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가 중지, 인증평가통합, 자율개선대학 확대 등 모두 무산

“이해관계 다 달라, 의견일치 안 됐던 게 컸다”

▲ 지난해 12월 열린 대학기본역량진단 공청회에서 공대위가 단상을 점거하며 공청회를 파행으로 몰고 간 장면.

[한국대학신문 구무서 기자] 대학의 운명을 가르는 대학기본역량진단이 23일 발표되면서 막을 내렸다. 대학가에서는 발표 전까지도 요구사항을 관철시키기 위해 노력했지만 결과적으로 수포로 돌아갔다.

1주기 대학구조개혁평가가 끝나고 대학가에서는 지표위주·줄세우기식 평가와 구조조정에 강한 반발이 일었다. 대학구조개혁평가 이후 부실대학으로 분류된 대구외대와 서남대, 한중대 등이 문을 닫으면서 이러한 분위기는 더욱 팽배해졌다.

지난해 한국대학교육협의회(대교협) 회장단이 교체되면서 대학가에서는 평가에 대한 기조가 바뀔 것으로 기대했다. 전임 회장교였던 제주대가 국립대였던 것과 달리 사립대인 단국대의 장호성 총장이 회장에 취임하면서 목소리를 높이지 않겠느냐는 전망이 나왔었다. 실제로 대교협은 지난해 4월부터 ‘대학 인증 중심의 구조개혁 추진안을 마련하기 위한 태스크포스(TF)’를 운영하면서 정부 중심이 아닌 대학 중심 평가로 패러다임 전환을 시도했다. 대교협에서 하고 있는 대학기관인증평가를 심화·발전시켜 평가를 하자는 주장이었다.

지난해 6월 대교협 하계 총장 세미나에서 TF가 기관인증 중심 대학구조개혁 추진안을 발표한 뒤 대교협은 선언문을 내고 교육부에 건의를 하면서 대학구조개혁과 기관평가인증의 통합을 요청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당시 TF 위원장을 맡았던 권선국 경북대 교수는 “우리나라가 워낙 관(官) 주도여서 대안을 제시해도 잘 안 먹히더라”며 “대학 총장들의 뜻을 하나로 모았다면 이를 존중해줘야 하는데 잘 안됐다”고 전했다.

평가를 멈출 기회는 한 번 더 있었다. 지난해 12월 한국교원대에서 열린 대학기본역량진단 공청회장에서 대학공공성 강화를 위한 공동대책위원회(공대위)가 단상을 점거하며 공청회를 무산시켰던 장면이 그것이다. 공대위가 단상에서 “줄 세우기 방식의 역량 진단은 구조개혁평가와 다를 게 없다. 더 이상 교육부 눈치 보지 말고 다 같이 돌아가자”며 참가자들을 독려했고 실제로 이 날 참석한 대학 관계자들이 돌아가면서 공청회가 파행됐다.

그러나 공청회만 파행됐을 뿐, 교육부는 대학기본역량진단에 대한 의견 수렴은 계속 진행했고 대학들도 의견서를 제출했다. 평가 중단 시도와 그 의지가 사실상 동력을 잃게 되는 순간이었다.

이후 대학가는 평가 대비로 완전히 돌아섰다. 지표 구성과 자율개선대학 숫자에 초점을 맞추고 논의를 이어갔지만 이마저도 대학가의 의견이 받아들여진 것은 미미했다. 교수들은 부정비리의 책임을 대학에 전가하면 안 된다며 지표 변경을 요구했지만 수용되지 않았고 총장단은 자율개선대학 숫자를 늘려달라고 호소했으나 이 역시 관철되지 않았다. 지난 14일 대교협과 한국사립대학총장협의회(사총협) 회장들이 교육부 고등교육정책실을 방문해 마지막까지 의견 관철을 시도했지만 단 1개 대학도 늘어나지 않았다.

김병국 대학노조 정책실장은 “각 대학마다 이해관계가 다 다르다. 평가에서 좋은 점수를 받을 수 있는 대학들은 오히려 평가를 받고 싶어 하는 부분도 있고 수도권에서는 오히려 대학을 줄여야 한다고 주장하는 곳도 있었다”며 “구성원들의 이해관계가 다 달라 의견 일치가 어려웠던 것 같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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