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교육 살리기에도 의문…"정부가 대학 길들이려는 이런 방식은 창피한 일"

“안 따르면 교육부가 좋게 보겠나” 대학가, 교육부 권고안 따를 듯

▲ 부총리와 간담회를 갖는 대교협 총장단. 대교협은 17일 개편안을 수용한다는 입장을 밝혔지만 현장에서는 부정적 평가가 주를 이뤘다.(사진 = 한명섭 기자)

[한국대학신문 구무서 기자] 2022학년도 대입개편안이 발표되고 한국대학교육협의회(대교협)에서 수용의 뜻을 밝혔으나 대학 현장에서는 대학의 자율과 교육적 가치를 고려했을 때 부정적이라는 의견이 많았다.

이문영 전국대학입학처장협의회장은 “정시 확대는 (정부가) 가고자 하는 방향에서 회귀하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며 “공론화 과정에서 의견을 들었기 때문에 선택이 자유롭지는 않았겠지만 공교육 살리기 측면에서 이게 맞는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특정 비율을 주고 실효성을 높이기 위해 재정지원사업과 연계한 방식에 대해서는 비판이 이어졌다. 백광진 서울지역입학처장협의회장은 “지금의 대한민국 수준에서 비율을 권고하면서 교육부가 운영하는 사업과 연계한다는 건 난센스”라며 “우리나라 최고의 인재를 키워내는 고등교육기관에 교육을 담당하는 행정부서가 이런 식으로 길들이기를 계속하려는 건 정말 창피한 일”이라고 지적했다.

대학가에서는 이번에 교육부가 권고한 30%를 지키는 데는 무리가 없을 전망이다. 수능 비율이 낮은 지방대는 대부분 학생부교과전형 비율이 이미 50%가 넘어가기 때문에 고교교육 기여대학 지원사업에 참여가 가능하다. 다만 학생부교과전형 비율이 30%가 넘어 고교교육 기여대학 지원사업에 참가 가능한 대학들이 교육부가 권고한 수능위주전형 30% 이상을 따라갈지는 미지수다. 충청권 한 대학 입학처장은 “지역 대학을 지원하는 학생들은 수능 30% 이상을 원하지 않는다”며 “학령인구가 감소해서 지방대는 미달도 막아야 되는데 정시를 무조건 늘리는 건 부담이 있다”고 설명했다.

관건은 수능위주전형 비율이 30%가 되지 않으면서 학생부교과전형 비율도 30%가 안 넘는 대학들의 선택이다. 교육부에 따르면 올해 기준 35개교가 이에 해당한다. 이 중 8개 대학은 종교계열 대학이고 나머지 27개교는 4년제 일반대다. 학생들이 선호하는 서울 소재 대학이 12개교, 수도권으로 넓히면 19개교다.

위의 12개교 중 서울 대형 대학의 한 입학처장은 “2022학년도니까 지금 당장은 뭐라 말하기가 어렵고 우리도 분석하고 연구를 해봐야 한다. 우리만 분석을 해서도 안 되고 고교 선생님들하고도 같이 연구해서 어떤 영향이 발생할지 봐야 한다”면서 “이런 걸 대학보고 떠안으라는 것이 참…”이라며 말끝을 흐렸다.

위의 19개교 중 한 대학 입학처장은 “30% 정도면 충분히 수용할만한 수치”라면서도 “대학이 자율적으로 뽑고 싶은 학생을 뽑지 못하게 되고 수능의 서열을 존중할 수 없는 대학이 있을 수도 있는데 그런 게 무시된다. 수능성적으로 생기는 대학 서열화가 고착화돼 학원에서 내는 배치표 영향력만 커질 것”이라고 우려했다.

다만 현재 교육부와 대학의 관계를 고려할 때 대학이 교육부의 뜻을 무시하기는 어려워 보인다. 또 다른 대형 대학의 한 입학처장은 “고교교육 기여대학 지원사업에 지원 안 하고 그냥 우리 뜻대로 가겠다 할 수도 있지만 그러면 교육부가 우리 대학을 좋게 보겠나. 이 사업뿐만 아니라 다른 사업도 어려움을 겪을 거다. 사업뿐만 아니라 털어서 먼지가 안 나는 곳이 어디 있겠나”라며 이번 개편안을 수용할 뜻을 간접적으로 내비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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