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라 코하카 지음 윤태경 옮김 김정수 감수 《블랙 에지(BLACK FDGE)》

코언은 월가에서 전설적인 트레이더였다. 그는 20년 동안 연평균 30%라는 경이적인 수익률을 기록했다. 누가 봐도 불가능한 기록이었다. 그래서 그를 가리켜 월가 역사상 가장 위대한 트레이더라는 칭송이 따라다녔다. 그런데 어떻게 그럴 수가 있을까? 더욱 놀라운 것은 일반 헤지펀드가 성공보수로, 즉 이익에 대해 20% 정도를 가져갔지만 코언의 SAC 캐피털은 50%를 떼어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미국의 수많은 기금과 펀드들은 코언에게 돈을 맡기고 싶어 줄을 섰다. 그렇게 높은 수수료를 챙겨갔음에도 불구하고 SAC 캐피털이 남겨주는 수익률은 다른 헤지펀드보다 훨씬 높았기 때문이었다. 

월가의 많은 사람들이 코언을 두고 수군거렸다. 수상하다는 것이었다. 마침 연방 정부는 라자라트남의 갤리언 펀드의 불법거래를 광범위하게 추적하고 있었고, 이 과정에서 코언의 펀드 매니저들도 수사망에 올라왔다. 연방 정부는 코언과 휘하 트레이더들의 범죄 행각을 잡기 위해 비밀리에 7년을 추적했다. 그러나 최종적으로 코언을 형사법정에 세우는 데는 실패했다. 그는 법망을 기가 막히게 빠져나왔다. 자기가 얼마나 많은 정보원을 가지고 있는지 떠벌리다가 연방 정부에 잡힌 라자라트남과는 달리, 그는 연방 정부의 수사망을 피해가기 위해 회사의 조직이나 운영까지 치밀하게 설계했다. 연방 정부는 코언은 못 잡았지만 그의 휘하 트레이더 8명을 형사 법정에 세웠고 유죄 판결을 받아냈다. 코언에 대해서는 잘못된 기업문화와 직원에 대한 감독 책임을 물어 약 1조 6000억 원을 벌금과 제재금으로 받아냈다. 코언을 잡지는 못했지만 한쪽 팔을 잘라내는 데는 성공한 것이다. 

이 책은 성공과 야망을 위해 사활을 다해 블랙 에지를 얻으려고 노력하는 월가의 인물 군상들을 극명하게 묘사하고 있다. 월가의 역사에서 최고의 변호사, 투자은행가, 펀드매니저, 애널리스트 들이 어떻게 내부자거래에 얽혀드는지, 그리고 그 달콤한 유혹에 빠져 들어가는지를 마치 영화처럼 보여주고 있다. 블랙 에지가 명백한 불법 정보라고 인식하고 가담한 사람들도 많지만, 일부 사람들은 내부자거래를 시속 80km 구간에서 90~100km 정도로 달리는 것으로 생각하기도 한다. 

이 책은 특히 후자 같은 생각을 가진 사람들에게 내부자거래는 인생을 끝장낼 수 있는 매우 위험한 범죄라는 경고와 함께, 자본시장과 관련하여 전문가로서 활동하는 많은 프로들에게 내부정보의 독성과 위험에 대한 교훈적인 이야기를 많이 제공해 주고 있다. 또한 트레이딩 전략과 관련해 증권시장의 어려운 전문용어들을 실제 사건 속에 아주 쉽게 설명하고 있어 증권시장을 이해하고자 하는 입문자들에게도 매우 유익한 정보를 제공해 준다. 

저자 실라 코하카는 전직 헤지펀드 애널리스트이자 월스트리트, 실리콘밸리, 그리고 정치권을 주로 보도하는 <뉴요커> 전속 기자다. <블룸버그 뉴스위크> 등 비즈니스, 경제, 월스트리트, 규제, 금융범죄, 실리콘밸리, 소득 불평등, 여성 문제 등을 다루는 매체와 방송 프로그램에 스피커 또는 패널로 출연하는 등 활발한 활동을 하고 있다.(캐피털북스 / 2만3000원)

저작권자 © 한국대학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