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년간 논의한 대입개편 제자리걸음에 논란만 가중

합의 없는 추가질문ㆍ대입개편 자료 부족 등 문제多 
중장기 교육정책 논의하는 국가교육회의, 성과 미미해

▲ 김진경 대입제도개편특별위원장이 7일 정부서울청사 브리핑실에서 지난 4월부터 실시된 공론화 결과를 바탕으로 권고안을 설명하고 있다.

[한국대학신문 이하은 기자] 지난 1년간 20억원을 들여 진행해온 대입제도개편 논의가 결국 ‘제자리’ 수준에 그치면서 국가교육회의에 대한 비판이 터져나오고 있다. 공론조사의 절차와 필요성에 대한 문제제기부터 국가교육회의에 대한 무용론까지 제기되는 모양새다. 교육 전문가들은 교육부가 국가교육회의, 그리고 공론화위원회로 떠넘길 때부터 “예고된 사태였다”고 지적한다. 

지난 7일 국가교육회의는 공론조사를 토대로 2022학년도 대입 개편안 최종 권고안을 발표했다. 최대 관심사였던 정시 전형 비율은 정하지 않은 채 “일률적으로 정시 비율을 정해주는 것이 실효성이 있는지 판단할 자료가 없다”며 “교육부가 알아서 정리할 것”이라고 했다.

20억원을 들이고도 최종 권고안이 사실상 현행유지로 결론이 나자, ‘허송세월’ ‘세금낭비’라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지난 4월 국민의견 수렴부터 공론화 범위 설정, 의제 설정, 각종 토론회, 공론 조사 등을 거친 결과로 보기에 부족하다는 것이다. 

보수ㆍ진보 교육단체 양쪽에서 반발이 나오고 있어 교육계 혼란도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수능 확대를 주장한 측에서는 “비율을 45%로 정하라”는 주장을, 수능 절대평가를 주장한 측은 “정시확대는 과거 교육으로의 회귀다”라는 비판을 하고 있다. 더 나아가 국가교육회의 해체론까지 나오고 있다. 

상황이 이런데도 김상곤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은 이날 간부회의에서 "공론화 과정을 통해 정책 대안을 이끌어 내는 정책 결정 방식은 매우 자연스럽고 꼭 필요한 방식"이라며 앞으로도 공론화 방식을 정책 결정에 사용하겠다고 밝혔다. 

■ 공론화 과정에서 결과까지 ‘총체적 난국’= 공론화 과정과 절차에 대한 지적은 피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공론화위는 1안(수능 45% 확대)과 2안(수능 전 과목 절대평가)이 선호도1·2위를 차지했으나, 통계적으로 유의미한 차이는 없다고 했다. 그러면서 현행제도와 유사한 3안으로 사실상 결론을 내렸다. 

이종배 공정사회를위한국민모임 대표는 “공론 조사결과 1안이 1위를 했는데도 비율을 정하지 않은 것은 결과를 존중하지 않은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선호도 조사 방식에 문제를 제기했다. 이 방식으로는 1·2위를 가리기 힘들다는 것이다. “선호도 조사는 정확한 의사를 반영하기 힘들어 오차범위에 걸릴 수밖에 없다. 이런 방식을 채택해놓고 우열을 가리기 힘들다는 것은 혼란만 야기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또 공론화위가 의제팀들과 사전 논의나 합의 없이 부가질문을 넣어 왜곡된 결론을 도출해 절차적 정당성을 잃었다는 지적도 있었다. 

사교육걱정없는세상은 “공식 질문 외에 후속질문 28개를 물어, 후속질문의 결과로 공식 결과를 뒤집었다”며 예시로 2022년 대입개편을 위한 조사에서 ‘중장기적인 수능 평가 방법'을 물음으로써 “수능 절대평가 시행을 중장기 과제로 물타기 했다”고 비판했다. 

박정근 교육혁신연대 집행위원장은 “5점 척도로 진행하겠다고 했는데, 9개 선택지를 넣은 ‘수능위주전형의 적정한 비율’ 문항도 있었다”며 “통계전문가들도 미숙하다고 판단한다”고 밝혔다. 

전문가들은 애초에 대입개편안을 시민참여형 공론조사로 하는 것이 무리였다고 분석한다. 선택이 단순했던 신고리 원전 5‧6호기 건설 문제와는 다르게 대입전형은 단기간에 파악하기에 복잡하다는 것이다. 김영란 위원장 역시 “신고리 원전만큼 데이터가 충분하지 않다”며 공론화 여건이 부족하고 인정한 바 있다.  

이문영 전국입학처장협의회 회장은 “교육의 방향성을 다수결로 정하는 것이 맞는지 의문이다. 여론은 목소리 크고, 논리적으로 설명하는 쪽으로 기울기 마련”이라며 “이해관계가 첨예한 사안인 만큼 교육부가 지향할 목표를 설정한 후 의제를 만들어 설명하는 것이 맞다”고 말했다.

A대 입학처장은 “전문가가 아닌 시민참여단이 결정하는 것이라면, 공론조사에 제공한 자료는 최소한 객관성ㆍ공정성ㆍ신뢰성을 가져야 한다”며 “그러나 통계수치가 맞는지 검증되지 않은 자료들이 활용됐다”고 했다.

▲ 국가교육회의 권고안을 전달받은 교육부는 7일 오후 서울청사에서 김상곤 부총리 주재 긴급 간부회의를 열고 대입개편안에 대한 후속 논의를 비공개로 진행했다. 김 부총리가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사진=한명섭 기자

■ 설립취지 무색해진 국가교육회의= 일각에서는 국가교육회의 무용론까지 제기하고 있다. 출범한 지 1년 가까이 됐지만, 성과는 미미하기 때문이다. 이번 대입제도 개편은 1호 안건이었다. 중장기 교육정책 논의를 주도하기 위해 설립됐지만, 정시 비율부터 수능평가방법, 수능최저학력 등 미시적 과제를 맡았다. 

대입제도 개편안에서도 공론조사에 대한 구체적 권고안조차 마련하지 못한 채 교육부에 넘겨 비판에 직면했다.  

안선회 중부대 교수는 “국민 요구와 여론 그리고 국민공론 결과를 완전히 무시하고 국민을 속이는 국가교육회의는 더는 존재 가치가 없다”며 “대통령은 자문기구로서 역할을 다하지 못하고 국민을 배신한 국가교육회의를 즉시 해체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상곤 부총리는 “교육부는 국가교육회의의 공론화 결과를 존중할 것”이라며 “대입과 관련한 국민의 불안과 혼란이 발생하지 않도록 교육부가 최종안을 신속하게 확정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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