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개월 간 4000명 학생 교육해 취업, “사실상 불가능한 수치”

전문가들 “시간·비용 모두 학교가 손해 감수해야 하는 사업”

▲ 과기정통부가 추진하는 청년 TLO 사업 흐름도.

[한국대학신문 이지희 기자] 과기정통부가 이공계 청년 일자리 확대를 위해 야심차게 내놓은 ‘청년 TLO(기술이전 전담인력, Technology Licensing Officer) 육성사업’을 내놨지만 현장에선 사업의 순항이 어려울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청년 TLO 사업은 과기정통부가 67개 대학을 선정해 총 4000명의 이공계 미취업 졸업생을 지원한다. 내년 사업 운영 과정과 결과를 평가해 2년 추가 지원 여부를 결정한다.

과기정통부는 이 사업을 통해 학생들이 기술 사업화를 위한 기본 업무역량을 갖추고, 실험실 창업과 취업의 이원화된 과정 운영을 통해 이공계 청년의 일자리 창출을 촉진할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당초 계획보다 대학 참여 저조…청와대 청원도= 그러나 청년 TLO 사업은 초반부터 삐걱거렸다. 지난 5월에 사업계획을 공고했지만 참여가 저조하자 지난 7월 2차 추가 공고를 모집했다.

한 대학 산학협력단 관계자는 “대학은 사실 많이 꺼려했던 사업”이라며 “사업에 참여하는 학생의 70% 이상을 취업시켜야 한다는 성과도 부담스러웠고, 부족한 재정 지원도 한몫했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이 관계자는 “당초 과기정통부가 기대했던 학교 당 인원은 80명 수준이었다”며 “그러나 대학들이 사업 참여에 소극적으로 나서면서 규모를 상당히 줄였다”고 덧붙였다.

실제 2차 공고 이후 확정된 67개 대학 중 50명 미만 신청 대학은 24곳, 50~80명 미만 대학은 22곳, 80명 이상 대학은 21곳으로 80명에 미치지 못하는 대학이 46곳에 달했다.

청와대 국민청원에도 청년 TLO 사업에 대한 불만의 글이 올라왔다. 청원자는 “과기정통부의 청년 TLO 사업의 재편 및 재고를 청원한다”고 올렸다. 취지는 좋지만 세부 내용을 따져봤을 때 여러 가지 문제점이 많다는 이유에서다.

성과내기 어려운 기간…지원금 대부분은 인건비로= 대학 관계자들이 가장 문제로 꼽는 점은 시간과 비용이다. 이 사업은 총 4000명의 미취업 이공계 학·석사 졸업생을 6개월 동안 청년 TLO로 채용하고 대학의 보유기술이나 민간 이전을 위한 다양한 활동을 지원해 70% 이상 취·창업을 유도한다는 게 골자다.

현장의 전문가들은 ‘6개월 동안 70% 이상 취업’이라는 목표치가 거의 불가능에 가깝다고 설명했다. 서울·수도권 지역의 A대 산단 관계자는 “6개월 동안 학생들을 교육해서 기술이전 지식을 쌓게하고, 공부를 하도록 한다는 건 불가능하다고 본다”며 “70% 이상 취업을 시켜야 한다는 점도 대학에겐 큰 부담”이라고 밝혔다.

지역의 B대 산단 관계자도 “6개월 내로 교육을 시켜서 어떻게든 취직을 시켜야 하는 상황인데, 첫 해이기 때문에 더 어려울 것”이라며 “지속가능한 사업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내다봤다.

비용은 더 큰 문제다. 청년 TLO 사업 지원금의 대부분은 TLO 인력의 인건비에 들어간다. 2018년도 청년 TLO 예산은 460억원 정도인데 이중 인건비가 440억원, 간접비가 20억원 수준이다. 학생 인건비 외에 들어가는 제반 사항, 행정 비용, 견학 등의 교육비용을 대학이 부담해야 한다는 의미다.

당초 청년 TLO 사업 공고 전에 열린 설명회에서도 이같은 문제점을 지적했지만 막상 뚜껑을 열어보니 크게 바뀐 내용이 없다는 게 관계자들의 전언이다.

A대 관계자는 “학생들을 데려오면 교육 출장, 기업 견학, 기술 매칭 등을 해야 하는데 운영비용이 전무하다”며 “사실상 대학으로서는 행정 인력과 재정 손실을 감수하면서까지 이 사업을 해야 한다는 점이 부담”이라고 답답함을 토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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