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헌준 이노비즈협회 일자리본부장

취업자 증가 폭이 7만 명대로 떨어져 일자리 창출을 최대 국정과제로 내세운 정부의 국정운영에 빨간불이 켜졌다. 정부가 추경까지 지원하며 청년실업 해소와 일자리 창출에 전력을 쏟고 있지만 개선되기는커녕 뒷걸음을 치는 형국이다. 보다 근원적인 대책이 마련돼야 한다는 요구가 빗발치고 있다. 일자리 창출과 실업대란의 해소는 임기응변적이고 단발적인 정책으로는 해결하기 어렵다. 정부정책의 일대전환이 필요하다. 고용의 90%를 담당하고 있는 중소기업에 더 따뜻한 정책적 배려가 이뤄져야 한다. 더불어 졸업생의 82.2%가 중소기업에 취업하고 있는 전문대학을 주목해야 한다. 중소기업 일자리 문제는 교육을 통해 해결할 수 있다. 이에 본지는 중소기업과 전문대학의 상생을 위한 전문대학의 산학교육혁신에 대해 총 9회에 걸쳐 연재한다.

1. 4차 산업혁명 시대의 親중소기업인 양성을 위한 전문대학 교육혁신
2. 전문대학 기능 극대화… 평생・직업교육의 거점기관으로 육성해야
3. 4차 산업혁명 시대, 직업교육훈련으로 나만의 스펙을 .....
4. 지역산업별 중소기업의 직무역량, 전문대학은 키우고 있는가?
5. 전문대학 산학혁신의 새로운 패러다임
6. 생각하는 기술인 양성을 위한 전문대학 교육은?
7. 고교-전문대학 간 직업교육과정 연계운영을 통한 직업교육강화
8. 사람이 필요한 중소기업, 그 사람을 키우는 대학, 전문대학
9. 전문가 간담회

▲ 이헌준 본부장

이제 우리에게 익숙한 4차 산업혁명은 우리가 경험하지 못한 경제 및 사회 전반을 본질적으로 변화시킬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초연결사회(hyper-connected society)를 가능하게 하는 사람과 과학기술의 융합”(Schwab, 2016)으로 정의되는 4차 산업혁명의 변화는, 축적된 데이터를 활용한 스마트 공장의 구현이나 로봇에 의한 고용 대체, 증강현실 속에서 생활하는 새로운 소비세계의 등장 등으로 경제의 패러다임을 바꿀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또 4차 산업혁명은 기업경쟁요소의 근본적인 변화를 예고하고 있다. 과거 핵심적인 경쟁요소라 할 수 있는 물리적 생산요소에서 지식과 지능의 중요성이 커지게 될 것이다. 과거에는 노동이나 자본의 투입량, 기업규모가 경쟁력의 중요한 결정요인이었으나, 앞으로는 지식과 지능, 기술의 중요성이 커지고 의사결정의 유연성과 민첩성이 중요해질 것이다. 4차 산업혁명의 핵심기술인 인공지능, 사물인터넷, 빅데이터 등이 범용기술로 산업 전반에 확산됨에 따라 이들의 활용여부가 기업경쟁력을 좌우하게 될 것이다.

거대한 흐름으로 다가오는 4차 산업혁명이 야기할 변화는 중소기업이라도 예외가 될 수 없다. 기업규모에 상관없이 변혁의 시기에 생존하기 위해서는 혁신역량을 갖추는 것이 중요한 과제로 대두되고 있다. 4차 산업혁명 기반기술이 보편화되고 있기 때문에 이를 운영할 수 있는 전문인력의 중요성이 더욱 강조되고 있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아무리 훌륭한 시스템을 도입한다 해도 이를 효율적으로 운영할 수 있는 전문인력이 부족하다면 도입효과는 반감될 수밖에 없을 것이며, 특히 인력 운영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중소기업은 두말할 필요가 없다.

오늘날처럼 기술변화 속도가 빠르고 제품 수명이 짧은 경우, 연구개발(R&D)투자에 대한 리스크가 커지게 되어 여러 가지 생산자원의 활용에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중소기업의 경우에는 혁신활동이 위축될 수밖에 없다. 무엇보다 우리 중소기업들은 연구개발 활동에 참여하는 비중도 낮을 뿐만 아니라, 참여한다 하더라도 기업 단독연구의 비중이 절대적으로 높은 실정으로 외부자원의 활용 측면에서 많은 문제점을 던져주고 있다. 전문가들이 아무리 개방형 혁신활동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해도 현장에서 이를 제대로 활용하지 못한다면 그 원인에 대한 세심한 분석과 함께 개선의 노력이 필요하다.

그동안 우리 전문대학은 중소기업 현장에서 필요한 기술 및 전문인력을 공급해 왔다는 점에서 중소기업 혁신활동에 없어서는 안 될 소중한 파트너로 인식되고 있다. 그러나 전문대학을 둘러싼 환경변화가 급격하게 전개되고 있기 때문에 전문대학과 중소기업간 새로운 산학협력 문화 구축은 그 중요성이 더욱더 커지고 있다. 이웃 일본을 보더라도 전문대학을 졸업하고 산업현장에서 경험을 축적한 기술인력이 일본 중소기업 기술혁신의 주역은 물론 박사학위 취득 등 다양한 분야에서 그 우수성이 입증되고 있다는 점은 우리에게 많은 시사점을 던져주고 있다.

저출산의 여파로 학력인구 감소가 본격화되고 있어 전문대학을 포함한 대학의 구조조정은 피할 수 없는 현실이 되고 있다. 하지만 우리 전문대학은 신속하게 산업수요에 대처할 수 있는 유연한 교육과정과 학제 운영이 가능하고, 산업현장에서 필요한 전문기술기능인력 양성 등 중소기업의 인력수요에 유연하게 대처할 수 있는 적합한 구조를 보유하고 있는 장점이 있다. 이러한 장점을 살려 전문대학의 정체성 확보와 고유 기능에 집중하고, 그 역할을 충실하게 수행하기 위한 새로운 산학협력 기반을 구축할 필요가 있다.

이를 통해 전문대학이 미래 직업교육 및 산업환경 변화에 능동적으로 대응하여 산업수요 맞춤형, 주문식, 특성화된 인력양성 구조를 재설계하는 데 기여해야 할 것이다. 중소기업 현장과의 유기적인 네트워크를 구축하여 4차 산업혁명 시대에 필요한 전문기술인력 양성이라는 시대적 요구에 부응해야 할 것이다. 4차 산업혁명으로 촉발될 경제․사회구조의 변화 가운데 가장 핵심적인 내용은 공급자 중심에서 수요자 중심으로 무게중심이 옮겨가고 있다는 점이다. 그동안 산학협력이 대학 중심에서 운영되어 왔다면, 향후 새롭게 전개될 이른바 '신산학협력'은 기업 특히 중소기업의 기술 및 인력수요에 맞게 운영방식을 개편할 필요가 있다.

첫째, 산학협력의 패러다임을 기업수요 중심으로 전환해야 할 것이다. 그간 대학의 산학협력 활동은 공급자 중심으로 운영되어 왔다는 주장을 부인할 수 없는 것이 엄연한 현실이다. 전문대학과 중소기업 간 상생을 위한 산학협력은 서로의 요구를 반영하여 사업성과를 도출할 수 있어야 하는데, 이를 위해서는 무엇보다 산업계가 필요로 하는 수요와 요구를 파악하는 것이 급선무라 할 수 있다. 공동연구의 주제 설정이나 교육과정 등을 설계할 때 수요자인 기업체의 의견을 반영할 수 있는 공식적인 채널을 확보하고 산업체의 책무성을 강화해야 할 것이다. 기업들도 말로만 산학협력의 틀을 바꿔야 한다고 주장할 것이 아니라 기업체의 요구사항을 정확하게 전달하고 교육비용의 일부를 부담할 준비를 해야 한다.

▲ 올 5월 동강대학교에서 열린 광주‧전남북‧제주지역 산학협력처‧단장협의회 춘계 워크숍 모습. 이날 워크숍에서는 산학협력 활성화 방안을 위해 다양한 의견을 나눴다.

둘째, 신산학협력은 중소기업의 성장을 지원하는 방향으로 추진될 필요가 있다. 청년층이 원하는 양질의 일자리는 기존 기업의 규모 확대를 통한 기업 성장에서 나온다고 할 수 있다. 따라서 중소기업과의 산학협력은 중소기업의 성장을 촉진하는 방향으로 추진되어야 하는 것은 너무도 당연한 과제라 할 수 있다. 기존 중소기업들이 기업규모를 키우고 고용을 확대하기 위해서는 전반적인 기술수준을 높이는 것이 선결과제라 할 수 있다. 우리 중소기업의 기술수준이 선진국 대비 75% 내외에서 10년째 머물고 있기 때문에 중소기업의 기술수준을 높이고 혁신역량을 강화하는 것은 기업생존을 위해서도 반드시 필요하다. 창업기업의 3년 생존율이 높지 않다는 점을 고려할 때, 창업지원과 더불어 기존 중소기업의 규모 확대를 유도하는 것이 일자리 창출에 도움이 된다는 점을 간과해서는 안 될 것이다. 전문대학이 중소기업의 연구개발 활동을 지원하고 재직근로자의 직무능력 향상을 유도하는 방향으로 전개돼야 한다.

셋째, 신산학협력은 중소기업 현장 친화적으로 추진되어야 한다. 중소기업 현장은 인력과 자원이 한정돼있는 현실에서 공동연구를 추진하는 데 한계가 있기 때문에 중소기업들이 활용할 수 있는 연구과제를 설정하고 연구결과가 사업화로 연계될 수 있도록 지속적인 사후관리가 필요하다. 중소기업 연구개발의 특성상 중장기 과제보다는 1~2년 단위의 단기과제의 비중이 높기 때문에 신산학협력은 산업현장에서의 활용도를 제고할 수 있는 현장연구, 응용연구를 확대하는 방향으로 전개되어야 한다. 그런 점에서 산업현장과 소통이 원활한 전문대학의 강점을 살릴 필요가 있다. 중소기업 인력양성의 경우에도 연구개발은 물론 4차 산업혁명의 기반기술을 활용하고 시스템을 운영할 수 있는 유능한 오퍼레이터 양성 등에도 전문대학이 관심을 가져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오퍼레이터의 개념을 단순 기능인력(업무)가 아니라 전문인력으로의 인식 개선이 필요하다. 서비스분야에서도 음식조리, 예약 등은 기계가 대체하지만 이를 운용할 오퍼레이터가 필요하며, 제조업의 서비스화가 필요한 상황에서 오퍼레이터의 역할론은 더 중요해질 것이다. 빅데이터 솔루션의 대부분은 SAS가 보유했으나, 이를 활용해 성공을 거둔 영국의 정육점(팬들턴앤드선) 사례는 오퍼레이터의 중요성을 시사하는 바가 크다고 할 수 있다.

넷째, 신산학협력은 지역 중소기업을 중심으로 전개될 필요가 있다. 전문대학은 일반대학과 달리 지역화에 대한 접근이 상대적으로 용이하다고 할 수 있다. 따라서 산학협력을 기업과의 연계성으로만 보지 말고 지역경제 활성화의 축으로 그 개념을 확대하여 지역내 중소기업과 지역거점대학, 지자체가 공동으로 추진할 필요가 있다. 산학협력의 주체인 기업은 규모가 크거나 우수한 기업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지역 내 중소기업 중에 학교에서 배운 지식을 실전경험에 활용해 볼 기회가 있는 기업을 찾아 협력활동을 하는 것이 중요하다. 또한, 중소기업의 기술역량 강화는 기술간 융합, 즉, 새로운 판로를 개척하는 것인데 여기에 지자체의 역할이 중요하다. 지역중소기업과 지자체의 연결 매개체가 바로 전문대학이라 할 수 있다. 지자체는 중소기업과 전문대학이 개발한 기술 및 제품의 테스트베드 역할을 수행해야 할 것이다. 이러한 문제점들은 상호 보완할 수 있는 방향으로 지역 중소기업 및 전문대학, 지자체의 역할 분담이 이루어져야 지역경제 활성화를 도모할 수 있다는 점을 간과해서는 안 될 것이다.

혹자는 수많은 중소기업 중에서 산학협력 파트너를 찾기가 어렵다고 하소연하고 있다. 그 답은 기술혁신형 중소기업(이노비즈)에서 찾아야 한다. 중소기업 중에서 기술혁신 활동을 공인받은 이노비즈는 전국에 지회를 두고 있으며 각 지역의 거점기업으로 지역경제를 선도하고 있다. 전문대학이 정체성을 살리고 4차 산업혁명 시대를 선도하기 위한 신산학협력 파트너를 이노비즈에서 찾는다면 양질의 일자리 창출과 기업성장을 경험하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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