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대학신문 주현지 기자] 한국방송통신대는 1972년에 설립된 이후 국내 최초의 원격교육대학이자 우리나라 평생교육의 산실이다. 지난 2월 류수노 총장이 한국방송통신대 역사상 최초의 동문 출신 총장으로 취임하게 됐다.

류 총장을 필두로 방송대는 우리나라 대표 국립 원격교육대학으로서 변하고 있는 고등교육 수요를 충족하고, 원격교육 혁신을 위해 박차를 가하고 있다. 더불어 류 총장은 원격교육의 발전을 위해 타 사이버대학들과 상생협력 모델을 구축하겠다는 계획이다. 류 총장을 만나 자세한 이야기를 들어봤다.

- 방송대 출신으로 첫 총장이 됐다. 소회가 궁금하다.
“동문으로서 최초의 교수, 최초의 총장이 돼 재학생과 동문 그리고 구성원들이 어느 때보다 자부심과 자긍심을 느끼고 있는 것 같아 기쁘다. 이들의 성원에 보답하고, 학우들이 자기 개발과 배움의 꿈을 이어갈 수 있도록 최고의 학습 환경을 제공하기 위해 노력할 것이다. 더불어 스스로도 끊임없는 자기 개발과 노력으로 학우들과 함께 발전해 나가는 총장이 되려고 한다. 돌이켜보면 우리 대학에서 수학한 덕분에 배움에 대한 제 희망이 커질 수 있었고, 지금 이 자리까지 오게 된 것이라 생각한다. 앞으로 우리 동문이나 학생분들 역시 그들의 삶에서 희망을 찾아가는 데에 도움이 될 수 있도록 기여하고 싶다.”

-방송대의 교육 방향은 어떻게 변화해가고 있나.
“1970년대부터 국내 재수생이 증가하는 것이 사회적으로 큰 문제로 대두됐다. 우리 대학은 재수생 문제를 해결하면서 고등교육을 변화시키는 데에 초점을 맞췄다. 하지만 이제 시대가 많이 변했다. 100세 시대에 도래하면서 교육에 대한 사회적인 욕구가 다양해졌다. 퇴직자들이 두 번째 혹은 세 번째 직업을 갖기 위한 지식 습득, 삶의 만족도 향상 등의 이유로 많은 사람들이 방송대를 찾고 있다. 이러한 흐름에 발맞춰 방송대의 교육 방향을 바꾸고 있다.”

-방송대만의 장점을 소개한다면.
“우리 대학의 가장 큰 장점은 학습자가 원하는 시간과 장소에서 PC나 스마트폰, TV를 통해 언제 어디서나 자신에게 맞는 학습방법으로 공부할 수 있다는 것이다. '워라밸(Work and Life Balance)' 시대에 일과 학습을 병행하고자 하는 ‘샐러던트(Saladent, 공부하는 직장인)’에게는 대단히 매력적인 부분이다. 또 온라인 강의의 단점을 보완하는 출석수업 기반의 온‧오프라인 블렌디드 러닝 시스템은 타 사이버대학과 차별화되는 방송대만의 강점이다. 무엇보다 한 학기 30만원대라는 부담 없는 등록금과 연 160억원의 풍성한 장학 혜택, 우수한 교수진의 교육 콘텐츠는 국민을 위한 교육복지 보편화에 방송대가 앞장서고 있음을 보여준다.”

-방송대의 특성화 분야로는 무엇이 있나.
“방송대는 사회복지학과를 비롯한 23개 학과뿐만 아니라 ‘프라임칼리지’라는 ‘선취업‧후진학’ 학사학위 과정도 운영하고 있다. 재직연한에 관계없이 직장인이기만 하면 누구나 입학할 수 있고, 수업과 시험이 모두 100% 온라인으로 운영된다. 이 밖에도 프라임칼리지에서는 재직자 기초과정, 제2인생설계 준비과정 등 평생교육을 위한 다양한 비학위과정도 운영한다. 또 국내서 유일하게 대학교육 강의와 다양한 평생교육, 교양프로그램을 TV 채널을 통해 전 국민에게 무료로 제공하고 있다. 대학원과 경영대학원 과정도 온라인으로 운영하고 있으며, 대학원 등록금도 상당히 경쟁력 있다.”

- 방송대와 타 사이버대학을 경쟁 구도로 생각하는 것이 일반적인 것 같은데.
“우리 대학과 사이버대가 잠재적인 학생들을 서로 유치시키기 위해 경쟁한다고 생각하기 쉽지만, 이제는 경쟁구도보다는 원격교육의 파이를 확대할 수 있는 상생협력 모델을 구축하는 것이 필요하다. 이를 위해 부임 후 원격대학협의회, 사이버대학들과 공동포럼 등을 주최하고 있다. 오프라인 대학들의 재정적 상황이 어려워지면서 ‘평생교육 단과대학’이라는 이름으로 온라인 영역까지 교육을 확장하고 있다. 따라서 사이버대학들과 다양한 협력을 통해 원격 고등교육 기관만의 장점을 확립해야 할 시기라고 생각한다. 더 나아가 원격 고등교육의 새로운 방향과 비전을 함께 제시하며 원격 고등교육의 새 시대를 열어갈 계획이다.”

-고등교육 시장이 점차 어려움에 직면하고 있는 상황이다. 타 사이버대학뿐만 아니라 일반대학, 전문대학 등 고등교육 기관들과의 협업 역시 필요해 보이는데.
“그렇다. 국내 대학 간 경쟁이 아닌 세계적인 경쟁시대다. 사이버대학, 일반 국립대학, 전문대학, 사립대학 등 저마다 설립 목적과 취지, 서로 경쟁력 있는 부문을 고려해 역할 분담이 필요하다고 본다. 가령 모든 국립대학의 학과와 교과과정 등이 유사하고, 특성화가 약한 것이 아쉽기도 하다. 이로 인한 국가적 손실도 상당하다고 본다. 고등교육 기관들과의 협업에 앞서 대학교육 정책의 큰 틀이 우선 변해야 한다.”

-미래의 고등교육은 이러닝(e-learning) 형태가 될 것으로 보인다. 50년 가까이 원격교육의 입지를 굳혀온 방송대로서 향후 계획이 있다면.
“방송대는 그간 국내 최초의 원격교육 체제와 부담 없는 등록금으로 고등교육 보편화에 앞장서왔다. 앞으로도 명실상부한 대한민국 원격교육과 평생학습의 대표 대학으로서 공공성을 강화해 나가고자 한다. 최근 남북 및 북미 정상회담의 연이은 성사로 한반도에 불어오는 평화의 기운이 예전과는 확연히 다르다. 통일 전후에 교육과 관련해 발생할 것으로 예상되는 여러 가지 문제에 대응할 수 있는 다양한 시나리오를 준비하고 있다. 특히, 통일 전 남북의 이질적 문화 체제를 극복하기 위한 계획에 대해 고민 중이다. 문화 이질감을 해소하기 위한 방안으로는 △교육 프로그램의 제작 및 방영 확대 △북한 측과 공동 프로그램 제작 등이 있다. 방송대의 지난 반세기 동안 집적해온 대학 및 시설 운영, 교육콘텐츠제작 경험 등을 활용해 한반도 평화 번영과 발전에 기여하고자 한다. 또 통일 후 빠른 안정화와 사회문제 최소화를 위한 교육의 한 축을 담당할 수 있도록 하겠다.”

-원격 교육을 해외로 전파하기 위해 어떤 노력을 하고 있나.
“우리 대학은 아시아를 넘어 아프리카 개발도상국에 한국의 우수한 원격교육 시스템을 널리 알리며 ‘원격교육 한류’에 앞장서고 있다. 코이카(KOICA)의 글로벌 연수사업을 지원할 뿐만 아니라 개도국 대학의 발전을 도모하는 유네스코 유니트윈 주관 대학으로 우수한 교육시스템을 보급하는 데 최선을 다하고 있다. 방송대는 2014년부터 3년간 콩고민주공화국에 대한 원격교육모델 전수 사업을 시작으로 짐바브웨‧모잠비크‧르완다 등에도 원격교육모델 컨설팅을 진행하고 있다. 또 올 초에는 하노이개방대학, 말레이시아 개방대학, 몽골과학기술대학교 등의 관계자들이 방송대 본관에 모여 네트워크 활동 계획을 논의하고 사업을 구체화했다. 이처럼 해외 원격교육모델 전수 사업은 이제 방송대의 경쟁력이 됐다. 국내 최초 원격교육 기관으로서 지속적인 원격교육 전파 사업에 힘쓰며 학교를 넘어 우리나라의 위상을 높여가겠다.”

-국내 유일 국립 원격대학으로서 교육부에 바라는 점이 있다면.
“방송대학TV(OUN)는 학부생을 위한 방송 강의뿐만 아니라 일반인들을 위한 평생교육 및 교양 프로그램이 방영되는 국내 유일의 고등교육 전문채널이다. 국내 대학 중에는 유일하게 TV 채널을 보유한 방송대의 인프라를 활용해 교육부에서 대국민 평생교육 확대와 대학교육의 허브채널로 자리매김할 수 있도록 지원해주길 바란다. 또 선취업·후진학 과정 및 평생교육 허브대학 운영에 대한 지속적 지원이 절실하다. 방송대 프라임칼리지는 국민의 생애주기 및 학습요구 부응에 따른 맞춤형 교육 지원, 일·학습 병행의 정부 정책 방향의 따라 선취업·후진학 학위과정, 재직자 기초과정, 제2인생 설계 준비과정 등 국정사업을 수행하고 있다. 수년간 개발된 콘텐츠를 대국민 및 유관기관에 공유·보급해 왔는데 2019년부터 국정사업 종료로 개발된 콘텐츠의 안정적 운영은 물론, 대국민 보급이 곤란한 상황이다. 선취업·후진학 사업의 성과를 지속시키고 등록금 안정화를 위해 지속적인 예산 지원 및 교원과 운영 인력이 필요하다.”

▲ 이인원 본지 회장(오른쪽)과 류수노 총장이 환담을 마친 후 함께 웃고 있다.

■ 류수노 한국방송통신대 총장은…

한국방송통신대에서 농학을 전공했다. 1989년과 1993년 충남대에서 각각 석사와 박사학위를 취득하고, 지난 1999년부터 방송대 농학과 교수로 임용돼 후학을 양성해왔다. 한국작물학회 회장과 농촌진흥청 녹색성장 기술위원회 자문위원, 방송대 충북지역대학 학장 등을 역임했다. 2018년 2월 한국방송통신대 제7대 총장으로 취임했다. 임기는 2022년 2월 13일까지 4년이다.

<대담 = 이인원 본지회장 / 사진 = 한명섭 부국장 겸 사진부장 / 정리 = 주현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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