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갑준 통일교육협의회 사무총장

2018년 4월 27일 한반도의 평화와 번영을 위한 ‘판문점 선언’ 발표 이후, 6월 12일 새로운 북-미 관계를 위한 북미 정상회담까지 싱가포르에서 이뤄지면서 남북관계에 대한 국민의 여론과 관심이 높아졌다. 이러한 흐름을 반영하듯, 미래세대를 위한 통일교육에 대한 관심이 대중적으로 높아지고 있으며, 특히, 대학생들을 위한 통일교육의 중요성이 부각되고 있다.

그러나 과거처럼 남북관계에 따라 대학통일교육의 비중이 영향을 받는 것은 건강하지 못하다. 따라서 정부와 대학사회의 체계적인 지원을 바탕으로 학생들의 참여를 높이기 위해서는 지금의 남북관계 전환을 계기로 새로운 방향을 모색해야 할 것이다. 그동안 대학과 공공기관, 민간단체에서 경험하고 기획한 통일교육을 바탕으로 대학통일교육 활성화를 위한 소견을 다음과 같이 제안한다.

첫째, 정부와 대학사회는 대학통일교육이 가지는 가치와 미래에 관해 새로운 시각을 가지고 지원해야 한다. 대학은 정치, 경제, 농학, 교육, 공학, 예술 등 그 사회의 모든 분야에서 필요한 사회인을 양성하는 최고의 교육기관이다. 대학생들은 앞으로 사회의 여러 분야에서 평화통일을 이끌어갈 중심 세대다. 한국은 분단을 극복하고, 남북 주민이 서로 존중과 배려를 통해 발전하는 통일 한반도를 이뤄가야 하는 시대적 사명을 가지고 있다. 이에 대학통일교육은 성숙한 통일의식을 갖춘 시민을 배출하는 핵심 통로가 될 수 있을 것이라 확신한다.

둘째, 일방적인 주입식 강의가 아닌 효과적이고 세련된 교수법을 통한 통일교육이 이뤄져야 한다. 긍정적인 시각에서 대학통일교육이 확대된다고 가정하더라도, 독립적인 학과의 개설은 어렵고 교양이나 특강으로 이뤄질 가능성이 클 것으로 예상한다. 그 때문에 짧은 시간에 많은 학생과 통일공감대를 나누고, 그 학생들에게 지속적인 관심사를 남겨줘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강사가 수요자의 학과와 관심사를 사전에 조사해야 할 것이다. 지금의 대학생들은 자신이 직접 콘텐츠를 생산하고, 이를 자유롭게 공유하는 세대다. 이러한 대학생들과 소통하고 통일의식을 공유하기 위해서는 민주시민교육과 청년 독서토론과 같이 수요자 중심의 참여형 교수법과 토론 기법을 적용할 필요가 있다.

셋째, 대학통일교육의 내용은 일관된 가치와 철학을 가지고 진행돼야 한다. 강사의 성향에 따라 변화하고 남·남 갈등을 부추기는 역대 정부의 통일정책, 북한의 정치 등의 내용에서 벗어나 '갈등 해결, 다름을 존중하는 가치, 평화와 세계시민의 역할' 등으로 확대된 통일교육을 해야 한다. 또 사회과학과 인문학 계열에 국한돼 진행된 통일교육의 대상이 이제는 공학, 의학, 건축학, 예술 분야 등 다양한 학과의 학생들로 폭넓게 퍼져나가야 한다. 따라서 이들이 현실적으로 통일교육의 필요성을 공감 및 실감할 수 있는 관련 교과목을 연구하고 개발해야 한다.

또 한 걸음 더 나아가 대학 사회가 합의한 공통 교재를 만들어야 한다. 공통의 교재 내용에는 강요가 아닌 토론과 존중을 바탕으로 하는 서독의 ‘보이텔스바흐’ 조약에서 시도했던 내용을 참고해볼 필요가 있다.

1990년대 이후, 통일을 대비해 전문 인력을 양성해야 한다는 목적에서 북한학과를 포함해 비슷한 학과가 여러 대학에서 생겨났다. 향후 통일을 준비하며 북한 분야의 전문 인력을 양성하기 위해 존재 가치가 다분한 학과임에도 불구하고, 관련 학과들은 상당히 줄어들었다. 이는 대학통일교육이 그동안 정부와 대학사회의 관심과 지원에서 소외돼 왔음을 시사하고 있다. 대학생들의 통일의식을 우려하기 전에 우리 사회가 그들에게 어떤 기회와 내용을 제공했는지 돌아볼 필요가 있다.

저작권자 © 한국대학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