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상훈 본지 논설위원/성균관대 대학혁신과 공유센터장

대학 환경이 시시각각 변하고 있다. 특히 학생 수 감소는 고등교육 생태계에 큰 충격을 줄 것이다. 머지않아 대학 전체 입학 정원과 고교 졸업생 수가 역전된다. 대학 강의실에서 빈자리가 속출할 것이고, 등록금에 의존하는 대학들은 심각한 어려움을 겪게 될 것이다.

이런 상황이 지속되면 대학들은 둘 중 하나의 모습으로 남게 된다. 한 부류는 어영부영 연명하는 것인데, 대학이란 간판을 달긴 했어도 고등교육기관으로서 가치와 존재 의의는 생각조차 어렵다. 다른 부류는 사회적 기대에 부응하면서 제 역할을 다하는 대학들이다. 활발한 연구 활동으로 사회가 필요로 하는 지식을 창출하거나, 질 높은 교육을 통해 인재를 양성하는 대학들이다. 아마도 많은 대학들이 두 번째, 즉 ‘잘 가르치는 대학’으로 살아남기 위한 전략을 강구할 것으로 보인다. 이를 위해 변화와 혁신이 필요하다는 것도 알고 있을 것이다. 가르치는 내용과 방법은 물론 전통적인 학과 중심의 학사 구조와 학생 지원 체제에도 혁신적인 변화가 요구된다는 것을 이해하고 있을 것이다.

하지만 막상 생각해보면 ‘혁신’은 상당히 추상적인 개념이다. 혁신 자체가 목적이 될 수도 없다. 이제 대학들은 혁신이 무엇을 위한 것이고, 어떻게 구현할 것인지에 대해 생각해볼 때가 됐다.

이와 관련해 7월 18일 성균관대에서 대학교육혁신포럼이 열렸다. 미국 인디애나대학 쿠(George Kuh) 교수는 ‘잘 가르치는 대학’을 만드는 데 효과적인 프로그램이 무엇인지 발표했고, 한국 청중의 호응이 컸다. 이는 학계에서 ‘고효과 프로그램(High impact practices)’이라고도 알려졌는데, 신입생 세미나·심화 글쓰기 코스·학습 공동체·서비스 러닝·지역사회기반 학습·인턴십·캡스톤 프로젝트 등 11개 활동이 포함된다. 그에 따르면 학생들이 이러한 활동에 적극적으로 참여할수록 높은 학습 성과를 얻고, 졸업 후 고용자들에게 환영받는 사람이 된다. 쿠 교수는 학생들이 이러한 활동에 능동적으로 참여함으로써 성장하고 발전하는 것을 ‘학생 성공(student success)’이라고 규정하고, 대학의 핵심 목표라고 했다. 한국 대학들도 자신의 학생 특성에 맞는 고효과 프로그램이 무엇인지를 찾고 투자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단순히 교육에 얼마나 투자하느냐보다 어디에 투자할 것인지가 중요하다는 지적에 포럼 참석자들은 동의하지 않을 수 없었다.

한편 쿠 교수는 사례 연구를 토대로 ‘잘 가르치는 대학’ 즉 ‘학생 성공’이 이뤄지는 대학들의 공통점을 제시했다. 우선 이런 대학들은 자신이 추구하는 교육목표가 무엇인지를 명료하게 정의하고, 이를 구성원들이 알기 쉽게 제시한다. 학생들이 ‘자기 주도성’과 ‘책임감’을 키울 수 있는 학습 경험을 제공하는 것도 특징이다. 이 대학들은 학생들이 입학 후 졸업까지 갖는 모든 ‘대학 경험’에 주목한다. 대학의 임무는 단순 지식 전달보다 교육적 경험의 체계적 제공이라고 믿는다. 이 과정에서 대학 캠퍼스에는 작고 다양한 인간 중심 공동체가 만들어지고, 학생들은 이에 참여하면서 자신의 역할과 책임을 배운다. 한편 이 대학들은 학생과 그들이 배우고 커가는 과정을 ‘매우 진지하게’ 여기는 문화가 있었다. 또 학생들은 대학에 애착과 소속감을 갖고, 자신이 소중한 사람이라는 느낌을 키우면서 성장하고 발전하는 모습을 보인다.

곧 우리나라 대학들은 갈림길에 서게 된다. 허울 좋은 대학이 될 것이냐, 고등교육기관으로서 가치를 발휘하는 진정한 대학이 되느냐는 구성원들의 혁신 노력에 달려있다. 혁신의 방향과 방법을 제시하는 키워드는 역시 ‘학생 성공’이다.   

<한국대학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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