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용래 호남대 교수(축구학과)

▲ 김용래 호남대 교수(축구학과)

[한국대학신문 김준환 기자] ‘2018 러시아 월드컵’이 16일 결승전을 마지막으로 대단원의 막을 내린다. 이번 월드컵에서 한국 축구는 16강 진출에 실패했지만 세계 최강 독일을 꺾고 축구 역사를 새롭게 쓰는 이변을 일으켰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국 축구에 늘 꼬리표처럼 따라붙는 것이 바로 공격력 취약 논란이다.

이런 가운데 한국 축구의 문제점과 제언을 담은 학술논문이 발표돼 화제다. 그 주인공은 김용래 호남대 축구학과 교수. 김용래 교수는 ‘2018 러시아 월드컵 아시아 예선경기 중 한국 축구 국가대표팀의 포지션 및 15분 단위 경기력 비교 분석’에 관한 연구 논문을 최근 발표했다. KBS 해설위원과 대한축구협회 기술위원장을 역임한 이용수 세종대 교수와 함께 한국체육과학회지에 공동 저자로 이름을 올렸다. 

논문 내용을 보면 2018 러시아 월드컵 2차 예선 7경기와 최종예선 7경기 등 총 14경기를 분석 대상으로 삼았다. 여기에서 포지션 24개 요인과 15분 단위 28개 요인으로 구분했고 공격수·미드필더·수비수 등 포지션별 경기력의 차이와 15분 단위 경기력의 특성을 비교 분석했다. 

김 교수는 “축구 경기는 90분 동안 진행되는데 보통 15분 단위로 나눠 경기력을 평가하게 된다”며 “이 같은 데이터를 보면서 한국 축구 대표의 객관적인 경기력 수준을 파악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기준까지 마련한다는 차원에서 의미가 있다”고 평가했다. 

논문에 따르면 포지션별 24개 경기력 요인을 분석한 결과 공격수는 공격시도에서만 가장 높은 결과를 보였다. 미드필더는 공격움직임, 공격시도 성공, 패스, 패스정확도, 짧은 패스, 짧은 패스 정확도에서 가장 높은 결과를 보였다. 수비수는 선수 움직임, 선수 움직임 성공, 수비수 움직임 성공, 공격 움직임 성공, 상대선수와 경합시도 성공, 공중 볼 시도 성공, 수비시도, 수비시도 성공, 패스 정확도, 논스톱 공격, 논스톱 공격 정확도에서 가장 높은 결과를 보였다.

이는 공격수가 공격시도에 필요한 기술실현에 한계를 드러낸 대목이며 공격을 미드필더가 더 주도했다는 방증이라고 김 교수는 분석한다. 김 교수가 특히 주목하는 부분은 공격수는 공격시도에서만 높은 결과를 보이고 있고 나머지 23개 요인에서는 낮은 결과를 나타내고 있다는 점이다. 공격은 열심히 시도했지만 결과적으로 성과는 없는, 다시 말해 비효율적인 축구를 했다는 얘기다.   

최근 들어 스포츠에서 데이터를 분석한 논문이 점차 확대되는 추세다. 그런데 정작 문제는 현장에서 이러한 논문들을 받아들이고 활용할 수 있는 측면이 크지 않다는 점이다. “경기분석을 위해 활용되는 솔루션이나 장비들의 가격이 꽤 나간다. 이런 점을 고려할 때, 아마추어 축구 현장에 있는 팀들이 경기 분석을 하려면 넘어야 할 장애물이 큰 셈이다.” 결국 데이터와 IT를 접목해 경기력을 분석한 이러한 논문들은 한국 축구는 물론 축구 현장에서 뛰는 선수들의 경기력을 향상시키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는 게 김 교수의 설명이다. 

김 교수는 논문의 한계점도 언급했다. 그는 “향후 연구에서는 유럽이나 남미와 같은 나라와 비교하면서 한국 축구 대표팀이 세계 시장에서 어떤 위치에 있는지 파악하는 게 필요할 것”이라고 말했다. 또 “이번에 분석한 경기를 보면 이른바 톱스타나 상위 레벨에 있는 선수들이 대거 참가하지 못했던 점은 아쉬운 부분”이라고 밝혔다.  

한국 축구의 미래를 위해 애정 어린 쓴소리도 아끼지 않았다. “논문에서 얻은 결과로 미뤄보면 획일적인 성적 위주의 상급학교 진학 시스템, 팀 우승 여부로 지도자의 능력을 판단하는 풍토로 인해 선수들의 창의성이 상실되고 이른바 잠그는(수비위주) 축구를 할 수밖에 없는 분위기가 형성됐다. 눈앞의 성적에 급급해 ‘이기는 축구’에만 매달리지 말고 선수들의 창의적 플레이를 펼칠 수 있는 분위기를 만들어가야 한다. 그래야만 한국 축구의 발전을 기대할 수 있을 것이다.” 

 

저작권자 © 한국대학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