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용섭 본지주간

평생직업교육훈련 마스터플랜(이하 마스터플랜)이 마무리돼 3차례 공청회를 끝으로 의견수렴 과정을 마치고 7월말 확정 발표를 앞두고 있다. 교육부는 2018년 1월 여러 부처와 민간기관이 참여하는 민관합동추진단을 구성했으며, 민관합동추진단 협의와 정책연구, 전문가 및 이해관계자 의견 수렴 등을 거쳐 마스터플랜 초안을 마련했다고 발표했다. 또 공청회를 통해 마스터플랜 초안에 대해 학생과 교원, 노동계와 경영계, 교육훈련기관과 재직자 등 각계각층 국민들의 목소리를 폭넓게 듣기 위한 자리를 마련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지난 18일 국회에서 마지막 제3차 공청회가 열렸다. 부산·광주에 이어 열린 공청회의 열기는 날씨만큼이나 뜨거웠다. 직업교육 현장전문가들은 마지막 공청회에서라도 현장의 요구사항을 최종발표안에 넣기 위해 몸살을 앓았다. 그러나 애초에 필요 없는 일이었다. 공청회는 마스터플랜 보고회였지 의견수렴을 위한 공청회와는 거리가 멀었다.

특히 마지막으로 열린 국회공청회는 그 형식에 있어서도 문제를 드러냈다. 회의장은 간담회하기 좋게 꾸며졌고, 지정토론자는 물론 플로어에 있는 참석자들의 토론 시간도 극도로 제한됐다. 오히려 축사와 인사말, 그리고 실무과장의 자세한 설명으로 적지 않은 시간이 소비됐다. 직업교육의 획기적 변화를 갈망하며 마스터플랜을 초조하게 지켜봤던 많은 현장 전문가들의 탄식이 삼삼오오 모인 자리에서 터져나왔다. 이들의 탄식에는 ‘결국 그렇게 됐구나’ 하는 자괴감이 묻어났다.

마스터플랜은 ‘기본계획’이자 ‘종합계획’이다. 현 상황에 대한 철저한 분석과 비전이 담겨있어야 한다. 그러나 이날 마스터플랜에는 직업교육 현황에 대한 철저한 분석도, 달성할 직업교육 미래상도 구체성이 없다는 평가다. 더구나 지금까지 정부가 추진했던 직업교육훈련 개별사업들이 본 계획안에 어떻게 녹아들어갔고 추진될 것이라는 로드맵도 제시되지 않았다. 제시된 내용조차도 기존 직업교육 개선방안을 짜집기해 놓은 수준을 벗어나지 못했다는 혹평이 이어졌다. 한마디로 사업 추진에 필요한 예산확보계획과 뒷받침할 법·제도조차도 제대로 마련하지 못한 상태에서 졸속으로 발표됐다는 평가다. 특히 중등직업교육과 고등직업교육 간 연계 방안의 불철저, 고등직업교육 현실에 대한 몰이해 등이 도마 위에 올랐다. 장외에서는 AP(Applied professional college) 등 선진직업교육모델이 최종 검토 과정에서 사라진 것에 대해서도 성토가 이어졌다.

본지는 그동안 마스터플랜이 갖고 있는 의미의 중대성에 착안해 3개월에 걸쳐 총 8회의 기획기사로 마스터플랜에 담아야 할 내용을 다뤘다. 새롭게 출범한 문재인 정부가 과거 관성을 탈피해 마스터플랜을 마련하는 데 현장 목소리를 전하기 위함이었다. 기획시리즈 필진은 이제 일반교육 위주의 교육패러다임이 바뀌어야 하며, 외국의 선진직업교육 개혁 사례를 반면교사로 삼아 우리나라도 직업교육 체제의 일대 혁신을 기해야 할 것을 앞 다퉈 주장했다.

OECD 선진국 교육개혁은 고등직업교육을 중심으로 평생직업교육훈련분야에 집중되고 있다. 왜 이들 분야에 개혁이 집중되는가? 고도화된 직업의 비중이 커짐에 따라 직업교육의 고급화가 시급하고, 저출산․고령화로 평생직업교육의 중요성이 날로 커졌기 때문이다. 직업교육을 다시보는 것, 이것이 교육개혁의 세계적 트렌드다.

공청회 말미에 “외국 선진 모델을 따를 것이 아닌 우리의 것을 발전시킬 때”라는 한 당국자의 주장이 직업교육 개혁을 보는 정부의 수준을 보여주는 것 같아 씁쓸한 마음이 든다. 전 세계적으로 추진되고 있는 교육개혁 트렌드를 애써 외면하고 ‘우리 것이 제일’이라는 아집(我執)을 직업교육 개혁에 내세우는 단견(短見)에 우리나라 교육개혁이 아직 요원(遙遠)하다는 것을 새삼 느끼는 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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