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현웅 지음 《우리말 지혜》

지혜는 무엇일까? 우리말이 일러주는 지혜는 ‘아는 것을 넘어 새로움으로, 새로움에서 다시 따뜻함으로 나아가는 것’이다. 지혜의 지는 그냥 아는 알지知가 아니라 알지知에 날일日이 있는 지智이다. 아는 것에 빛을 더한 모양이다. 우리말에서 해는 새와 통한다. 날마다 해가 뜨는 것이 새로운 것이고, 빛으로 맞이한 아침은 늘 새로운 느낌이다. 그러니까 지혜는 날마다 새로운 것이다. 또한 빛에는 따뜻함이 있다. 따뜻함은 우리의 얼어붙은 마음을 녹여준다. 지혜로운 사람에게는 사람도 세상도 품을 수 있는 따뜻함이 느껴진다. 그러니까 지혜는 사람에 대한 믿음, 좋은 세상에 대한 확신을 갖게 하는 것이다. 지혜로운 사람이 늘 긍정적이고 편안한 모습일 수 있는 이유이다. 이처럼 물줄기를 찾아가듯, 엉킨 실타래를 풀 듯, 우리말의 어원과 이야기를 좇아가며 우리의 마음을 긍정과 편안한 우리말 세상으로 인도한다.

첫째 마당 ‘내 것이 아닌 우리 모두의 것’에서는 모두 함께 사는 세상의 지혜를 담고 있는 우리말 어휘에 대한 이야기를 들려준다. 둘째 마당 ‘내가 좋아하는 것은 좋은 것’에서는 좋아하는 것이 많은 게 좋은 것, 싫어하는 것이 많으면 슬픈 것이라는 우리말 감정어가 담고 있는 진리를 얘기한다. 셋째 마당 ‘타고난 것이 아니라 노력하는 것’에서는 ‘정말, 죄받는다, 못생기다, 말을 듣다, 재수 없다, 덮어 놓고, 알고 보면’ 등의 우리말 표현들이 담고 있는 우리말 세상이 펼쳐진다. 

‘우리’라는 말은 공동체 의식보다는 소유의 개념을 담고 있다. 내 것이 아닌 우리 모두의 것이니까 정작 내 것은 아닌, 종교에서 말하는 무소유와 같은 개념이다. 우리라는 말에서 보여주는 우리말 세상은 ‘내 것이 아닌 우리 모두의 세상, 모두 함께 사는 곳’을 보여주고 있다. '바보‘라는 말은 ‘밥+보’로 내 배가 부른데도 계속 먹고 있는 사람을 뜻한다. 다른 사람의 배는 고픈지 어떤지 안중에도 없이 부른 내 배를 계속 더 부르게 하는, 나만 생각하는 위험한 사랑이 바보이다.

 우리말 ‘기쁘다’는 하고 싶지 않은데 억지로 하는 것이 아니라 ‘기꺼이 하는 것’이라는 걸 보여준다. 힘든 일이 안 생기면 좋겠지만, 이미 생긴 일이라면 이왕이면 기꺼이 받아들이고 의연하게 대처해서 잘 이겨내야 한다는 지혜를 담은 것이다. ‘좋다’도 좋은 직업, 좋은 대학처럼 ‘훌륭하다’라는 뜻으로 쓰일 때는 차별의 느낌을 담은 것이지만, 내가 좋은 것이 모두에게 좋은 것, 우리가 좋아하는 것은 좋은 것이라는 사람에 대한 신뢰, 세상에 대한 믿음을 담고 있다. 

‘죄 받는다’는 죄를 벌로 받는 게 아니라 더 큰 죄를 짓는 걸로 받는다는 무서운 말이다. ‘덮어놓고’ 소리 지르거나 화를 내는 것은 하수들이나 하는 것이고, ‘알고 보면’ 그 사람에게도 사정이 있다는 세상을 사는 지혜를 일러주고 있다. ‘재수 없다’는 상대를 향한 말이 아니라 ‘나에게 돈이 들어오지 않는다’는 깨우침을 담고 있다. 우리말이 펼쳐주는 세상 속에서 ‘어떻게 살아야 할지’ 에 대한 삶의 지혜를 구해보는 것도 좋겠다. 

저자 조현웅은 경희대 국어국문학과를 졸업하고, 같은 학교 대학원에서 석사와 박사 학위를 받았다. 국어학자 서정범 선생의 제자이자 우리말 어휘 연구가로 우리말을 통해 세상과 소통하려는 노력을 하고 있다. 현재 경희대 한국어교육 전공 교수이며, 외국인에게 한국어와 한국 문화를 가르치고 있다.( 마리북스 / 1만4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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