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축 근무에도 평가팀은 ‘비상근무체계’ 돌입, 야근·주말 근무까지

“대학 행정 기본은 교육·연구 뒷받침…행정력 낭비되고 있다” 지적도

[한국대학신문 구무서 기자] 2018학년도 1학기가 끝나면서 대학가는 여름 방학에 들어갔지만 대학 기본역량 진단 2단계를 준비하는 대학가는 방학도 반납한 채 여전히 준비에 허덕이는 분위기다.

11일 대학가에 따르면 2단계 진단 대상인 각 대학들은 보고서를 제출했거나 제출을 앞두고 있다. 교육부는 지난달 20일 1단계 가결과를 발표하면서 2단계 진단 대상 대학은 4년제 일반대는 11일까지, 전문대학은 12일까지 보고서를 제출하도록 했다. 1단계 가결과 발표 이후 60개 대학들이 이의신청을 했으나 모두 받아들여지지 않으면서 2단계 진단 대상 86개교는 보고서 작성에 들어갔다.

대학가는 방학 기간이 되면 보통 휴식과 재충전을 하는 시간으로 보낸다. 일부 대학들은 오전이나 오후 근무 시간을 줄여 교직원들의 휴식 시간을 보장해 주기도 한다.

그러나 대학의 사활이 걸린 대학 기본역량 진단을 준비해야 하는 기획·평가팀은 중노동을 벗어날 수가 없다. 충청지역 한 대학 평가팀 관계자는 “학교는 단축 근무를 하지만 우리는 비상근무체계로 돌입했다”고 전했다.

1단계 보고서 작성과 대면평가 준비 때에도 교직원들은 야근과 주말 근무를 불사하며 대학 기본역량 진단 준비에 몰입했다. 이번 2단계는 1단계보다 파급력과 심각성이 커 업무 강도는 더 높다.

특히 1단계 가결과 발표 이후 약 3주 안에 보고서를 새로 내야 하는 촉박한 일정 때문에 업무 부담이 더 가중됐다는 의견도 있었다. 2단계 진단에서는 △전공 및 교양 교육과정 △지역사회 협력·기여 △대학 운영의 건전성 등 1단계와는 다른 지표가 포함돼있다. 대경·강원권 한 대학 기획팀 관계자는 “거의 2주 안에 보고서 작성에다가 증빙서류까지 다 모아야 하니까 시간이 너무 부족하다”며 “거의 집에도 못 가고 학교에서 잔다. 다들 그런 것 같다. 오늘도 어제까지 밤을 새우고 아침까지 보고서 만들었다”고 토로했다.

보통 대학 교직원들도 방학 기간에 휴가를 보내지만 분위기상 휴가 쓰기조차 여의치 않은 실정이다. 부산·울산·경남권 한 기획처장은 “실사 나온다는데 그것도 준비해야 하고 일단 학교가 살아야 하니까 결과가 좋게 나와야 한다”며 “(휴가) 그런 건 나중 문제”라고 말했다.

대학가에서는 여전히 대학 기본역량 진단에 대한 성토와 비판이 나왔다. 특히 이 진단의 목적인 교육의 질이 전혀 담보되지 않고 소모적인 행정만 가중된다는 지적이다. 김병국 대학노조 정책실장은 “평가를 주기적으로 하다보니 지표 관리를 꾸준히 해야 하기 때문에 사실상 평가 준비는 평가 때만 하는 게 아니라 상시적으로 이뤄진다”며 “대학 행정이라는 게 교육과 연구를 뒷받침하는 건데 그 행정력이 평가 준비에 다 투입되다 보니 실제 교육과 연구에 투입돼야 할 인력이 고스란히 그쪽으로 빠져나가면서 제대로 된 교육과 연구 뒷받침이 안 된다. 행정력이 많이 낭비되고 있는 상황”이라고 했다.

저작권자 © 한국대학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