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담사 행정업무 완화, 정신과 전문의 연계 시스템 구축 요구

▲ 동강대학교 학생상담센터에서 상담이 진행되고 있다.

[한국대학신문 허지은 기자] 청년층의 우울감이 점차 높아지고 있는 가운데, 학습자의 생활 형편이 일반대에 비해 어려운 전문대에서는 학교 내 심리상담센터의 역할이 더욱 중요해지고 있다. 전문대 심리상담센터 현장에서는 상담 여건 개선을 위해 학교와 정부의 행정적 지원이 필요하다고 전했다.

20대 우울증 환자가 늘고 있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의 2017년 12월 자료에 따르면 20대 우울증 환자는 2012년 5만2793명에서 2017년 6만4497명으로 1만2000명 가까이 늘었다. 이는 22.2%가 증가한 것으로, 같은 기간 60대 이상 우울증 환자가 20% 증가한 것이나 30대 우울증 환자가 1.6% 증가한 것보다 높은 수치다. 같은 기간 10대와 40~50대 우울증 환자는 줄어든 것에 비하면 더욱 대조적이다.

이런 상황에서 재학생의 정신건강 증진을 위한 전문대의 역할은 더욱 강조된다. 상대적으로 일반대에 비해 전문대에 사회경제적 약자 계층이 많이 진학하고 있고, 이러한 환경적 요인은 심리상태에도 큰 영향을 끼치기 때문이다.

한국전문대학교육협의회 고등직업교육연구소의 자료에 따르면 부모의 고등교육 이수 비율은 전문대에서 27.7%(부), 18%(모)로 나타난 반면 일반대에서는 47.1%(부), 30.9%(모)로 나타나 차이를 보였다. 부모의 월평균 소득 200만원 미만 가구는 전문대 23.2%인 데 비해 일반대는 16.9%로 나타났고, 소득 5분위 이하의 가구에 속한 재학생도 일반대(56.6%)보다 전문대(68.7%)에서 더 많았다.

이에 대해 주현재 삼육보건대학교 간호학과 교수는 “우리나라에서 학업을 잘 완수했다는 것은 단순히 어떤 대학을 진학하느냐의 문제뿐만 아니라 자존감에도 영향을 주는 부분이다. 따라서 상대적으로 자존감이 낮고 경제적으로 어려운 친구가 많은 전문대에서는 학생들의 생활에 대한 상담과 지도가 매우 중요하다”고 말했다.

■ 상담업무 행정지원 필요 = 대학, 특히 전문대에서 20대 정신건강의 중요한 역할을 담당해야 하는 상황에서 현장의 상담사들은 재학생 정신건강 관리의 질을 높이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행정적 지원 확대가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상담사에게 가중된 행정 업무에 대한 부담을 완화해 상담에 집중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것이다.

전국대학학생생활상담센터협의회가 2016년 115개 대학을 대상으로 한 실태조사에 따르면 전국 대학상담센터 전임직원으로 3~4명을 두고 있는 곳이 35.7%로 가장 많았고 전임상담교수나 전임연구원, 상담원을 단 한 명도 보유하지 못한 대학도 다수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상담사 부족은 업무과중으로 이어진다. 또 이들에게 부과된 행정 업무 부담도 만만치 않다. 한 전문대학 상담센터장 A씨는 “상담사가 상담뿐만 아니라 행정적인 업무도 처리해야 한다. 프로그램을 기획하거나 학과 홍보 활용 방안, 지출결의 등 회계 업무까지 상담 프로그램이 진행되기 위한 전반의 일을 담당한다”며 “행정 업무 부담으로 상담에 집중하기 어려운 것이 사실이다. 상담사가 상담에 집중할 수 있도록 행정적인 부분에 대한 지원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다른 전문대에서 근무하고 있는 상담사 B씨도 “대학 평가와 관련해 주기적으로 처리할 업무가 있는데 이것까지 하기에는 인력이 부족해 업무 부담이 크다. 학생들을 위해 더 해주고 싶은 게 있어도 여력이 안 돼 시도하기가 쉽지 않다”고 전했다.

■ 의료 연계 시스템 구축 등 방안 마련 검토돼야 = 상담과 치료의 영역이 구분돼있기 때문에 의료적 도움이 필요한 학생에 대해 원활히 심리치료가 이뤄질 수 있도록 의료 연계 시스템이 구축돼야 한다는 의견도 나왔다. 상담센터를 찾는 학생들 가운데 상담을 넘어 치료가 필요한 경우에 해당하는 사례가 늘고 있어 이 같은 노력이 더욱 필요하다는 것이 현장의 목소리다.

20대 우울증 환자가 늘고 있다는 점은 현장의 대학 상담사들에게는 지표가 아닌 현실로 다가온다. A씨는 “과거에 비해 심리적 어려움을 호소하는 학생들이 많이 온다. 단순한 진로고민으로 오는 학생들도 있지만 정신적인 증세를 호소하며 찾아오는 경우가 늘었다”고 설명했다.

현재까지는 정신과 전문의에 대한 수요를 대학 자체의 노력으로 해결하고 있는 상황이다. 동강대학교는 지역 내 정신건강센터와 연계해 정신과 전문의가 한 달에 한 번 대학을 방문하고 학생들을 만나는 ‘마음건강주치의’ 프로그램을 운영 중이다. 경민대학교는 치료가 필요한 학생이 있을 때마다 외부 전문기관과 협의해 정신과 병원이나 지속적 관리가 가능한 상담기관에 학생을 연결하고 있다.

그러나 안정적인 학생 정신건강 관리를 위해서는 외부 기관의 재능기부적 도움에 의지하거나 필요가 발생할 때마다 대학이 자구책을 마련하는 방식이 아닌, 연계 시스템 구축이 필요하다. 이에 대해 나현주 동강대학교 학생상담센터장은 ‘스쿨클리닉’의 개념을 제안했다. 가정 주치의와 같은 개념으로, 외부 정신과 전문의를 학교 주치의로 위촉하는 것이 그 내용이다.

나 센터장은 “동강대학교는 마음건강주치의가 활동하고 있고 오랜 기간 봉사가 이뤄져 우리 학교와도 라포가 잘 형성돼있다. 이 부분이 오래 유지됐으면 좋겠다. 그러나 기관의 변화나 사업의 전환으로 언제든 마음건강주치의 프로그램이 중단될 수 있다”며 프로그램의 지속성을 위해 지역 내 기관이나 전문의 집단과의 연계 시스템이 마련되기를 희망했다.

또 나 센터장은 “대학생들은 지역사회에 기여할 인재들이다. 성과를 낼 때에도 정신력이 중요하다. 그래서 대학에서 이들의 정신건강을 관리해주고 사회에 진출시켜야 하는 것이다. 이 부분을 관리하지 않고 사회에 진출하게 두면 결국 사회적 문제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며 학생 정신건강을 위한 대학 및 지역의 관심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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