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대담] 한석수 한국교육학술정보원(KERIS) 원장 “대학, 내일이 아니라 모레를 준비해야 한다”
[특별대담] 한석수 한국교육학술정보원(KERIS) 원장 “대학, 내일이 아니라 모레를 준비해야 한다”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한국대학신문 황정일 기자] 학술정보서비스 ‘RISS’와 공개강좌서비스 ‘KOCW’를 운영하는 한국교육학술정보원(케리스, KERIS)이 올해 창립 19주년을 맞았다. 무료 학술정보를 통한 국가적 연구경쟁력 강화, 무료 공개강좌를 통한 자기주도적 평생학습을 견인하고 있는 케리스는 최근 대학에서 관리하는 광범위한 데이터를 수집, 분석해 의사결정의 근거를 제안하기 위한 한국IR협의회 설립을 준비 중이다. 취임 후 케리스가 ‘미래교육을 선도하는 교육학술정보화 전문기관’으로 자리매김하고 데이터분석센터로서 기능할 수 있도록 힘써온 한석수 원장을 만나 대학의 지속가능한 경영체제 확립에 대해 들어봤다.

- 케리스는 교육 및 학술정보 온라인화를 위한  정부기관이다. 그 의미는.
“교육부 산하 준정보공공기관이다. 온라인 서비스가 많아지고 있는 가운데 교육부에서 각종 정책을 만들고 추진하는 과정에서 각종 정책 및 정보들을 온라인화, DB화해 유통하는 업무를 맡아 지원하는 역할을 한다. 초·중등 서비스를 제공하는 NEIS 서비스가 국민들에게 익숙하다. 나이스는 교무·학사·재정까지 온라인으로 처리할 수 있는 서비스다. 행정부터 교육통계 등을 온라인으로 모아 학교정보, 공시 등 학교정보 알리미 서비스를 제공한다.”

- 4차 산업혁명 시대다. 융·복합이 중요한 만큼 케리스가 할 일이 많을 텐데.
“지능정보기술이 발전하면서 교수학습방법, 교육 콘텐츠 등이 디지털화되고 있다. 에듀테크 기법들을 바로 접목해 학교현장에서 실제로 사용할 수 있도록 하고, 통합 콘텐츠를 만들어 잘 활용하도록 유도해야 한다. 연합논문이 많은 편인 만큼 기존의 논문 데이터를 분석해 A학과와 B학과를 융합하면 좋겠다는 등의 분석자료를 제공할 수도 있다. 현재 케리스에서 운영 중인 KOCW 서비스를 통해 초중등 교육과 고등교육을 연계하는 역할도 중요하다.”

- 온라인 교육 콘텐츠 제작 등 케리스가 수행하고 있는 중점 서비스에 대해 설명한다면.
“케리스는 지난 1999년에 설립됐다. 한국교육개발원 산하 멀티미디어교육지원센터와 한국학술진흥원 내 첨단학술정보진흥센터가 합쳐져 만들어졌다. 이 때문에 초·중등 교육과 고등교육을 병행하고 있는 것이다. 그간 초·중등 교육에 무게중심이 실려왔다면 최근 전자저널 서비스, 웹DB 등 대학에서 무료로 활용할 수 있는 서비스 기능을 강화하고 있다. 특히 고등교육과 관련해서는 사이버대학과 연합해 아세안 사이버대학 플랫폼 사업을 진행 중이다.”

- 논문이 수백, 수천 개일 텐데 어떻게 서비스를 제공하는가.
“주지하다시피 요즘에는 교수들이 논문을 쓰면 자동으로 디지털화된다. 케리스는 학술연구정보시스템(RISS)을 통해 대학도서관들과 연계해 메타 서비스를 제공한다. 대학도서관에 저장된 논문들을 온라인으로 연결해 편리하게 이용할 수 있도록 시스템을 구축했다. 검색기능을 편리하게 했다는 점에서 호평을 받고 있다. 기존의 논문을 원문으로 그대로 볼 수 있도록 했으며, 특히 중요한 해외박사학위논문 등 국내외를 망라하고 있어 연구자들에게 인기가 높다.”

- 고등교육 시장이 여러 분야에서 우왕좌왕하고 있다. 발전을 위해 케리스의 역할이 있다면.
“대학들이 온라인 교육에 관심을 두고 있는 만큼 플립트 러닝 등에 활용할 수 있도록 우수한 콘텐츠를 대학들과 연계해 만들어 제공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또 하나 그간 대학 내부의 자체연구가 부족했다는 점에 착안해 데이터 분석에도 무게중심을 실을 계획이다. 어떻게 하면 많은 학생들이 지원할지, 적정기간 내에 중도탈락하지 않고 졸업할 수 있을지 등과 관련해 제시하는 것이다. 지원학생 성향, 등록이유, 졸업시기 등 데이터를 분석해 대학들이 학사운영 및 경영에 효율을 가할 수 있도록 지원하고 싶다.”

- 우리나라 고등교육이 향후 어떤 방향으로 갈 것으로 예상하는가.
“대학들이 경제발전, 민주화 등에 기여해온 것은 사실이나 등록금 동결, 학사규제 등으로 어려운 현실이다. 그러나 이는 세계적 현상이다. 많은 학자들이 대학의 미래를 어둡게 전망하고 있다. 이제 대학은 포스트 유니버시티를 준비해야 한다. 4년 수업연한이나 전공이 중요한 게 아니라 나노디그리, MOOC 프로그램 수료증이 학위보다 중시되는 시대다. 150년 전 마차는 자율주행차가 됐고, 수동전화기는 스마트폰으로 혁신을 이뤘지만 대학 강의실은 크게 변하지 않았다고 비판받고 있다. 4차 산업혁명 시대를 맞아 대학도 이제 시대에 맞게 변해야 한다.”

- 학점을 베이스로 한 4년제 교육이 없어져야 한다는 뜻인가.
“단순히 일반대 4년, 전문대 2년 이렇게 규정을 짓는 건 이제 아니라고 본다. 평생학습으로 전환돼야 한다. 이미 선진국에서는 나노디그리를 통해 3개월, 10주 대학이 생기고 있다. 일부에서는 6년 연한을 주고 아무 때나 강의를 들을 수 있도록 하자는 대학도 있다. 혁신아이콘으로 여겨지는 애리조나주립대는 MOOC를 통해 1학년 과정을 모두 무료로 듣는 과정을 운영하기도 한다. 진학을 희망하는 경우 적정한 비용으로 1학년 학점을 인정받고 2학년 과정을 이수할 수 있게 하는 것이다. 미래의 대학은 많은 변화가 필요하다.”

- 4년제 일반대와 2년제 전문대는 내용 및 시스템 면에서 마찰이 있다. 벽이 무너져야 하지 않겠나.
“전문대는 원래 2년제였으나 전공심화과정 등을 통해 학사운영이 가능해졌다. 4년제 일반대와 경쟁하다 보니 수업연한 제한을 풀라는 입장일 수밖에 없다. 교육부에서 국립대연합, 대학간연합 등을 권장하고 있지만 포스트 유니버시티 차원에서 발전적 상생방안이 강구돼야 할 것이다. 일반대와 전문대 간의 융합, 오프라인 대학과 사이버대학 간의 연합, 국립과 사립의 연계 등 이종간 대학의 연합·융합이 활발하게 이뤄져야 한다고 본다.”

- 미국은 외국 유학생 유치가 대학사회 유지, 학령인구감소 극복방안이라는데.
“틀림없이 하나의 좋은 대안이다. 정부에서도 관심 갖고 있다. 결국 우수한 교육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대학에는 학생이 스스로 찾아온다. 아프리카, 아세안 지역은 특히 직업교육 수요가 많다. 직업교육은 전문대에 강점이 있으니 해외에서 관심을 갖는 한류를 융·복합한 프로그램을 만들어 제공하면 많은 해외 유학생을 유치할 수 있을 것이다. 국립과 사립, 전문대와 일반대, 특히 아시아나 아프리카 지역과 연합해 미네르바대학처럼 운영할 수 있을 것이다.”

- 교육부에서 입학정원 통제하고 역량평가라는 똑같은 잣대로 전국대학을 평가하는 건 말이 안 된다는 지적이 있는데.
“교육부도 평가방안에 대해서는 대학들 입장을 감안해 추진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 그렇지만 피평가자 입장에서 부담인 건 사실이다. 정부에서 재정지원을 하는데 낭비되면 안 되니 잘할 수 있는 대학에 효과적으로 지원하도록 하기 위해 평가는 불가피하다. 정부에서 고등교육기관의 역량을 키울 수 있게 기본적인 지원을 해야 한다는 정책방향과 생각을 갖고 있으니 향후 평가기준은 대학들이 자체적으로 그린 큰 그림을 평가하는 방향이 되지 않겠나 예상한다.”

- 급변하는 교육환경에서 우리나라 초중등, 고등교육이 어디로 가야 한다고 생각하는가.
“최근에 많이 쓰는 말인데, ‘오디세우스형 인재’로 키워야 한다. 오디세우스가 보여준 불굴의 용기, 지혜롭게 협업하면서 좌절하지 않고 자신의 원래 자리로 돌아오는 과정은 교육적으로 시사하는 바가 크다. 그런 역량을 키워야 하는데 우리 교육은 상급학교 진학준비, 직업준비 등 미래를 ‘준비만’ 하다가 만다. 전문가들은 지금 초등학생이 사회에 나올 때는 대부분 지금 존재하지 않는 직업을 갖게 된다고 한다. 그런데 여전히 부모 경험, 교수자의 경험을 가르친다. 잘못된 방향이다. 과정의 즐거움, 귀한 경험, 동료들과의 생활 등을 통해 인간이 완성돼가는 과정을 가르쳐야 한다.”

- 케리스의 향후 계획은.
“맞춤형 학습, 빅 데이터 분석 등의 키워드에 관심을 두고 있다. 데이터 분석을 통해 교육문제 해결방안을 제시하는 데이터센터로서 기능해야겠다는 판단에서다. 초·중등 교육, 고등교육에서 중도탈락, 학교폭력, 자살 그런 것들은 데이터 분석을 통해 예측하고 예방할 수 있다. 축적된 데이터를 교육적으로 어떻게 활용할 것인가를 연구 중이다. 학술정보 서비스와 관련해서 오픈 액세스 쪽으로 강조해나갈 것이다. 찬반 의견이 있긴 하지만 필요한 사람들이 편리하게 활용할 수 있도록 만들어갈 것이다.”

- 중국·일본·홍콩·싱가포르 등은 발전하는 만큼 고등교육 예산이 많다. 우리나라도 늘려야 하지 않겠나.
“전체적인 투입 규모는 OECD 국가 중 낮은 편이 아니다. 민간부문에서 많고 정부지원이 적다는 점에서 정부지원을 늘려나가야 한다. 국제경쟁력을 갖춘 인재를 양성해야 하는 만큼 고등교육 분야의 재정지원 방안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초·중등 지방재정교부금법처럼 고등교육도 안정적인 정부지원 방안이 마련돼야 할 것이다.”

- 끝으로 대학들에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평가가 워낙 많다보니 대학들은 평가준비를 하느라 어려운 점도 많고 쫓기듯이 내일만 준비하다 끝나는 것 같다. 그러나 대학은 모레를 준비할 수 있어야 한다. 예를 들어, 교육부에서 대학 간 연합하라는 권유는 내일을 준비하는 것이다. 모레를 준비하려면 국립과 사립, 사이버대학과의 연합 등 이런 걸 준비해야 한다. 시계만 보지 말고 나침반도 봐야 한다. 애리조나주립대의 개혁사례처럼 케리스가 고등교육 분야에서 모레를 준비할 수 있도록 그 역할을 해나가겠다.”

■ 한석수 한국교육학술정보원 원장은…
충남 공주 출생으로, 한양대에서 행정학을 전공하고 아이오와대 교육행정박사를 취득했다. 교육인적자원부 혁신인사기획관, 충남교육청 부교육감, 교육과학기술연수원장 등을 지내다 교육과학기술부에서 정책조정기획관, 교육정보통계국장을 역임했다. 교육부에서 대학정책실장으로 근무하다 한국교육학술정보원 제9대 원장으로 부임했다.

<대담 = 이인원 본지 회장 / 사진 = 한명섭 부국장 겸 사진부장 / 정리 = 황정일 기자>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