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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로에세이]자기성찰이 한의사를 플로리스트(Florist)로 바꾸다배상기 청원고 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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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8.07.11  16:07: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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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배상기 교사

지인의 딸 A양은 어린 시절부터 식물을 채집하고 가꾸는 것을 좋아했으며, 공부를 곧잘 해 한의사가 되기로 마음을 먹었었다. A양의 초등학교 시절에 '동의보감'이란 유명한 TV 드라마가 인기를 끌었다. A양은 그 드라마를 보면서 허준처럼 식물을 이용해 사람을 살리는 한의사가 되고 싶다고 한 것이다.

그러나 A양은 성장하면서 자신의 진로에 대한 생각이 바뀌기 시작했다. 한의사가 되기로 한 것은 자신의 꿈이 맞기는 한데, 그것이 과연 내가 근본적으로 원하는 것이었는지에 대한 의문이 들기 시작했다. 한의원에서 치료를 하고 있는 한의사를 보면서 자신의 진로에 대해 복잡한 생각을 하게 됐다. TV 드라마에서 보는 것과 현실은 너무 달랐다.

그런 상황을 인식하고 난 후부터는 한의사가 되기 위한 공부를 하는 것이 내키지 않았다. 그러면서 공부를 조금씩 멀리하게 됐고, 급기야 고등학교에 입학하면서부터는 아예 한의사가 되지 않겠다고 선언했다. 자신은 식물이 좋기 때문에 원예를 전공하겠다고 한 것이다. 식물을 가까이하는 것은 좋으나 한의사 혼자 사람을 치료하는 것보다는, 함께 어울려 뭔가를 함으로써 다른 사람을 기쁘게 하는 것을 선택하고 싶었던 것이다.

부모님은 A양의 뜻을 꺾을 수 없다는 것을 알았기에 서운했지만 A양의 선택을 허락했다. 부모님은 A양의 뜻을 존중했지만 아버지는 쉽게 포기하지 못했다. 전교 최상위권의 성적이었고 말을 잘 듣던 딸이었기 때문이었다. 그러한 갈등 속에서 고등학교 3년을 보낸 후에 서울의 일반대학 원예학과를 지원했으나 불합격했다. 재수를 허락하지 않는 부모님의 뜻을 거스르기도 어렵고, 더 이상 학과 공부를 하기도 싫었다.

그래서 A양이 선택한 것은 서울 근교 전문대학의 원예디자인학과였다.

그러나 막상 원하는 학과에 진학을 하자 눈높이가 맞지 않았다. 다시 한 번 진로에 대한 갈등의 시기가 왔다. 휴학도 하고, 반수도 해봤지만, 결국 자신이 하고 싶었던 일을 빨리 시작하는 길을 택하기로 했다. 전문대학이었지만 대학에서 식물을 다루는 것이 좋았고, 그 식물을 이용해 다양한 디자인을 하는 것이 좋았다. A양은 장학금을 받아가면서 졸업했다.

졸업 후에 학교에서는 A양을 굴지의 한 호텔의 플로리스트로 취업시켜 줬다. 그 호텔에서 학교에서 배운 것을 기초로 작품을 구현하는 것이 즐거웠다. 같은 팀의 선배들과 함께 일하는 것도 즐거웠다. 그러다 다른 전문 회사로 스카우트됐다. 그 회사에서도 인정을 받았다. 원래 식물을 가꾸기를 좋아했기 때문에 일은 어렵지 않았다.

그 회사에서 일을 하는 가운데 사장님과 선배들이 A양에게 유학을 권했다. 전문적인 플로리스트로 제대로 성장하기 위해서는 일본이나 영국, 미국 중 한곳으로 유학을 하는 것이 좋다는 의견을 말해줬다. A양은 여러 가지로 고민하면서 조건을 살펴본 후 영국이 가장 적당하다는 결론을 내리고, 6개월간 유학을 했다. 유학생활을 하는 동안 자기가 하고 싶었던 몇 개의 심화 과정을 이수했으며, 사장님과 함께 세계 웨딩 박람회에 출품하기도 했다.

지금 A양은 세계적인 규모이면서 국내 최고인 한 호텔에서 플로리스트로 즐겁게 생활하고 있다. 플로리스트로서 기본도 갖췄고, 유학을 통해 심화 과정도 이수했으며 영어도 익혀 직장 생활하는 것이 즐겁다고 한다. 아직은 팀의 막내 플로리스트이지만 작년 10월 말에 진행된 우리나라의 유명한 배우 커플의 결혼식 꽃 장식을 할 만큼 실력도 인정받고 있다.

A양의 부모님은 아직도 딸이 일반 대학을 졸업하지 못한 것에 대한 아쉬움이 남아 있다. 그래서 편입을 권했지만 A양은 그럴 마음이 전혀 없다. 실제 생활에서 겪는 불편함이나 차별이 크면 편입을 하겠으나, 지금의 A양은 영국까지 유학을 다녀온 재원이기에 그런 불편함이 없다는 것이다. 일반 대학에 편입해 학사가 되는 것보다 장래 자신의 사업체를 갖는 것이 더 현명하다는 판단을 하며 독립을 꿈꾸고 있다.

<한국대학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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