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용섭 본지 주간

▲ 최용섭 주간

2018년 대학 기본역량 진단 결과를 두고 의견이 분분하다. 좋지 않은 성적표를 받은 상당수 대학이 진단결과 수용과 이의신청의 갈림길에서 이의신청을 선택했다. 2단계 진단대상 86개교 중 60개교가 이의신청을 했다. 그러나 이의신청처리 소위원회의 심의를 거쳐 수용된 건수는 0건이다. 1단계 진단의 문제점에 대해서는 볼멘소리가 계속되고 있다. 모든 평가에서 객관성, 공정성, 신뢰성 확보가 생명인데, 금번 진단에서는 이 기본원칙이 무시됐다는 소리다.

먼저 객관성 확보에 문제가 있다는 주장이다. 진단은 정량평가와 정성평가로 진행됐는데, 객관적 지표라고 할 수 있는 정량지표의 비중이 낮아지고 상대적으로 주관적 평가영역인 정성지표의 비중이 높아짐으로써 결과에 대한 논의 여지를 남겼다는 것이다. 외형적으로 나타난 수치보다 소프트웨어적 측면을 비중 있게 평가한다는 명분을 내세웠지만 평가의 기본원칙인 객관성 확보에는 문제를 안고 있다는 지적이다.

공정성과 신뢰성에서도 문제가 제기됐다. 금번 1단계 진단은 권역별로 상피된 3개의 진단팀이 구성됐고, 권역별 진단팀은 지표별로 3개의 진단실무팀을 뒀으며 각 실무팀은 주어진 지표의 일정부분을 담당하는 15명의 진단위원으로 구성됐다. 권역별로 3팀 그 아래 지표별로 9개 팀이 가동됐다. 진단위원 간 담합을 방지하기 위해 상호 간 논의는 엄격히 제한됐다고 한다. 동일 지표진단팀 간에도 협의가 불가능한 상황에서 다른 지표진단팀 간 협의는 더욱 불가능한 상황이었음을 유추할 수 있다.

문제는 여기에서 발생한 것 같다. 같은 지표별 진단팀이라 할지라도 권역별 심사위원 집단이 다르기 때문에 각 심사집단의 문항별 평가 기준에 따라 평가점수가 달라질 수 있는 문제를 원초적으로 안고 있었기 때문이다. 이러한 우려는 권역별 선정비율이 극심한 편차를 보임으로써 보다 분명해졌다. 전문대학 예비 자율개선대학 선정비율은 전국적으로 65.4%였다. 이 중에서 수도권은 55.8%, 강원·충청권은 75%다. 권역별로 다른 심사집단의 평가점수를 합산해 서열화한 현재의 진단 집계방식은 공정성과 신뢰성에 많은 의문을 자아낸다.

특히 공정성을 위해 마련된 상피된 3개 권역의 진단팀들이 다른 권역(자신의 권역을 포함)의 진단점수에 영향을 주게 된다는 것이다. 권역별 진단 결과를 가지고 내부적으로 어떤 조율과정을 거쳤는지 모르지만 최종 발표된 수치만으로 보면 이런 문제제기가 황당한 것만은 아니다. 일각에서 권역별 심사집단의 차이에서 비롯된 오류라는 주장이 끊임없이 제기되고 있는 것도 바로 이 때문이다. 이런 주장에 정책당국은 귀를 기울여야 한다. 논란의 소지를 없애기 위해 최종 결과를 권역별로 집계했어야 하는 것은 아닌지 되새겨볼 필요가 있다.

이런 방식대로 한다면 2단계 진단도 문제다. 교육부는 2단계 진단도 기본계획대로 추진할 것이라고 한다. 2단계 진단은 1단계 진단점수 75%, 2단계 진단점수 25%를 합산해 전국권역으로 최종결과를 낸다. 지금 방식대로라면 1단계 진단에서의 오류가 2단계 진단에서 반복될 우려가 있다. 특히 1단계 진단점수가 75%의 비율로 합산되므로 지역 간 불균형은 더욱 심화될 것이다. 따라서 2단계 진단에서라도 권역별 심사집단의 진단점수 편차 해소를 위한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 2단계 진단결과를 토대로 전국권역 보다는 5대 권역별로 선정비율을 조정하는 것도 생각해볼 일이다. 이때도 1단계에서 지나치게 낮게 평가된 지역에 대한 배려를 어떻게 할 것인지에 대한 고민을 우선적으로 해야 할 것이다.

금번 기본역량 진단이 목적한 바 ‘고등교육의 질적 수준을 제고’하고 있는지는 논외로 하더라도 평가의 기본 원칙만큼은 지키고 갔으면 좋겠다. 기본원칙을 무시한 평가추진은 그 결과에 대한 심한 반발을 살 수밖에 없고 우리나라 고등교육 생태계를 돌이킬 수 없이 파괴하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기 때문이다. 지금이라도 늦지 않았다. 2단계 평가나 최종 결과가 발표되는 8월 말까지 조정할 시간은 있다. 이번 기본역량 진단이 대학을 ‘죽이기’ 보다는 ‘살리는’ 진단이 되기를 간절히 바란다.

<한국대학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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