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상반기 총장 바뀐 16개 사립대 중 민주적 선거는 3곳 뿐

민주적 제도 두고 정의 달라, 구성원 참여 저조도 문제

▲ 지난 3월 전국대학생네트워크 학생들이 학생참여 총장직선제를 요구하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한국대학신문 구무서 기자] 지난해 이화여대 사태 이후 대학가에 들불처럼 번질 것처럼 보였던 민주적 총장 제도 도입 바람이 미풍에 그치는 모습이다.

‘최순실-정유라’ 게이트로 최경희 총장이 물러나고 학생들이 총장 선거권을 얻어낸 이화여대 사태 이후 법인화 대학인 서울대와 인천대도 직선제 및 구성원들이 참여한 간선제로 총장 선거를 치르면서 대학가에서는 민주적 총장 선출 제도 도입에 대한 기대감이 높아져갔다.

그러나 8일 대학가에 따르면 올해 총장 임기가 끝난 16개 사립대 중 13개교가 여전히 법인에 의해 총장이 임명되는 방식으로 총장 교체가 이뤄졌다. 직선제 혹은 구성원들이 참여하고 동의한 간선제 형태로 총장 선거가 이뤄진 곳은 대구대와 성신여대, 한국외대 등 3개교뿐이다.

민주적 총장 선거 제도 도입이 더딘 이유는 법령 때문이다. 현행 사립학교법에 따르면 학교의 장은 재단에서 선임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총장 선거 방식이나 총장후보추천위원회(총추위) 구성·운영 등의 규정을 학칙이나 정관에 명시한 대학도 있지만 규정조차 없는 대학도 많다. 학칙이나 정관에 관련 규정이 없을 경우 법에 따라 재단에서 총장을 선임하면 제도적으로 막을 방법이 현재로서는 없다. 정치적 부담이 큰 사립학교법 개정도 당장 실현 불가능한 과제다.

민주적 총장 선거 제도 도입을 바라는 구성원의 선택지는 투쟁 혹은 협상이다. 홍익대는 총학생회에서 단식 투쟁을 벌이며 학생의 참여를 강력하게 요구했고 고려대 총학생회도 기자회견을 열어 민주적 총장 제도 도입을 촉구했다. 교수들도 마찬가지다. 남서울대는 교수협의회에서 9일 총장 선거 제도와 관련해 성명서를 발표했고 경희대 교수협의회도 오는 29일 법인 이사회 전까지 총장 선거 제도가 합의되지 않으면 전면 투쟁에 나설 방침이다.

그럼에도 당장에 가시적인 성과가 나오기는 어려워 보인다. 일단 학생들의 참여가 여전히 저조하다. 전임 총장이 연임한 경일대의 교수협의회 한 관계자는 “학생들이 총장을 뽑는 데 큰 관심이 없었다”고 전했다. 남서울대 교수협의회 관계자도 “지방대 학생들은 총장 제도까지 관심 갖는데에는 아직 무리”라고 말했다. 총장 직선제를 기치로 내걸고 출범했던 전국대학학생회네트워크(전대넷)도 소속 회원교가 20개교 선에 멈춰있다. 김태구 전대넷 의장은 “이제 만들어진 지 2년이 채 안 된 연대체다 보니 잘 모르는 분들도 있지만 하계·동계 교류 행사에서 우리 소속단위가 아니라도 많이 참여해 서로 느낀 바도 많다. 2학기에는 다른 학교 모집에 노력할 것”이라며 “총장 직선제는 학생들 사이에서 모두가 공감하는 의제”라고 설명했다.

민주적 총장 선거 제도의 정의가 구성원마다 다른 점도 걸림돌이다. 학생들은 교수, 직원, 학생이 고루 참여하는 직선제를 주장하지만 일부 교수들은 교수 중심 총장 선거 제도를 선호하고 있다. 한국사립대학교수회연합회가 지난 6월 479명의 교수들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바람직한 총장 선출 방법을 묻는 문항에 35.1%가 교수 직선제를 선택해 가장 많은 응답을 받은 구성원 직선제(36.1%)와 비슷한 수치를 보였다. 총장 선거 제도로 학교와 갈등을 빚고 있는 경희대 교수협의회 한 관계자는 직선제 도입에 대해 “19세기 봉건시대에서 21세기 민주사회로 급격히 가면 역공을 받을 수 있다”며 “직선제를 강력하게 요구하면 법인으로부터 명분을 빼앗길 수도 있다”고 조심스러운 입장을 내비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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