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승후 전국진학지도협의회 정책국장·대학별고사 연구팀장

자소서 공통문항 1번은 ‘고등학교 재학기간 중 학업에 기울인 노력과 학습 경험을 통해, 배우고 느낀 점을 중심으로 기술해 주시기 바랍니다’라는 내용을 띄어쓰기 포함 1000자 이내로 작성하는 문항이다. 문항을 나눠서 분석해보면, ‘고등학교 재학기간 중’은 고등학교 이전의 기록은 학생부에 없으므로 의미 있게 읽지 않는다는 뜻이다. ‘학업에 기울인 노력과 학습 경험’은 교과 성적보다 큰 개념인 학업을 의미하므로 자신이 주도적으로 몰입한 활동을 기술하면 된다. ‘배우고 느낀 점’은 활동위주의 나열형 글쓰기가 아닌 배운 점, 느낀 점 그리고 달라진 점을 기술하라는 뜻이다. ‘1000자 이내’라는 제한 조건을 지키려면 한 문장을 80자 이내로 짧게 써야 한다. 그렇다고 모든 문장을 짧게 쓰라는 것은 아니다.

평가자 위주의 글쓰기는 단문이 기본이다. 하지만 단문은 유려한 멋과 깊이가 떨어진다. 단문(80자 이내)과 장문(80~120자)을 섞어 쓰는 게 좋다. 7 대 3이나 8 대 2 정도로 어우러져 리듬감 있는 글이 바람직하다.

1번 문항은 지원자가 지적 호기심을 가지고 몰입해 자기주도적으로 학업역량을 발전시킨 사례를 묻는 문항이다. 2번, 4번 문항과 더불어 지원자의 학업역량과 전공적합성을 가장 잘 표현할 수 있는 문항이다. 1번 문항을 가장 적절하게 표현한 성어는 ‘不狂不及(불광불급, 미치지 않으면 미칠 수 없다)’이다. 예를 들어 ‘통계학’에 지적 호기심을 가진 학생이 통계학에 대해 알기 위해 네이버캐스트 등에서 자료를 찾아보고, 관련 책을 읽는다. 유튜브, 테드, K-MOOC, KOCW 등에서 강의도 듣는다.  여기에 머물지 않고 자신만의 통계학 노트를 만들어 통계 관련 사이트를 돌아다니며 통계학 관련 전문 용어를 공부하고 이를 토대로 스스로 결과보고서를 작성해 봤다면 1번 항목에 적합한 몰입 활동을 한 것이다. 예를 더 들어보면, 생명과학 시간에 했던 DNA 관련 내용이 재미있어 책을 찾아봤다든지, 그것과 관련해 실험설계를 제안해서 진행했다든지 등 관심 분야의 계기와 그 관심을 어떤 방법과 노력으로 발산했는지, 그래서 지금 관심이 어느 단계에까지 와있는지 등이 있으면 좋다. 이런 학생들을 평가자는 높게 평가한다. 즉, 지적 호기심을 가지고 자기주도적으로 지식을 습득하고 학업역량을 발전시킨 우수한 사례인 것이다. 요컨대 1번 문항에는 누구의 강요가 아닌 스스로 좋아서 몰두했던 공부경험을 쓰면 된다. 단, 공부의 결과가 아닌 과정의 이면을 구체적으로 기술하는 것이 핵심이다.

그런데 많은 학생이 ‘내신에서 좋은 점수를 얻기 위해 어떻게 공부했는지’를 쓴다. 고등학교 때 특별히 한 게 없다는 뜻이다. 2년 반 동안 ‘호기심’이라는 걸 가져본 학생이 많지 않은 것 같다. 몇 등을 했는지, 점수가 얼마나 올랐는지는 학생부에 다 나와있다. 따라서 내신 성적을 올린 과정과 공부법(학습법)에 그치기보다는 희망 학과와의 연계성을 밝히면 좋다. 자소서 1번은 지원자의 학업역량을 드러내는 항목이다. 그런데 대부분 학생이 공부법을 바꿔 성적이 향상됐다는 이야기를 쓴다. 예컨대 ‘수학 성적이 떨어져 공부법을 바꾸고 학습 플래너와 오답노트를 작성하기 시작한다. 그리고 학교 보충수업을 통해서 부족한 부분을 보완하고 야간자습 시간을 이용해서 복습했더니 수학 성적이 올랐다’라는 식의 스토리텔링이다. 물론 1번 항목의 주제와 맞지 않는 것은 아니지만 문제는 학생들이 너무 많이 쓰고 있어서 평가자가 식상해한다는 것이다. 입학사정관들이 공부법을 다 외울 정도라고 한다. 공부법을 평가할 수는 없으니 변별하기도 어렵다.

학업역량을 드러낼 때는 자신만의 노력과 준비 그리고 차별성, 심화한 내용이 포함돼야 한다. 교과목은 쟁취해야 할 ‘정복대상’이 아니라 흥미를 느끼는 ‘탐구대상’으로 기술해야 하며, 실패 경험도 솔직히 담는 것이 좋다. 또 동기와 활동을 장황하게 쓰기보다는 의미, 결과, 변화 내용을 강조해야 한다. 하나의 활동을 쓰는 경우가 많지만 연계성이 있는 두세 개의 활동을 쓴다면 평가자가 지원자의 역량을 다각도로 볼 수 있어서 좋다. ‘학업에 기울인 노력과 학습 경험’을 쓰라고 했기 때문에 교과 수업이 아니더라도 본인이 호기심을 가지고 몰입한 활동이라면 얼마든지 훌륭한 소재가 된다. TV, 유튜브, 신문, 잡지 등 매체를 활용 한 간접 경험도 지속적 관심과 노력을 기울였다면 1번의 글감으로 사용해보자.

1번 문항의 학업역량은 어렵게 생각할 필요가 없다. 어떤 분야에 한번 미쳐보자. 그 분야가 전공적합성까지 맞는다면 더할 나위가 없다. 교과 내에서 종적으로 깊이 파고든 경험, 교과 간을 횡적으로 넘나든 경험, 즉 ‘지식확장형 경험’이 1번 문항의 핵심 소재라는 걸 명심하자. 도전과 그 문제해결 과정에서 느끼는 성취감을 맛본 사람은 배움의 과정을 즐기게 된다. 지적호기심을 학업역량으로 발전시키는 자기주도적 과정을 공자님은 이렇게 표현하셨다.

“아는 사람은 좋아하는 사람만 못하고, 좋아하는 사람은 즐기는 사람만 못하다.”

<한국대학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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