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문상 인덕대학교 교수

‘고용참사’ ‘신규취업자 10만 명 붕괴’ 우리 사회의 고용 사정이 날로 악화되고 있다. 이에 따라 청년실업 해소, 일자리 창출이 지상과제가 되고 있다. 이런 가운데 취업 위주 교육을 실시해온 대학에서 창업 ·창직 교육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취업 교육에 집중돼있는 현행 대학교육에서 창업·창직 교육의 비중을 높이기 위해서는 대학교육을 바라보는 패러다임 자체가 바뀌어야 한다. 이에 본지에서는 고등(직업)교육 차원에서의 '창업·창직·창의·창작 (일명 4創)'의 내실화 및 활성화를 위해 창업·창직 교육 시리즈를 10회에 걸쳐 연재한다.

①상상력(想像力)과 창의력(創意力)이 미래 경쟁력이다.
②창업 생태계 고도화를 위한 상생의 시대
③성공과 실패를 가르는 창업교육
④창직이 미래다, 해외사례로 본 창직교육의 방향
⑤해외사례를 통해 본 창의인재양성 탐구
⑥트렌드와 브랜드, 두 마리 토끼를 잡는 방법 – 방탄소년단의 군비확장을 위해
⑦로테크와 하이콘셉트를 위한 전문대학의 융합교육
⑧대학창업교육과 지역경제 연계방안
⑨4차 산업혁명 시대의 대학창업교육 방향과 전략
⑩전문대학 창업(교육) 활성화를 위한 간담회

▲ 강문상 교수

10.5%, 4%. 1999년 IMF 이래 가장 높은 수치이다. 청년실업률과 전체 실업률이다. 2018년 남·북의 화해 협력 분위기가 고조되는 가운데 경기는 정반대로 가고 있다. 청년실업률이 특히 높은 것은 취업을 해도 미래가 보장되지 않기 때문이다. 연애, 결혼, 출산을 포기한 똑똑한 3포 청년 세대이기 때문이다. 공시생(공무원 시험 준비생)은 44만 명 정도 된다고 한다. 올해 대학입학 정원이 약 52만 명 정도였던 것을 보면 공시생의 규모를 짐작할 수 있다. 남북 문제 말고는 미래의 희망이 없어 보인다. 지금과 같이 절망적인 실업률이 IMF시절에도 있었다. 우리나라는 성공적으로 IMF를 극복한 나라이다. 금 모으기 등 전 국민이 단합해 위기를 극복했다. IMF 극복의 가장 큰 동력은 창업이었다. IMF 이후 굵직한 벤처기업들이 탄생했고, 그때 탄생한 기업 중 현재 대기업 반열에 오른 기업도 있다.

우리나라의 창업 열풍은 IMF를 계기로 시작됐다. 기업에서 명퇴한 석·박사급 고급인력들의 기술 창업이 경제 위기 극복의 견인차 역할을 했다. 그러나 이러한 기술 벤처기업들도 대부분 10년 정도 성장을 하다 M&A되거나 폐업까지 하는 경우가 발생했다. 정부의 재정지원에도 불구하고 기술력만으로는 성장하는 데 한계가 있었다. 실패의 원인은 여러 문제의 복합적인 것이겠지만, 무엇보다도 가장 큰 원인은 체계적 창업교육과 창업단계별 후속 지원이 없었기 때문이라 생각한다. 지금은 어떠한가? 과거의 창업은 하이테크 기반의 기술창업이 주가 되었다면 지금은 간단한 기술과 노하우에 의한 점포 창업이 많다. TV를 틀면 온통 먹방에 연매출 수십억씩 하는 식당들의 소개 프로그램이 넘쳐난다. 그러나 이러한 점포 창업도 대부분 얼마 가지 못해 폐업한다. 창업 후 3년 생존율은 OECD 국가 중 가장 낮다. 실패하는 가장 큰 원인은 무엇일까? 실패한 창업가들은 자본부족, 시장 상황 변화 등을 말하는데 더 근본적인 원인은 무엇인가? 자본부족과 시장상황 변화 예측은 하지 못하는 것일까?

▲ 전주기전대학 보건행정과의 병원앱 메이킹 창업교육 모습.

대학가에서도 창업 열풍이 불고 있다. 교육부와 한국대학교육협의회가 발표한 ‘2018년 6월 대학정보공시 결과’에 따르면 2017년 학생 창업기업 수는 1154개로 전년 대비 24.9%나 증가했다. 대학생들은 취업이 어려워 창업을 선택한 것인가, 아니면 기업가 정신을 실현하기 위해 창업을 선택한 것인가? 학생 창업은 기술 창업인가, 아니면 아이디어 창업인가? 학생들이 창업한 1154개 기업은 성공한 창업이 될까, 아니면 실패한 창업이 될까? 대학 창업교육은 중소벤처기업부, 교육부 등의 부처에서 시행하는 창업지원사업(창업선도대학, 창업대학원 등)을 중심으로 발전해왔다. 전국의 창업선도대학을 중심으로 창업교육부터 창업아이템 발굴 및 사업화, 후속지원까지 패키지식 지원을 하고 있다. 기술수준에 따라 기술 창업과 일반 창업으로 구분해 지원한다. 기술창업은 석·박사, 연구원 등 고도의 기술 수준을 요구하며, 일반 창업은 아이디어를 기반으로 한 창업이다. 대학별로 분류한다면 일반대학은 기술창업이 많은 반면 전문대학은 일반창업이 많을 것이다. 창업 지원인력인 멘토들은 창업에 경험이 있거나, 정부 유관 기관에 재직했던 분들이다. 멘토들은 대부분 전 직장 경험을 토대로 자신의 경험을 전수하고 있다. 창업 멘토의 실력이 낮은 것은 아니지만 전문성을 더 높일 필요가 있다. 올해는 그 어느 때 보다도 창업 선도대학에 선정되기 위한 대학 간 경쟁이 매우 치열했다. 과거의 전공 동아리나 스터디 그룹이 창업 동아리로 바뀌었고, 지금의 대학생들은 과거보다 창업에 대한 관심이 더욱 높아졌다. 그러나 대학에서 지원하는 창업 지원프로그램은 학생들의 창업 관심에 부응할 만큼 다양하지 못하다. 대학마다 기업가 정신을 필두로 창업에 도움 되는 다양한 교과목을 개설하고 있으나 개설 과목들은 창업 관련 과목을 단순 나열하여 개설한 경우가 많다. 창업교육은 초·중등 단계, 고등학교 단계, 대학 단계에서 체계적으로 창업 종류별, 창업 단계별로 다루어져야 한다. 우리나라의 창업교육은 체계적이지 못하다. 정부 부처마다 대학마다 제 각각이다. 관련 정보는 넘쳐 나지만 프로그램 내용이 유사하고 창업 단계별 체계성이 부족하다. 창업초기 기술개발 단계, 기술개발 후 초기 제품화 단계, 양산화 단계를 거쳐 홍보, 마케팅, 기업의 안정화 단계 까지 단계별 창업교육과 지원이 필요하다. 많은 기업들이 기술개발 이후 양산을 거쳐 사업화 전에 실패를 한다. 창업선도대학의 경우도 2012년 지원받은 기업의 창업 4년 후 고용인원이 0~1명 수준이다. 10명 중 9명은 실질 폐업이다. 이른바 ‘죽음의 계곡(Death Valley)’ 구간을 넘어서지 못하고 실패한다.

‘죽음의 계곡’을 ‘기회의 계곡’으로 바꾸려는 연구가 미국에서 있었다. 미국은 1995년 미국 과학재단(NSF)에서 주도해 노스캐롤라이나 주립대학교(NCSU)의 공대와 경영대학이 공동으로 ‘기술, 교육, 사업화’ 프로그램인 TEC(Technology Entrepreneurship Commercialization) 프로그램을 만들었다. 우리나라에도 소개돼 여러 대학과 기관에서 창업교육의 방법으로 사용하고 있다. TEC는 벤처 기술 창업에 적용되는 프로그램으로 기술 수준이 높은 과학자, 엔지니어들이 기술 개발 이후의 창업 단계를 지원하는 프로그램이다. 기술개발 후 시장조사, 사업계획서 작성, 외부 투자 유치 등의 기술 교육을 지원하는 교육을 강조하고 있다. 우리나라도 최근 들어 창업학 박사 과정이 생겨나고 창업에 대한 많은 연구가 진행되고 있다. 이제는 국가 차원의 연구를 통한 창업교육을 체계화할 필요가 있다. 창업을 하이테크에 기반 한 기술 창업, 아이디어 중심의 로우테크 하이콘셉트 창업, 점포창업 등과 같이 창업 유형에 따라 창업 절차와 창업교육을 어떻게 해야 하는지 정립해야 한다. 연구원과 석·박사 중심의 기술 창업은 미국의 TEC 프로그램을 적용할 수 있지만 전문대학생 창업의 주를 이루는 아이디어 창업과 점포 창업은 적용을 달리할 필요가 있다.

대학에서 창업교육은 어떻게 진행되고 있는가? 기업가 정신 함양은 창업을 떠나 모든 대학생들이 가져야할 기본 정신이다. 대학은 전공 습득의 장이다. 대학을 졸업하면 전공이 정해진다. 창업 성공을 높이려면 전공을 핵심기술로 한 창업이 돼야 한다. 창업을 하려는 사람이 창업을 전공으로 할 필요는 없다. 그러므로 대학에서 창업교육은 교양 교육과정을 활용하는 것이 효과적이다. 대학 교양 교육에서 인문학적 소양 함양과 함께 창의력 향상을 위한 창업교육이 중요하다. 나아가 대학 교양에서 창업 부전공을 운영한다면 창의적 창업교육이 더욱 활성화 될 수 있다.

성공하는 창업을 위해 다음을 제안한다. 첫째, 정부 주도의 창업 유형별 지원 체계를 만들 필요가 있다. 창업은 기술 수준에 따라 세 가지로 나눌 수 있다. 고도의 기술수준을 필요로 하는 첨단기술의 벤처 기술창업, 아이디어를 기반으로 한 일반창업 그리고 간단한 기술과 노하우 기반의 점포창업 등으로 분류할 수 있다. 성공 창업을 이루기 위해서는 창업교육과 기술 및 자금지원을 기술 수준에 따라 다르게 적용해야 한다. 정부 주도로 창업 유형에 맞는 지원체계 연구를 수행하여 창업 성공률을 높여야 한다. 둘째, 창업 단계별 교육 체계의 정립이 필요하다. 정부 주도로 창업 단계에 맞는 맞춤형 지원 교육 체계를 수립해야 한다. 아이디어 개발, 시제품 제작, 제품화, 판매에 이르는 창업 단계에 따라 교육과 지원 내용을 달리해야 한다. 셋째, 창업 단계별 전문적인 지원인력의 양성이 필요하다. 아이디어 개발 전문가, 사업화 전문가 등 창업 성공을 위한 창업 단계별 전문가를 양성해야 하고, 단계별 전문가 양성을 위한 교육과 품질을 유지해야 한다. 전문적인 창업 지원인력에게는 창업컨설팅 자격증을 발급해야한다. 정부에서 주관하기 어렵다면 공적 사업을 수행하는 민간단체나 학회 등에 위탁해 운영 할 수도 있다. 넷째, 대학에서는 이렇게 체계화된 교육을 교양교육을 통해 활성화시켜야 한다. 교양과목에 창업 교과목을 개설하고 창업 부전공제도를 도입하여 창업교육을 활성화 시켜야 한다. 창업교육 활성화로 국가 성장의 토대를 마련해야 한다. 창업교육은 창의력을 향상 시킬 수 있는 가장 좋은 방법이다.

<한국대학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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