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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집대학이미래를만든다
[특별대담] 성낙인 서울대 총장 “임기동안 복지·교육 목표 이뤄 …받은 것 나눔으로 돌려줄 때”연구 인프라 확충·시흥캠퍼스 문제 등 아쉬움 남아
이지희 기자  |  easy@unn.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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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8.07.15  09:56: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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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동선을 추구하는 선한인재’ 계속해서 길러주길
“받은 것을 돌려 줄 때…복지재단 등에 도움 주고파”

   
▲ 성낙인 서울대 총장(사진= 한명섭 기자)

[한국대학신문 이지희 기자] 다사다난했던 4년의 시간이 흘렀다. 서울대 수장으로 걸어온 4년은 결코 쉽지 않은 길이었다. 그래서인지 떠나는 성낙인 서울대 총장의 뒷모습에서는 시원섭섭한 기색이 함께 묻어나왔다.

성낙인 총장이 19일 퇴임을 앞두고 있다. 어지러워진 집무실이 성 총장의 퇴임시기가 가까워져 오고 있음을 말해주고 있었다.

성 총장은 인터뷰를 진행하는 동안 학생 복지와 교육 정책에 있어서만큼은 본인이 추구했던 목표를 달성했다고 자부했다. 동시에 연구시설 등 인프라 확충 측면에서는 임기 내 청사진을 완성하지 못한 아쉬움도 깊게 내비쳤다. 그 때문일까, 향후 서울대를 이끌어갈 이들과 정부에 남기는 당부의 말도 잊지 않았다.

이날 대담은 딱딱한 정책과 대학 운영을 논하기 보다는 자연인으로 돌아갈 성 총장의 개인적인 소회와 솔직한 생각을 들여다볼 수 있는 시간이었다.

- 곧 퇴임을 앞두고 있는 상황에서 후임 문제가 복잡해졌다.
“퇴임을 하게 되면 모두 내가 임명한 보직자이기 때문에 일주일 이내에 임기가 만료된다. 공백이 생겨 여러 가지 방법을 구상해봐야 하는데 구성원들의 합의가 필요하다. 본부 보직자, 대학평의원회와 학사위원회, 단과대 학장 등 학내 기구에서 의견을 모아준다면 해결될 수 있을 것으로 본다.”

- 취임 전 서울대 총장으로서의 포부가 있었을 것 같은데 어느 정도나 달성했다고 생각하나.
“복지 분야에서는 어느 정도 목표를 달성했다고 본다. 취임 당시 취임사에서 공동선을 가진 선한 인재를 만들어 내겠다고 약속한 바 있다. 복지 측면에서는 서울대에 들어올 우수한 인재들이 의식주 걱정 없이 공부할 수 있도록 해줘야겠다고 마음먹었다. 항간에서는 서울대가 강남 부잣집 자제들만 오는 것이 아니냐고 하지만 절대 아니다. 재벌 자제도 있겠지만 가꾸지 않은 원석 같은 학생들이 지방과 도서벽지에서 올라와 공부할 수 있는 기회를 만들어주고 싶었다. 2015년부터 예산을 들여 연차적으로 아침·점심·저녁을 1000원에 식사할 수 있도록 했다. 지금은 하루 세끼 모두 1000원에 제공한다. 차상위계층 학생들에게 30만원의 생활비를 주는 제도도 만들었다. 만든 첫해 750명의 학생이 신청했고 그 다음 학기 100명이 늘어났다. 이렇게 혜택을 받은 인재들이 사회에 나가 지도급 인사가 되면 그때 남북동서, 빈부격차로 찢어졌던 우리 사회를 복원할 선한 인재가 될 것이라 믿는다.”

- 교육 분야에 대해 세운 목표도 만족스러운가.
“서울대가 연구중심 대학을 표방하게 되면서 약간의 딜레마가 생겼다. ‘연구중심’이라는 캐치프레이즈에 매몰돼 교수들이 자기 연구에만 몰두하고 있다. 그러다보니 학생 지도에 소홀해지는 측면이 있다. 학생들이 교수와 대면 기회가 많아야 하는데 그러지 못했다. 학생지도가 억지로 되는 건 아니지만 학생과 교수의 대면을 기회를 늘리고, 대화채널을 강화하고자 하는 측면에서 고민을 했다. 특히 경쟁에 적응하지 못하는 학생들을 위해 취임 후 상담 예산과 공간, 인력을 두배로 늘렸다. 학생 자살률이 줄어 보람을 느낀다.”

   

- 복지·교육과 같은 무형의 가치도 중요하지만 대학의 인프라도 중요한데.
“솔직히 말하자면 연구시설은 아직도 취약하다. 현재 전 세계적으로 산학협력 체계가 갖춰지고 있는데 2년 전 프랑스에 가보니 대학과 기업의 만남이 자유롭고 전국 대학이 참여하고 있던 것을 목격했다. 그래서 지난달 낙성대에 연구공원을 조성해 서울대 삼성전자 연구소를 오픈했다. 학생과 교수들이 참여하는 프로젝트도 진행 중이다. 지금 관악캠퍼스가 포화상태라 시흥캠퍼스가 산학협력의 전진기지 역할을 해줄 것으로 기대했다. 정부에서 보조는 여전히 부족한 측면이 있다. 물론 서울대만 지원할 수 없기 때문에 그런 부분은 이해한다. 이제는 기업과 같이 협동하지 않으면 살아남기 힘들다. 또 (퇴임 전) 시흥캠퍼스에 국립대 학생들이 함께 참여할 수 있는 고등교육 혁신센터를 짓기 위해 발전기금으로 예산을 마련해둔 상태다.”

- 큰 목표를 가지고 서울대를 발전시켜왔지만 여전히 서울대가 도쿄대나 베이징대에 뒤지고 있다는 지적도 있다.
“이들 대학에 비해 취약한 점은 한 가지다. 국제화 지수다. 홍콩과기대·싱가포르대학 등은 100%는 영어 수업을 진행한다. 국제화 지수에서는 400등까지 랭킹이 나오는데 서울대·도쿄대·베이징대는 이 지수 안에 들지 못한다. 그런 점에서 서울대는 국제화를 위해 애를 많이 썼다. 전 세계 500개 대학과 MOU를 맺었고, 학생들이 언제든 원하는 대학에 가서 공부할 수 있도록 지역도 늘렸다. 서울대 학생만 나가있는 것이 아니라 전 세계에서 모인 500명의 학생들도 서울대에서 강의를 듣고 있다. 외국인 교수 100여 명이 있지만 수를 늘리고, 영어 강의도 대폭 늘려야 한다. 국제화 지수를 올리지 못하면 랭킹도 올라가지 않는다. 그 외에는 서울대가 크게 뒤질 것이 없다고 본다.”

- 대학은 전임자의 계획을 후임자가 이어가는 경우가 많다. 차기 후임 총장이 더 발전시킬 필요가 있는 것은.
“앞선 말한 ‘공동선을 추구하는 선한인재’를 만들어내는 일이다. 또 국제화에 있어 취약한 점을 보강했으면 하는 바람이 있다.”

- 일각에서는 대학 총장도 이제 CEO가 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반면 서울대만은 지성의 상징인 학자가 맡아야 한다는 의견도 팽팽하다.
“한 사람이 모든 능력을 다 갖추기 힘들기 때문에 나온 얘기다. 다만 대학 총장은 전 세계적으로 지성의 상징이란 측면이 여전히 강하다. 학자로서의 수월성은 분명 갖춰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동료 사회에서도 리더십 발휘가 어렵다. 베를린자유대학 총장은 독문학자다. 도쿄대 총장은 대외활동은 전혀 하지 않는다. 둘의 공통점은 학문적 권위와 인격이 있다는 점이다. 지성의 상징에 CEO의 개념이 가미되면 좋겠지만 대학 총장은 학자가 맡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 서울대 법인화 이후 상황은 어떤가. 보다 자율적이고 재정적으로 넉넉해졌나.
“처음 가는 길은 어렵다. 전혀 수월하지 않다. 일본은 모든 국립대가 법인화되면서 파워가 있지만 서울대는 외톨이다. 국립도 사립도 아닌 이른바 샌드위치 신세다. 법인이 됐다고 과세 대상이 된다. 일본은 법에서 국립대 법인에도 면세조항이 있다. 오죽하면 총장의 주요 업무 중 하나가 세금을 줄이는 일이었다. 애초에 법안을 만들 때 이런 부분을 고려했어야 하는데 핑퐁게임을 하다가 세월을 다 보내버렸다.”

- 그럼에도 여전히 서울대는 한국 고등교육에서 의미하는 바가 크다.
“지금까지 대학은 세계와의 경쟁이 필요 없었다. 4차 산업혁명 시대로 접어들면서 대학이 전 세계적 트렌드와 맞물려 돌아가게 됐다. 여기에 가장 빠르게 적응했던 곳이 서울대다. 그런 의미에서 로봇·AI·빅데이터 등 여타 4차 산업혁명 선도국가들과 동일한 수준으로 교육을 이끌어 나가야 하는 책무가 서울대에 부여돼 있다고 본다. 현재 자율자동차 분야에 있어 서울대에 저명한 교수 두 분이 있는데 기술 경쟁력이 세계 5위 안에 든다. 조금 말썽은 있었지만 시흥캠퍼스도 스마트 시티로 명명했다. 그 안에 자율자동차뿐 아니라 빅데이터, 데이터 사이언스 혁신대학원 등이 자리하고 있다. 또 임기 내 완성하지는 못했지만 정부 협조를 받아 전문대학원을 만들고 현대차·삼성전자·SK텔레콤이 공동 참여하는 프로젝트를 최초로 시행했다. 그런 점에서 서울대가 대응을 잘하고 있고, 앞으로는 국가에서도 적극적으로 이러한 부분을 지원해줘야 한다.”

- 서울대의 사명도 크다. 앞으로 서울대는 어떤 역할을 해야 할까.
“이 역시 딜레마다. 우리 사회에 리더가 될 사람이 없다. 리더십을 통해 대학의 사회적 책임을 이행해야 한다. 베이징대 기념식에 참석해 기조연설에서도 대학의 사회적 책임을 강조했었다. 대학이 지성공동체뿐만 아니라 사회적 책임을 함께하는 공동체가 되는 길을 서울대가 좀 더 열어줬으면 하는 바람이다.”

- 공동체를 언급했는데 우리 사회의 공동체 의식이 약해지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예일대는 4년 내내 학부 학생이 기숙사 생활을 한다. 가능하면 공동체 의식 함양을 위해 집단생활을 해볼 필요가 있다. 시흥캠퍼스에서 이를 위해 1년만이라도 기숙사 생활을 논의했지만 잘 안 됐다. 후임 총장들은 만일 학생들이 반대하지 않는다면 1학년 기숙사 의무제 공약이 나오기도 했다.”

- 개인적인 질문으로 넘어가보자. 최근 헌법 개정 얘기가 나오고 있다. 내각책임제와 대통령중심제에 대해 헌법학자로서 개인적인 의견은 어떤가.
“국민들은 제왕적 대통령제도에 실망했다. 내각제도 이전에 봐왔듯 제1권력자가 총리가 됐다. 나눔을 하지만 실패한 경우다. 우리 헌법에서도 대통령 재임 중에 단일 야당이 의회 절대수를 가지면 독과점 체제가 될 수밖에 없었다. 독식하려는 생각을 버리고 나눠 가지려는 생각을 해야 한다.”

- ‘자유’를 뺀 민주주의 논의도 있다. 이는 어떻게 생각하나.
“과거부터 논쟁이 됐던 사안이다. 다만 우리 헌법에는 민주주의와 자유민주주의가 다 섞여있다. 자유민주주의가 정답이라는 데 이론의 여지가 없다. 자유민주주의는 사회의 다원성을 인정하고 수용하는 차원이라면서 교과서에서도 자유민주주의, 다원주의 등으로 쓰이고 있다. 규정의 표기를 가지고 논쟁을 벌이는 시기는 이미 지났다고 본다.”

- 역대 서울대 총장들 중에는 정계로 진출한 인물들도 많다. 성 총장의 다음 행보는.
“살아오며 나름대로 불만도 고비도 많았지만 지금 이 시점에서 되돌아보면 사회로부터 축복을 많이 받았다. 법학자로서도 더 이상 무엇을 바란다는 것은 과욕이다. 당장 재단을 만들 정도의 여유는 없지만 장학재단이나 복지재단을 만드는 데 힘을 보태고 싶다. 그런 길들이 내가 지금까지 받은 것을 나누는 길이라고 생각한다.”

   
▲ 본지 이인원 회장과 성낙인 총장이 대담을 나누고 있다.

■ 성낙인 서울대 총장은…
경기고를 졸업하고 서울대에서 법학을 전공했다. 동 대학원에서 석·박사 과정을 수료하고 파리2대학교 대학원에서 법학 박사를 받았다. 1980년 영남대 법과대학 교수로 임용된 이후 1999년 서울대 법과대학 교수에 임용됐다. 대통령자문 교육개혁위원회 위원, 서울대 법과대학 학장, 헌법재판소 자문위원, 한국법학교수회 회장 등을 역임했다. 2014년 7월 제26대 서울대 총장에 취임해 19일 퇴임을 앞두고 있다.

<대담 = 이인원 본지회장 / 사진 = 한명섭 부국장 겸 사진부장 / 정리 = 이지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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