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명 아주대 신임총장은 ‘역대 관료’중 가장 성공한 공직자 대열에 올라있는 인물이다. 지난 81년 체신부(현 정보통신부) 차관에서 장관까지 8년간 우리나라 정보통신 혁명을 주도한 장본인이다. 88년 서울올림픽 때는 통신전산부문은 세계적으로 높은 평가를 받았다. 이후 건설교통부 장관을 거쳐 전문경영인으로 동아일보사 사장을 역임했다. 아주대 10대 총장에 취임한 오명 총장이 어떤 방식으로 대학을 이끌어 갈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 다소 늦은 감은 있지만 제10대 아주대 총장 취임을 축하드립니다. 아주대를 어떤 경영철학으로 운영하실지.

“박사 학위 취득이후 첫 직업이 교수였다. 10여 년간 대학 강단에서 강의를 했다. 그 이후 89년부터 4년여 대통령 교육정책자문위원으로 활동한 바 있고, 또 모교인 스토니브룩 뉴욕 주립대학으로부터 ‘University Professorw’ 직을 수여받아 현재까지 지속적 관계를 유지하는 등 직간접적으로 교육계와 인연을 갖고 있었지만 대학 총장직은 또 다른 변신임에 틀림없다. 총장직이 구성원들이 갖고 있는 우수하고 다양한 능력을 최대한 발휘할 수 있도록 하고 이를 조화시켜 조직의 목적을 달성시켜 나간다는 점에서 그동안 저의 오랜 공직 생활이나 전문경영인으로의 경험과 크게 다를 바 없다고 봅니다. 오히려 우리나라 최고 엘리트 집단이면서 전문가 집단이기도 한 대학의 총장직을 더 많은 생산적인 일을 해낼 수 있으리라 기대하고 있다. 앞으로 ‘자율 책임경영 체제’를 도입할 계획이다. 이제 우리나라 대학도 총장이 대학 업무를 총괄하는 방식에서 벗어나, 미국 대학처럼 교내 업무를 총괄하는 프로보스트(provost) 제도가 도입돼야 한다고 본다. 단과 대학 학장들에게 상당부분 권한을 이양하여 자율경영체제 하에서 권한과 책임을 통해 경쟁력을 키워나가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본다. 대신 총장은 대외업무에 치중하여 학교를 적극적으로 알림으로써, 인적 물적 자원 유치에 최대한 노력을 경주해야 할 것이다.”

- 현재 대학은 ‘기초학문분야’ 붕괴라는 위기감이 팽배해 있고 기업은 ‘바로 쓸 수 있는 인재가 없다’고 아우성 이다. 이러한 상반된 욕구를 어떤 방식으로 충족시켜 나갈 지.

“기초학문분야에 대한 학생들의 무관심은 전 세계적인 현상이다. 이에 대해 정부가 국립대학 특히 서울대를 중심으로 인문학 등 기초학문의 연구를 지원하는 정책이 필요하며 이는 지식정보사회에서 국가경쟁력 제고에 필수적이라고 생각한다. 학자 양성보다 산업체에 필요한 인재를 키우는데 주안점을 두고 있는 아주대 입장에서도 기초학문분야의 중요성은 전공을 불문하고 강조돼야 한다. 엔지니어나 미래의 경영자 등 모두에게 인문학 등 기초학문은 기본 소양교육으로 필수적이다. 아주대는 인문학의 중요성을 교양교육의 커리큘럼에서 반영해 왔으며, 그 결과 지난 번 대학교육협의회에서 시행한 ‘교양학부 평가’에서 우수대학으로 판정 받은 바 있다. 기업에서 요구하는 인재양성을 위해 지난해부터 교육과정 개편을 준비해 왔다. 올해는 이를 구체화해 산업체가 참여하는 교육과정이 되도록 할 것이다. 현재 운영하고 있는 교육과정을 기업체 및 연구소에 의뢰해 교육과정에 대한 외부 평가를 실시할 것이다. 이를 바탕으로 기업체의 많은 우수한 인재를 대학교육에 참여할 수 있도록 함으로써 기업이 요구하는 맞춤식 교과과정을 추진할 예정이다. 이에 따라 1~2학년은 인성교육 중심, 3~4학년은 기업요구를 반영한 전공교육 실시가 바람직하다고 본다. 세계 공용어가 된 영어교육은 말하기&쓰기, 읽기&듣기 등으로 구분하여 현장에서 필요로 하는 영어교육이 되도록 커뮤니케이션을 강화했으며, 전체 수업을 14명의 미국인 교수가 담당하도록 했고 이를 위해 올해는 4명의 미국인 교수를 추가로 채용하기도 했다. 공대 학생들의 공학교육 강화와 공학인증제 실시에 대비해 공대는 전공심화과정을 이수할 수 있도록 해 기존의 학부제에서 나타나는 전공교육의 약화를 보완해 나갈 것이다. 또한 모든 공학 분야에서 공통적으로 필요로 하는 전공과 관련된 프로그래밍 교육을 모든 학생들이 이수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정보통신 분야의 교육은 현장에서 필요로 하는 프로그래밍 능력이 강화되어야 한다고 판단한다. 따라서 올해부터 정보 및 컴퓨터공학을 전공하고자 하는 학생들에게 프로그래밍 교육이 강화되며, 이를 기초로 시스템, 통신, 데이터베이스, 이론 및 비주얼/응용 등 각 분야별로 현장에서 필요로 하는 시스템 실습을 이수토록 하고 있다. 경영대학의 경우 현재 실시하고 있는 전체 전공 및 기초과목의 영어 강의를 계속 강화해 갈 것이며, 전자상거래에 관심이 있는 학생들을 위해 경영학과 e-비즈니스를 접목한 교육 프로그램을 진행해 가고 있다.”

- 앞으로 어떤 부분을 특화시켜 나갈 것인지.

“아시아 최고 대학을 목표로 마스터플랜을 마련토록 할 계획이다. 이 과정에서 자연스레 특화부문에 대한 내부 구성원의 합의가 도출될 것으로 본다. 현재 아주대 공과대학에 기초를 두고, 정보화 추세에 따른 정보 및 컴퓨터공학과 미디어 분야는 차별적인 노력을 경주하고 있다. 또한 경영학은 전체 전공 및 기초과목의 영어강의 실시 등 전국대학 경영학 분야 평가에서 전국 4위로 평가되는 등 경쟁력을 갖고 있으며, 국제학 분야는 최근 많은 외국대학의 학생들이 아주대를 찾고 또 본교의 학생들이 외국대학으로 파견되는 등 매우 활발히 이뤄지고 있다. 그러나 인문, 사회 및 자연과학 분야도 상호보완적 발전을 가져와야만 명실상부한 아시아 최고 대학의 목표를 달성할 수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이들 분야에 대한 지원도 아끼지 않을 것이다.”

- 기여입학제에 대한 평소 소신은.

“기부금 입학은 사학의 발전을 위해 원칙적으로 찬성한다. 하지만 우리나라의 교육 평등권에 대한 정서와 과거 기부 입학의 병폐 등으로 인해 아직 사회적인 저항이 많은 것이 현실이다. 또한 우리나라에서는 잘 가르치는 대학이 좋은 대학이라는 개념이 확립되어 있지 못한 가운데 아직도 대학의 지명도에 의해 젊은이들의 능력을 평가하는 학벌 사회이다 보니, 지명도에 힘입은 일부 사학에게만 기부금 입학이 가능해진다면 학벌 사회의 병폐는 더욱 심각해질 수 있다는 문제도 간과할 수 없다. 이런 풀기 어려운 문제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우리나라 대학의 경쟁력 강화를 위해 시급한 재정확충의 현실적인 방안인 것 또한 분명한다. 그러므로 기부금 입학제 도입을 위해서는 현재 ‘농어촌특별전형’처럼 기부 입학자로 인해 피해자가 발생하지 않도록 정원 외 입학이 이루어지는 것이 바람직하고, 기부된 기금이 교육여건 및 환경 개선에 전적으로 집행될 수 있는 제도 마련이 필요하다고 본다. 또한 기부금의 일정 비율은 공동기금으로 확보하여 우리나라 전체 대학발전에 기여할 수 있는 재원으로 활용하는 것도 검토해볼 필요가 있다고 본다.”

- 평소 갖고 계신 좌우명과 요즘 건강관리는

“좌우명이라기보다 평소에 진인사대천명(盡人事待天命)이라는 말을 자주 쓰고 있다. 사람이 할 수 있는 바에 최선을 다하고 결과에 대해서는 조급하거나 조바심내지 않고 하늘의 뜻에 따른다는 의미다. 담배는 태우지 않고 술은 끊은 지 20년 정도 됐다. 예전에 한국일보 뒤편 막걸리 집을 자주 이용하기도 했다.아침 6시에 일어나 헬스클럽에서 1시간 정도 아침운동을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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