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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기고시론
[시론] 우리나라 연구자의 윤리?황은성(본지 논설위원 /서울시립대 교수·생명공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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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8.08.12  21:14: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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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6월 말에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발표한 ‘제4차 기초연구진흥종합계획안’에는 꽤 획기적인 개념의 원칙들이 제시됐다. 특히 ‘당장의 성과보다는 장기적인 시각으로 믿고 맡긴다’ ‘연구에만 집중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한다’ ‘신뢰를 바탕으로 성숙한 연구문화를 확산한다’ 등은 기존의 연구지원정책과 차별되는, 연구자를 중심에 둔 상당히 신선한 발상이다. 연구비 집행에서의 제약들과 ‘왜 해야 하는지 모를’ 많은 행정 업무들은 연구자들에게 엄청난 불편, 불만사항이었는데, 이를 누구보다 많이 경험했을 임대식 과학기술혁신본부장이 앞장서서 만든 계획안인 것으로 추측된다. 앞으로 얼마나 연구행정에서의 실질적인 변화가 있을지는 두고 볼 일이다.

연구자에 대한 불신은 연구의 효율을 생각치 못하는 일반 행정의 입장에서 굳이 다른 대상과 다르게 특별히 믿어줘야 할 필요를 깨닫지 못함에 기초한다고 치부할 수 있지만, 우리나라 과학자들이 국민들에게 신뢰를 주지 못한 책임도 크다고 하겠다. 사실 이런 불신이 일 만한 일들은 근래에도 많이 발생하고 있지 않은가?

연초에 불거진 자녀를 자신의 논문에 저자로 등재한 교수들의 사례가 대표적이다. 이런 논문을 자진신고한 교수가 130여 명이 있었는데, 이제 교육부에서는 자녀를 자신이 아닌 동료교수의 논문에 등재한 경우도 따져 보겠다는 얘기가 나오고 있다. 최소한 교육부에는 우리나라 연구자들에 대한 신뢰가 그리 잘 형성돼 있지 않을 것도 같다. 이들 논문들 중에는 자녀가 진정으로 저자의 역할을 한 경우가 없지는 않겠지만, 대다수는 그리 당당할 수 있을 것 같지는 않다. 연구윤리 상 저자됨에 문제가 없다고 치더라도, 자신의 아이를 한두 달의 기간 동안 실험에 참여시켜 저자자격을 부여받게 한 것은 교수를 부모로 갖고 있지 않은 아이들의 입장에서 결코 공정한 일이 아님은 물론 5,6년 이상을 실험실에서 살면서 젊음을 소진한 후에야 1~2편의 논문을 겨우 발표할 수 있는 대부분의 대학원생들 입장에서도 울화통이 터질 일이다. 연구윤리는 데이터 조작이나 표절을 하는 문제에 국한되지 않는다. 연구의 전 과정에서 공정하게 진행되지 않았다면 이는 윤리적인 연구자의 행위가 아니다. 대학입학에서의 성공에 인생이 걸렸다고 생각하는 우리 국민의 입장에서 이는 연구자가 지켜야할 윤리를 저버린 것으로 보는 것도 무리는 아니다.

또 다른 사례를 든다. World Academy of Science, Engineering, and Technology (와셋)라는 단체는 그 어떤 학회에도 근간을 두지 않지만 매년 100개가 넘는 학술대회를 개최하고 그 발표물을 정기간행물로 발간도 하고 있는 ‘학술대회 사업체’다. 와셋의 한 학술대회를 다녀온 사람의 말로는 학회장에 나타난 사람은 열 명도 안 됐고 발표 내용도 콘퍼런스 주제와 전혀 관계가 없었으며 2일간의 발표 프로그램도 2시간 만에 끝났다고 한다. 기막힌 것은 이들 대회의 개최지가 올 8월의 경우만 보아도 방콕, 프라하, 이스탄불, 밴쿠버, 암스테르담, 베니스, 부다페스트 등 유명 관광도시라는 점이다. 기계를 통해 엉터리로 만들어진 초록조차 발표허가를 받았다는 고발 기사도 있었던 이 학술대회에 참가자들이 이런 사기(또는 좋게 말해 배울 만한 정보를 얻을 수 없는 부실함)를 알고서도 참가하고 있고 그래서 이 단체가 외연이 점차 커지고 있다는 점이 눈길을 끈다. 문제는 연구비에서 학술대회 참가경비를 지원받아 세계 유명관광지에서 관광도 하고 연구실적도 올리는, 공짜로 꿩 먹고 알 먹고 하는 사람들이 우리나라에도 엄청 많다는 점이다. 뉴스타파가 조사한 바(2018년 7월19일 기사)에 따르면 와셋의 학술대회에 참석하고 그 간행지에 논문을 발표한 한국인은 4227명으로 세계 5위라고 한다. 발표 논문 수의 개인 순위에서 2, 3, 4, 6위가 다 한국인이며 실적누계에서 서울대가 가장 많았고 다른 명문대 대부분이 상위 10위에 들어있다고 한다. 정확한 실태와 내면의 사정은 깊이 있는 조사에 의해 확인이 가능할 일이나, 지금까지 밝혀진 바만 가지고도 교육부가 또 다시 대학들에 전수조사의 칼을 내려칠 만한 일이라 여겨진다. 연구활동을 지원하는 사업이 영양가 많은 사업 아이템이라는 인식이 늘어나고 있는 가운데, 벌써 학술 본연의 가치와 전통을 저버린 돈벌이가 횡행하고 있는 것은 학자들의 동조에 의해서만 가능한 일일진대, 이는 우리 학자들이 크게 반성해야 할 일이다.

좋은 학문의 전통이 계속 정착해 나가야 할 우리 학계에 절실한 것은 양화, 즉 열심히 연구의 순수한 가치만을 좇는 학자들이 지속적으로 늘어나 악화를 구축하는 일이다. 이 과정에서 연구자들에 대한 국민의 신뢰도 커질 수 있고, 이번 기초연구진흥종합계획안은 실현될 수 있다.    

<한국대학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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