진= 한국대학신문 DB) 

2단계 진단, 진행과정과 결과는?= 서면과 현장 평가로 진행되는 2단계 진단은 대학의 지속가능성을 정밀 진단하고 1·2단계 결과를 합산해 권역 구분 없이 역량강화대학과 재정 지원제한대학(유형 Ⅰ·Ⅱ)을 선정한다. 여기서 대학의 지속가능성은 전공 및 교양 교육과정, 지역사회 협력·기여, 재정·회계 안정성 등의 항목이다.

역량강화대학은 정원 감축 권고로 적정 규모화를 유도하는 동시에, 대학 재정지원 사업 중 특수목적 지원 사업 참여를 허용해 대학의 전략적 특성화 추진을 지원한다.

재정지원제한대학은 정원 감축 권고와 함께 차등적으로 정부 재정지원이 제한될 예정이다. 유형Ⅰ대학은 정원 감축 권고와 재정지원 일부 제한으로 운영 효율화를 유도하는 한편, 유형Ⅱ 대학에 대해서는 정원 감축 권고는 물론 재정지원도 전면 제한한다.

다만 이번 2단계 진단 대상에 해당하는 대학도 경우에 따라 자율개선대학이 될 가능성이 있다. 교육부도 “64%는 정해졌지만 부정비리 대학에 감점 적용 뒤 점수에 따라 역량강화대학과 바뀔 수도 있다”고 밝혔다.

저작권자 © 한국대학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