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승희 편저 《중국의 가정, 민간계약문서로 엿보다-분가와 상속》

손승희 인천대 중국학술원 교수가 명대부터 민국시기까지 중국 민간에서 작성되었던 분가문서 48건을 분석, 종합하여 《중국의 가정, 민간계약문서로 엿보다-분가와 상속》을 출판했다.

인천대 중국학술원이 민간계약문서에 주목한 것은, 중국은 전통시대부터 토지매매나 가산분할, 동업계약 등 중요한 법률행위를 할 때는 문서를 작성하고 제3자의 공증을 얻는 관행이 있었는데, 민간계약문서는 바로 이러한 민간 공동체의 사회생활 규범체계를 보여주는 증거이기 때문이다. 여기에는 혼인, 양자, 분가, 상속, 토지매매, 세금납부, 동업계약, 대차, 상품거래 등 민간의 일상생활에서 행해졌던 중요한 활동들이 모두 투영돼 있다. 이는 전통 중국사회에 법(제도)과는 별개의 다른 사회질서가 존재했음을 보여주는 것이다. 따라서 민간계약문서는 그동안 인천대 중국학술원 중국‧화교문화연구소가 연구해왔던 중국 사회경제 관행을 드러낼 수 있는 최적의 소재라고 할 수 있다.

이 책은 민간계약문서 중에서 분가문서, 즉 분서(分書)를 다루고 있다. 분서란 전통 중국사회에서 분가할 때 작성하는 일종의 계약 형식의 재산분할 문서이다. 현재까지도 중국 민간에서는 분서가 작성되는 경우가 드물지 않으며, 특히 농촌에서 작성되는 분서는 그 내용이나 형식면에서 전통적인 방식과 크게 다르지 않다. 그러므로 분서는 단지 역사속의 한 단면을 들여다볼 수 있을 뿐 아니라, 현대 중국에 이르기까지 면면히 흐르고 있는 중국인의 사유방식과 생활양식을 엿볼 수 있는 하나의 훌륭한 기제이다. 이 책은 명대부터 민국시기까지 분서의 내용을 그대로 펼쳐 보임으로써 중국 상속제도의 지속과 변화를 파악할 수 있는 계기를 마련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명대부터 민국시기까지의 48건의 분서를 통해 분서의 기본 형식과 내용, 그리고 그것이 주는 의미를 분석함으로써 당시 가정생활의 단면들을 복원해내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각 분서에는 모두 분서 이미지, 원문 탈초, 번역을 수록하고 이에 대한 해석과 그 의미에 대한 가능한 분석을 시도하고 있다. 분서는 중국 전통사회의 가족제도를 이해하기 위한 가장 기본적인 사료인 만큼, 이것을 원문 그대로 제공하고 이에 대한 연구도 겸하고 있다는 점에서 이 책은 풍부한 사료적, 학술적 가치를 확보하고 있다. 

이 책은 인천대학교 중국학술원 중국‧화교문화연구소와 중국 하북대학 중국사회경제사연구소가 2015년부터 진행해왔던 공동연구의 산물이다. 이 책은 처음부터 인천대 중국학술원의 기획으로 시작됐고 모든 공동연구의 과정은 중국학술원의 요구와 의도에 따라 하북대학 중국사회경제사연구소의 협조로 이루어졌다. 한국학계의 인력만으로 완성하기 힘든 작업을 중국측의 협조로 이룩했다는 점에서 이 책의 출판은 국제 학술협력사업의 하나의 모범 사례가 되고 있다. (학고방 / 2만3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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