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대학가 상황을 보면 정부의 교육 정책에 대해 불만을 쏟아내는 이야기가 적지 않다. 가까이는 대학기본역량진단평가 1단계 가결과가 발표된 이후부터, 조금 멀게는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교육부의 오락가락 교육행정으로 대학들의 불신이 쌓여가는 모양새다.    

지난 5일 이화여대에서 열린 제3회 미래대학포럼에서도 정부의 교육 정책에 대해 불만 섞인 목소리가 나왔다. 2016년 6월 출범한 미래대학포럼은 고려대·연세대·이화여대 등 서울 소재 10개 사립대 총장 협의체다. 이른바 명문대라고 하는 대학 총장들이 모인 자리다. 이 자리에서 나온 얘기 가운데 눈에 띄는 것은 현 정부의 입시 정책에 대한 불만이었다. 대입 제도 개편 방식을 두고 대학에는 의견조차 구하지 않는다는 불만이 제기됐다. 이날 포럼에 참석한 염재호 고려대 총장은 “정부는 국가교육회의 산하 공론화위원회를 만들었다. 하지만 우리 사회에서 대학입시에 대한 논의가 한창 진행되는 동안에도 총장들에게 대입을 어떻게 하면 좋은지 한 번도 묻지 않았다”고 꼬집었다. 김혜숙 이화여대 총장은 “미래사회를 예측할 수 없는 상황에서 대학의 자율성과 다양성을 발현할 수 있는 방식으로 인재선발이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입시전형의 단순화를 기치로 내걸은 정부의 교육 정책을 에둘러 비판한 것으로 여겨지는 대목이다.

하지만 포럼에 모인 총장들 모두 뒷북 대응이라는 비판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대입제도 개편 공론화 과정이 진행되는 동안 대체 무엇을 했는가. 정부가 먼저 찾아주지 않는다고 해서 가만히 앉아만 있었던 것인가. 불만을 먼저 갖기보다 낮은 자세로 소통하는 모습을 보이면 안 되는 것인지 되묻고 싶다. 대한민국에서 잘 나가는 대학들이니 아쉬운 소리를 해본 적이 없어서 그럴지도 모른다. 늦었지만 지금이라도 관심을 갖고 귀를 열면 10개 사립대로 구성된 ‘미래대학포럼’이 ‘그들만의 리그’가 아니냐는 얘기를 듣지 않을 수 있다. ‘내 편, 네 편을 따지자’는 것은 물론 아니다. 사안의 본질은 대학들이 대한민국 교육의 미래를 위해 힘을 합치자는 것이다. 급격한 저출산과 학령인구 감소로 인해 대학은 전례 없는 위기를 맞고 있는 상황이다.    

한편 비슷한 시기에 한국사립대학총장협의회(사총협)에서도 소속 총장들이 함께하는 자리를 갖고 정부의 교육 정책에 대해 쓴소리를 내놨다. 전국 156개 사립대 총장 협의체인 사총협은 고려대와 연세대 등 이른바 명문 사립대들은 빠져 있다. 사총협 소속 총장들은 지난달 28일 임시총회를 열고 사립대 현안과제에 대한 입장을 밝혔다. 사총협 측에 따르면 정부에서 추진 중인 대학 입시제도 개편과 관련해 입시의 단순화와 공정한 방향으로의 개편이 필요하다는 데 공감하나 해당 대학들과의 긴밀한 협의를 통해 대학사회의 입장이 균형 있게 반영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입시의 단순화라는 사안을 놓고 미래대학포럼과 사총협 두 기관이 미묘한 온도 차이를 보여주고 있는 지점이기도 하다. 사총협은 2018 대학기본역량진단 1단계 가결과에 대한 입장도 같이 표명했다. 전국단위에서의 자율개선 대학 선정이 수도권에 편중된 현상을 지적하면서 2단계 진단에서는 역량강화대학 비율을 대폭 확대할 것을 요청했다. 

이와 같이 대학 현장에서 나온 목소리를 종합해보면 정부가 ‘대학 패싱(배제)’을 했다는 인상을 지울 수가 없다. 이는 대학 스스로 자초한 측면도 있다. 대학마다 처한 상황이 다르다고는 하지만 이해관계에 경도돼 한목소리를 내지 못해서다. 개별 대학이 자기 주장만 내세우는 것을 지양하고, 대한민국 교육 전체 틀 안에서 당면한 현안과 과제를 접근했으면 한다. 대학들이 한목소리를 내야 지금의 위기를 극복할 수 있을 것이다.

<한국대학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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