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과 시간강사 대립 구도는 안 돼…상생방안 모색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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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사법 공청회 시위·고성…협의체 시안 놓고 갑론을박 이어져

문제는 ‘재정’ 대학가 “지속 가능한 모델 만들자”

▲ 13일 열린 시간강사법 공청회에서 한국비정규교수노조가 강사종합대책을 촉구하며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사진 = 구무서 기자)

[한국대학신문 구무서 기자] “강사는 계속 대학에 요구를 하고 대학은 재정이 어려우니까 못하겠다고 하는 수년 간 반복된 이런 논쟁은 해법이 없다. 대학과 강사 간 대립적인 구도로는 안 된다.”

헌정 역사상 전무후무한 네 차례 법 시행 유예 사태를 겪은 강사법을 놓고 ‘대학 강사제도 개선(안)에 대한 공청회’가 13일 서울교대에서 열렸다.

지난 2010년 조선대 서정민 강사가 논문 대필과 강사의 신분, 처우 등의 문제를 지적하며 스스로 목숨을 끊은 사건을 계기로 만들어진 고등교육법 일부개정법률안(강사법)은 강사에게 교원 지위를 법적으로 부여하는 내용을 담았으며 2011년 국회를 통과해 2013년 시행 예정이었다. 그러나 통과 당시에도 비용 문제로 인한 강사의 대량 해고 우려가 있었고, 대학과 강사 간 의견 차이로 유예를 거듭해왔다.

대학, 강사, 전문가 등 12명으로 구성된 대학 강사제도 개선 협의회는 내년 1월 1일 시행 예정인 강사법을 좀 더 실효성 있게 개선하고자 지난 3월부터 15차례에 거쳐 회의를 거듭해왔다.

■ 재임용·수업시수 등 쟁점 협의, 처우개선은 보류 = 협의회가 그간 논의 끝에 이날 발표한 시안에는 강사의 재임용 보장과 수업시수 제한 등 쟁점 사안에 대해 협의한 내용도 있었지만 강사들이 줄곧 주장해왔던 처우개선에 대한 내용은 빠졌다.

시안은 내년 시행 예정인 유예강사법과 같이 강사에게 교원의 지위를 법적으로 부여하도록 했다. 이에 따라 기존 학칙 또는 정관에 따라 결정됐던 강사의 임용조건도 구체적인 계약조건을 법령에 명시토록 했다. 계약기간 중 의사에 반하는 직권 면직이나 권고사직을 제한하고 불체포 특권과 소청심사청구권 보장 등 교원으로서의 신분보장책도 함께 마련됐다. 기존 강의에 국한됐던 강사의 임무도 교원에 걸맞게 학생 교육·지도와 연구로 확장됐다.

유예강사법에서 논쟁 사안이었지만 이번에 합의를 본 부분도 눈에 띈다. 임용기간은 기존 법에서 1년 이상으로 하되 1년 단위 갱신을 하고 예체능, 대체인력 등은 1년 이하로 계약을 맺도록 해 신분이 불안정하다는 지적이 있었으나 이번 시안에는 1년 미만 계약 대상을 병가나 휴직, 사망 등 긴급한 상황에 대해서만 허용했다.

임용절차는 공개임용을 원칙으로 하고 전임교원의 임용절차와 달리 간소화된 임용절차를 법령에 규정하도록 했으며 신규임용을 포함해 3년까지 재임용 절차를 보장토록 했다.

특정 강사에게 수업을 몰아줘 대량해고가 우려된다며 강사들이 반발했던 수업시수는 매주 6시간 이하를 원칙으로 했다. 학교의 장이 특별히 필요하다고 인정하는 경우에도 최대 9시간을 초과하지 않도록 단서를 달아 ‘강의 몰아주기’ 등의 꼼수를 방지했다.

반면 강사의 처우개선은 여전히 숙제로 남겼다. 이날 협의회가 밝힌 처우 개선안은 크게 세 가지로, 방학 중 임금, 퇴직금, 건강보험 등이다. 방학기간은 수업을 하지 않아 임금 지급이 안 돼 강사들에겐 ‘보릿고개’로 불렸다. 시안에는 방학기간 중 강의를 하지 않더라도 강사에게 임금을 지급하기로 했으나 구체적인 사항은 임용계약으로 정하도록 했다.

퇴직금은 법적인 요소가 부딪힌다. 일반적인 노동법을 보면 퇴직금은 1년 이상 근무하고 주 15시간 이상, 한 달 60시간 이상 근로자가 퇴직금 지급 대상이다. 시안대로 법이 바뀌면 1년 이상 근무 요건은 충족되지만 주 15시간 이상, 한 달 60시간 이상 근무는 부합되지 않는다. 시안에는 일단 현행 노동법 규정에 따라 처리하되 향후 별도의 기금을 마련해 퇴직금을 지급하자는 내용이 담겼다.

건강보험도 비슷한 상황이다. 현재 국민건강보험법 시행령에는 월 60시간 이상 근무 기준을 충족해야 직장 건강보험에 가입할 수 있다. 단, 국민연금이 3개월 이상 계속 근무시 가입할 수 있도록 한 것에 비춰 직장건강보험도 3개월 이상 계속 근무시 적용될 수 있도록 국민건강보험법 시행령 개정을 촉구하기로 했다.

▲ 13일 열린 시간강사법 공청회에서 전문대학 단체들이 대학 현실을 호소하는 시위를 하고 있다.(사진 = 구무서 기자)

■ 처우개선 두고 여전한 대치, 대학가 “대결 구도는 안 된다” = 이 날 발표된 시안이 기존에 비해 개선된 부분은 있지만 처우개선 등 일부분에 대해서는 여전히 이견이 있었다. 강사 단체와 대학 단체는 공청회 전 각각 기자회견 및 항의시위를 했으며 공청회 장에서는 고성이 오가기도 했다.

강사 측 토론자로 나선 이경호 노무법인 참터 공인노무사는 협의체와 시안의 취지가 고용안정 및 신분보장 임에도 이 부분이 법에 담겨있지 않다며 문제를 제기했다.

3년간 재임용 보장에 대해 이경호 노무사는 시안에서 재임용 절차 보장이 재용 보장을 의미하지 않는다며 고용 안정을 보장하려는 취지를 살리기 위해 기준과 결격 사유를 구체적으로 두고 이에 해당하지 않으면 재임용이 보장된다는 형태가 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방학기간 중 임금에 대해서는 “임용계약으로 정할 경우 학교와 일개 강사 개인의 지위로 볼 때 보장이 안 되는 방식”이라며 “대학의 전임교원과 초중고 교사들도 모두 방학 중에 임금을 받는데 같은 교원이라면 같은 방식으로 지급이 돼야 한다”고 했다. 퇴직금에 대해서는 “2014년 조선대와 2017년 대구대에서 시간강사 퇴직금이 인정된 판례가 있다”며 “시간강사의 근무시간이 강의시간에 국한되지 않고 필연적으로 연구와 자료수집, 수강생 평가 등 학사행정업무 처리를 수반하기 때문에 이런 부분도 반영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강사를 교원확보율에 포함시킨 것에 대한 지적도 있었다. 현재 ‘대학설립·운영 규정’에 따르면 대학은 계열별 학생정원에 따른 교원 1인당 학생 수로 나눈 수의 교원을 확보해야 하는데 일반대는 20% 이내, 전문대학은 50% 이내 범위 내에서 전임교원이 아닌 겸임교원 등을 포함할 수 있도록 돼있다. 강사를 교원확보율에 포함시킬 경우 전임교원 대신 처우가 열악한 강사로 대체할 우려가 있어 그간 시간강사법 논의에서는 강사를 교원확보율에 포함하지 않았었다. 강철구 전 이화여대 교수는 “강사를 교원확보율에 포함하는 건 명백한 후퇴로 보여진다”며 “강사는 교원확보율에 반영하지 않는다는 과거 합의 결과를 따랐으면 한다”고 말했다.

대학가에서는 현실적인 어려움을 호소했다. 제일 큰 문제는 재정이다. 지난해 국회에서 열린 시간강사법 공청회에서 한국대학교육협의회(대교협)이 조사한 자료에 의하면 법 시행에 따라 시간강사 처우개선을 위해 추가로 투입돼야 할 연간 소요예산 추산액은 강사료 2205억원, 4대보험료 287억원, 퇴직금 262억원 등 총 2754억원에 달했다.

특히 수도권·일반대보다 상황이 열악한 지방·전문대학은 난색을 표했다. 전문대학 교무입학처장협의회와 교무학사관리자협의회, 입학관리자협의회 일동은 대학 현실을 외면한 강사법 개정을 철폐하라며 시위를 하기도 했다. 오장원 한국전문대학 교무학사관리자협의회장은 “학령인구는 감소하고 그에 따라 등록금 수입도 줄어 특히 전문대학은 재정 상황이 매우 열악하다”며 “강사법이 잘못됐다거나 강사들의 처우개선을 반대하는 게 아니라 재정 마련 대책이 필요하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대학마다 상황이 다른데 일률적인 규정을 강제하는 것은 문제라는 지적도 있었다. 토론자로 나선 오양현 순천제일대 교수는 “전문대학은 4차 산업혁명시대 직업교육을 담당하면서 NCS나 집중학기제를 통해 전임교수들도 법적 신분보장과 지위를 내려놓고 유연성있는 제도 개선에 적극 나서고 있는데 강사에 대해 임용절차, 기간, 근무조건까지도 법령으로 하라는 건 대학 자율성을 침해하는 것”이라며 “전문대학의 현실을 너무 이해 못하고 있다. 대학 운영의 자율성을 보장해야 현실에 맞는 맞춤형 교육이 가능하다”고 주장했다.

반면 토론과 앞으로의 개선 논의가 대학과 강사 간 대결 구도로 치달아서는 안 된다는 의견도 나왔다. 이정형 중앙대 교수처장은 “2011년에 강사법이 개정됐지만 여태껏 시행을 못하는 데에는 그만한 이유가 있지 않겠나”며 “현 상황에서는 대학 재정상황에 무리가 당연히 있다”고 말했다.

이정형 처장은 겸직으로 강사를 하는 부류와 생계형으로 강사를 하는 부류를 구분하고 맞춤형 처우개선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또, 한국연구재단 등 공공기관에서 별도의 전담조직을 만들어 강사를 등록·관리하고 그 인재풀 중에서 대학이 교육과 연구에 필요한 보충 비용을 지급하는 방식의 아이디를 제시했다. 시간강사의 처우개선에 정부의 역할을 주문한 것이다.

이정형 처장은 “시간강사는 대학에 요구하고 대학은 재원이 없다고 하면 논의가 안 끝난다”며 “지금이라도 지속가능한 모델을 구축해서 대학과 강사가 상생하는 모델이 돼야지 서로 대립하는 구도가 되면 안 된다”고 강조했다.

대학 강사제도 개선 협의회는 오는 20일까지 공문, 우편 등으로 의견 취합 기간을 갖는다. 우편은 교육부 고등교육정책과로 보내면 된다. 이후 공청회에서 나온 의견과 취합된 내용들을 종합해 7월 25일과 8월 1일 회의를 가질 예정이다. 8월 1일 최종 회의(예정)에서는 구체적인 법령을 확정할 계획이다.

이용우 위원장은 “정부와 국회에 협의회의 의견을 적극 개진하는 역할까지 우리 협의회에서 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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