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립대 중심 후학습자 전담과정 운영대학 확대 방안…“학위취득 성격의 정책” 비판
의견 수렴 과정서 논의됐던 ‘AP칼리지’ 고등기술대학교, 초안에선 사라져 “다시 포함돼야”

▲ 지난 18일 국회에서 열렸던 평생직업교육훈련 혁신 방향과 과제(마스터플랜) 공청회의 모습. 사진에서 이정표 한양여자대학교 기획조정처장이 발언하고 있다. (사진=한명섭 기자)

[한국대학신문 김의진 기자] 지난 부산과 광주 등 1‧2차 공청회를 비롯해 지난 18일 국회에서 열린 마지막 공청회도 마무리되면서 평생직업교육훈련 마스터플랜은 이제 이달 말 발표만을 앞두게 됐다. 하지만 마스터플랜이 잘못했다가는 국립대 중심의 학위 취득 쪽으로만 들썩여 ‘선진 고등직업교육 모델 제시’ 정책에 엇나갈 수 있다는 전문대학의 비판을 집중적으로 받고 있다. 4차 산업혁명 등 산업구조의 급격한 전환과 저출산‧고령화 등 산업계 수요와 미스매치 등을 해결할 수 있는 성공적인 경로로 마스터플랜이 제 역할을 할 수 없을 것이라는 우려 섞인 전망이 강하다.

‘국립대 후학습자 과정’…교육통계만 봐도 부정적 전망 = 마스터플랜에는 ‘국립대를 중심’으로 ‘후학습자 전담과정’ 운영대학을 확대하고, 선취업 후학습자의 대학 등록금을 전액 지원하겠다는 정책이 제시됐다. 전문대학이 일반대나 폴리텍 등 유사 고등직업교육기관과 어느 정도 역할 분담을 할 것인지, 국가적 차원에서 고등직업교육의 기능을 어떻게 활성화할 것인지, 전문대학의 역량강화를 어떻게 해나갈 것인지 등의 논의와는 다소 거리감이 있다. 전문가들은 마스터플랜이 근로자의 역량개발보다는 학위취득에 중심을 둔 정책적 성격이 강하다고 지적하고 있다.

황보은 한국전문대학교육협의회 사무총장은 “결국 이론과 학문중심의 교육이라는 한 가지 선택지만 제시된 것”이라며 “실무자로 지속 성장하고자 하는 근로자의 학습욕구를 충족시켜줄 수 있는 선택지는 제시되지 못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현재 직업계고 졸업생의 후진학 상황이 긍정적이지 않은 것도 이와 같은 지적을 뒷받침한다. 영남권의 한 전문대학 관계자는 “특성화고와 마이스터고 출신의 중소기업 고졸 재직자가 취업 후 3년이 경과하면 대학에 진학할 수 있는 재직자특별전형이 있다”며 “마스터플랜에 담긴 내용처럼 대학에 진학하고 정부는 등록금을 지원해 주는 제도지만, 활성화되지 못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실제 지난해 일반대의 특성화고와 마이스터고 관련 특별전형 선발현황 통계를 보면 ‘특성화고교출신전형’과 ‘특성화고졸재직자전형’ 등의 형태로 모집한 대학은 21개 대학(492명 최종등록)에 불과했다. 한국방송통신대 역시 ‘마이스터고와특성화고졸업자전형’으로 학생을 선발하고 있으며, 전체 특성화고 관련 전형 입학자 978명 가운데 486명(49.7%)이 한국방송통신대로 진학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재직자의 경우 집합교육 참여가 어려우며, 직장이나 거주지 인근에 대학이 없을 경우 현실적으로 일‧학습 병행이 쉽지 않다는 분석이다.

결국 전문가들은 마스터플랜에 담긴 ‘특성화‧마이스터고 졸업생의 국립대 진학, 장학금 지원’ 정책은 목표했던 바와는 다른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고 경고한다. 선취업해 장기근속하는 것보다 의무연한 근무 후 진학하고자 하는 현상을 야기할 것이라는 이야기다.

영남권의 다른 전문대학 관계자는 “고졸 선취업자의 근로의지 약화 악순환이 반복되는 심각한 문제점을 내포한 정책”이라며 “의무연한을 채운 뒤 후학습을 위해 퇴직하고자 하는 생각이 강하기 때문에 직무습득 자세가 소극적일 수밖에 없다. 이는 기업의 인재로 양성하기 위한 투자나 핵심기술 전수 대상에서 배제될 가능성이 크고, 단순 업무 위주의 비교적 중요하지 않은 직무에 할당될 수 있다. 결국 이것이 다시 근로의지 약화로 이어질 것”이라고 경고했다.

선진 직업교육모델…‘AP 칼리지’ 고등기술대학교 포함돼야 = ‘선진 고등직업교육 모델’이 구제적으로 마스터플랜에 제시돼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강하게 요구하고 있다. 특성화고나 마이스터고 등 직업계고를 졸업하고 실무를 하다 이론을 배우고 싶은 경우나 실무능력을 더욱 향상시켜 명장으로 거듭나기 위한 경우 등 학습자의 요구에 맞는 고등직업교육 선택권을 보장하는 ‘고등직업교육 모델’이 구체적으로 제시돼야 하는데, 현재 마스터플랜으로는 어렵다는 이야기다.

특히 마스터플랜 수립을 위한 의견수렴 단계에서 논의됐던 ‘AP 칼리지(Applied Professional College)’ 이른바 고등기술대학교(가칭) 안이 정작 초안에서는 볼 수 없게 돼, 이 점이 가장 큰 아쉬움이라는 목소리가 강하다. 전문가들은 앞선 마스터플랜 수립과정에서 고등기술대학교 도입을 제안하며, 새로운 모델을 만들어야 한다고 요구해왔다.

고등기술대학교는 일반고등교육이나 초급직업교육과 차별화된 높은 수준의 직업교육훈련을 제공하고, 수업연한 제한 없이 유연하게 교육훈련과정을 운영할 수 있게 설계된 모델을 말한다. 높은 현장교수 비율과 실습중심의 과정, 거버넌스 등 고등기술대학 운영모델을 개발 추진하며, 4년 과정 졸업자에게는 학사학위 부여, 2~3년 과정 졸업자에게는 전문학사학위 부여가 골자다.

전문대학과 폴리텍대, 일반대를 대상으로 전환(심사) 과정을 거쳐 고등기술대학교를 구성하고, 학령기가 아닌 성인의 경우에도 입학 가능한 전형제도를 운영, 유연한 학사운영을 통해 재직자 등 성인학습자의 직무역량 향상을 지원한다는 구상이다. 내년부터 일본에서 출범할 예정인 ‘전문직대학‧전문직단기대학’과 유사한 형태다.

이형민 한국전문대학기획실처장협의회 회장은 “고등직업교육을 이끌어온 전문대학 등 직업교육 지향 대학을 하나의 군으로 묶는 것이 AP 칼리지의 핵심”이라며 “다양한 학년제로 패러다임을 변화하고 산업사회의 요구에 부응해야만 직업교육은 성공할 수 있다. 또 학벌주의로 인한 전문대학 기피‧외면 문제를 해결하고, 고등직업교육에 대한 사회적 인식을 개선하기 위한 방안으로서 판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형민 회장은 이어 “초안에서 아예 삭제할 것이 아니라 국민과 전문가, 이해 당사자의 의견을 물어야 한다. 일반대는 껄끄러울 것이다. 하지만 적어도 고등직업교육을 통합적인 차원에서 추동력을 갖추고 추진하려면 이 안이 반드시 검토돼야 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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