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상기 청원고 교사

▲ 배상기 교사

지난 7월 14일(토)에 경희대학교 평화의 전당에서 서울시교육청 교육연구정보원에서 주최하는 '2019 대입 수시전형 이해와 지원 전략'이란 주제로 학부모를 대상으로 한 진학설명회가 있었다. 두 분의 현직 교사들이 나와서 강의를 진행했는데, 그 두 분을 모시고 학부모들의 궁금증을 풀어주는 시간이 있었다. 한 부모의 질문과 두 교사의 대답이 매우 인상적이었다.

학부모의 질문은, ‘자녀의 성적이 이러한 상태인데 어떻게 대학 진학지원 전략을 세워야 하는 것인가?’ 라는 것이었다. 그 질문에 대한 두 분 교사의 대답은 실질적인 면을 조언하는 것으로, 전문대를 포함해 진학할 대학을 선택하라는 권고였다. 보통의 진학설명회라면 상위권 대학을 중심으로 진행됐을 것인데, 이날의 Q&A 시간에는 전문대학을 학생들 진학의 중요한 한 축으로 인정하는 것을 보면서 매우 좋은 인상을 받았다.

지난 4월, 필자는 강동구의 한 고등학교에 초청받아 진학설명회를 한 적이 있다. 주제는 '2019 대학입시의 이해와 준비전략'이었다. 이때 필자는 학부모에게 자녀가 갈 수 있는 대학의 선택 범위를 넓히라고 조언했다. 지방 국립거점대학을 비롯해 전문대학, 그리고 자신에게 장학금을 주고 투자할 수 있는 대학을 찾으라는 것이었다. 그 학교가 일반고이면서 4년제 대학진학률은 37%이고 전문대 진학률이 27%인 점을 감안한 것이었다. 또 학생들이 사회에 진출하게 되는 10년 후를 염두에 둔 조언이었다.

2019학년도 전국 대학의 학생모집 정원은 총 55만4146명이다. 이 중 4년제 대학의 모집정원이 34만5588명으로 전체 모집정원의 63%를 차지하며, 전문대학은 총 20만4558명으로 전체 모집 정원의 37%다. 그런데 2018학년도에 고등학생들의 4년제 대학 진학률은 전국평균 55.3%였고, 전문대 진학률은 21.6%였다(표1 참고). 서울 소재 고등학교의 4년제 대학 진학률은 평균 40.9%였고 전문대학의 진학률은 19.2%였다. 모집정원에서나 진학률에서 매우 중요한 위치를 점하고 있는 전문대학이다. 

▲ 2018학년도 노원, 도봉지역 일반고 졸업생 진로 현황(단위 %) (자료=노원도봉 내일신문)

한 학년의 재학생이 300명인 서울의 일반 고등학교로 가정해보면, 300명 중 120명이 4년제 대학에 진학을 하고 60명 정도가 전문대학에 진학하는 셈이다. 이 중에서 최상위권 대학에 진학하는 비율은 학교당 평균 2%로 6명 정도이며, 서울소재 대학에 진학하는 비율은 학교당 평균 16% 정도로 48명 내외다. 그러나 특목고나 자율형 사립고등학교 등에 재학하는 우수한 학생들과의 경쟁에서 불리하기 때문에, 일반고의 실제적인 상위권 대학 진학비율은 평균을 밑도는 것이 보통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부분의 고등학교에서 진행되는 진학설명회는, 서울 소재 대학이상의 상위권 대학에 관한 것이 대부분이다. 이는 고등학교 재학생의 상위 20~30%에 해당되는 내용으로, 나머지 70% 정도의 학생들을 버리는 것과 같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렇기에 70%에 해당하는 학생들은 자신의 수준에 맞는 대학에 대한 정보나 전략에 대한 안내 없이 입시를 맞게 되는 것이다.

그러므로 고등학교에서 진학설명회를 할 때에는, 전문대학을 포함해 진행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본다. 전문대학은 모집정원에서나 진학률에서 학생들이 선택하는 중요한 고등교육기관일 뿐 아니라, 이 사회에서는 4년제 졸업자뿐 아니라 전문대학 졸업자도 사회의 중요한 역할을 하는 구성원이기 때문이다. 또 성적이 우수한 정도를 떠나 모든 학생들이 자신의 위치에 맞고 희망에 어울리는 대학에 진학할 수 있도록 돕는 것이 고등학교와 진학설명회에서 할 일이다.

이 사회는 공부를 잘하는 사람만의 사회도 아니고 성공한 사람들만의 사회도 아니다. 10인 10색의 능력자들이 모여 각자의 역할을 충실하게 하면서 함께 살아가야 할 사회다. 그렇기에 배움의 기회를 놓쳤더라도, 배움에 대한 깨달음이 늦었을지라도 다시 도전하게 하며, 각자에게 맞는 능력을 신장시켜줄 수 있는 전문대학에 대한 진학설명회가 자주 있어야 할 것이다. 그렇게 된다면 이 사회는 더욱 건전해지지 않을까? 일반 고등학교의 진학설명회에서 전문대학에 대한 내용이 중요하게 다뤄지기를 기대해본다.

<한국대학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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