쟝 밥티스트 레지 지음, 유정희, 정은우 해제 《18세기 프랑스 지식인이 쓴 고조선, 고구려의 역사》

[한국대학신문 조영은 기자] 고조선은 우리나라 최초의 국가지만 사실 별다른 사료가 없어 그저 곰이 사람이 되는 이야기, 바람과 구름, 비를 다스리는 환웅 등 단군신화 정도로만 비쳐질 때가 있다.

그러나 18세기 중국으로 포교를 간 프랑스인 쟝-밥티스트 레지 신부는 단군신화로서의 고조선이 아닌 중국과 대항한 ‘국가’로서의 사료들로 고조선의 역사를 전한다.

18세기 프랑스 가톨릭 교단인 예수회는 세계 각지에서 포교활동을 하는 선교사들이 보낸 편지를 엮은 후 다시 중국과 인근지역에 대한 편지를 따로 추려내 책을 펴냈다. 그리고 이 책 안에는 중국의 이웃나라인 조선에 대해 깊은 관심을 가진 레지 신부의 글도 포함돼 있었다.

후대의 한국인이나 중국인이 쓴 사료가 아닌 제3의 프랑스인이 썼다는 점과 당시로부터 200년 후인 20세기 독립운동가들이 쓴 《신단민사》, 《신단실기》에서도 동일한 내용이 언급되는 것으로 보아 레지 신부의 사료는 신뢰할 만하다.

“조선인(고조선)은 B.C. 2357년 치세를 시작한 중국 요(堯) 임금때부터 … 중국의 속민이었다. 그러나 이 때 하나라 천자(天子) 태강의 압정은 고조선의 저항을 가져왔다. 그렇지만 걸(桀)의 폭정은 또 다시 고조선이 반란을 일으키게 만들어 이 때 고조선은 일부 중국 영토에 침입하기도 한다.”

특히 이 부분은 일연이 《삼국유사》에 밝힌 고조선의 성립 시기 기록과도 일치하며 더 나아가 사마천의 《사기》와 《서경》에 언급된 하(夏)나라 3대 제왕인 태강에 대한 언급과도 일치한다. 즉 레지 신부가 남긴 내용은 우리가 흔히 배우는 환웅, 단군신화 이야기가 아니다. 중국 최초의 나라인 하왕조 이전 요 임금때 부터 존재했던 고조선의 이야기, 때때로 중국과 맞섰던 정치·군사적 내용이다. 이는 근대 이전에 작성된 단군조선 관련 사료 중 유일하게 역사적 실재를 말하는 기록이기도 하다.

한편 레지 신부의 사료를 해제한 정통 역사학자 유정희, 정은우는 동양고대사 중 고조선과 동시기였던 하상주(夏商周) 전공자들로, 우리가 이미 알고 있는 내용, 레지 신부가 한국사를 바라보는 역사관 등을 상세하게 풀고 있다.

특히 레지 신부의 글 원문과 영어 번역본을 함께 싣고 출간 전 원고를 접한 독자들과 나눈 질문과 답변도 실어 독자들의 궁금증을 해결해준다. (아이네아스 / 1만54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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