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혜정 교육과 혁신 연구소 소장

교육부의 최근 대입정책 사태를 보면 교육부 존재 의미가 없다는 진보ㆍ보수를 망라한 전 국민의 비판이 전혀 과하지 않다. 장관 취임 직후 첫 정책으로 수능 절대평가 몇 과목 할 것인지 1안, 2안으로 전 국민을 싸움 붙이더니, 국민들의 항의에 결론 유예했다가 끝내 공을 국가교육회의로 넘겼고, 국가교육회의에서 대입특위, 공론화위를 거쳐도 뚜렷한 방안을 제시하지 못하자, 교육부는 결국 대통령 공약을 포기하고 돈줄로 대학의 정시확대를 강제하는 '시대에 역행'하는 결정을 발표했다. 교육부 정책의 퇴행 비판은 이미 차고 넘치니 더 보탤 필요 없고, 이제 앞으로 어떻게 해야 할까 고민해야 한다.

첫째, 4차 산업혁명 대비 교육개혁을 논의할 새로운 기구가 필요하다. 국가교육회의가 그 역할을 했어야 했지만, 이번 사태를 거치면서 현 국가교육회의도 미래 교육 설계를 전혀 할 수 없음이 판명됐다. 따라서 이미 리더십을 상실한 교육부나 국가교육회의가 아닌 다른 기구의 리더십이 필요하다. 

지난달 17일 전국 시도교육감들이 이번 대입정책이 과거로의 퇴행이라고 한목소리를 낸 바 있으니, 교육부에 대안을 요구하기보다 시도교육감협의회에서 미래교육을 논의할 기구를 직접 만들어 4차 산업혁명 시대의 교육ㆍ대입 정책에 대한 포괄적 공론의 구심점이 되는 것이 필요하다. 교육부 권한을 교육청에 이양하는 것이 대통령 공약이기도 했고, 국민에 의해 직접 선출되는 교육감들이므로, 시도교육감협의회에서 교육개혁기구를 만들어 현장교사들과 함께 집단지성으로 교육정책 방향을 설정하는 것은 지극히 공신력 있고 시대정신에 부합한다. 

둘째, 정권에 흔들리지 않을 교육개혁기구 법제화를 위한 국회의 협조가 필요하다. 교육개혁은 단기간에 이뤄질 수 없다. 핀란드처럼 수십 년간 교육개혁이 지속적으로 이뤄질 수 있으려면 정권에 따라 부화뇌동하지 않을 기구가 필요한데, 그런 취지로 논의됐던 국가교육위원회는 현 정권 임기 내에 만들어지기 요원하고, 그 준비 기구로 등장했던 국가교육회의도 이미 리더십을 상실했으니, 차제에 아예 국민이 선출한 시도교육감들의 협의체에서 미래교육을 논의할 교육개혁기구를 법제화해 한두 명의 임명직이 국가교육정책을 퇴행시키는 사태가 더 이상 반복되지 않도록 국회가 나서야 한다.

셋째, 새로운 기구에서는 처음부터 최소 10년 플랜을 논의하자. 10년 플랜을 먼저 짜고 그 방향으로의 준비 일환으로 2022년 대입을 논의했더라면 작금의 사태는 없었을 것이다. 4차 산업혁명 시대에 우리 아이들이 어떤 역량을 길러야 하는지, 그것은 어떻게 평가돼야 하는지, 수능과 내신이 10년 후에는 어떻게 변해야 하는지 세계적 흐름을 분석하며 설계하고, 이를 이루기 위해 7년차에는 어느 정도의 변화가 요구되는지, 5년 차, 3년 차에는 각각 어떤 준비가 필요한지 미리 국민들과 충분히 공유하면, 교육개혁을 넘어 교육혁명 수준으로 바꾼다 하더라도 10년이라는 시간 동안 실현 가능하다. 

넷째, 현재의 수능ㆍ학종 프레임에서 벗어나자. 아무리 공정해도 객관식 상대평가의 현 수능으로는 인공지능에 백전백패할 능력을 기를 뿐이다. 아무리 타당해도 모두에게 기회가 균등하지 않은 학종으로는 공정 명분을 이길 수 없다. 미래교육은 반드시 공정성과 타당성 모두 해결해야 한다. OECD 35개국 중 수능ㆍ내신 모두 객관식 상대평가인 나라는 일본과 한국뿐이란다. 그런데 일본은 아베 신조 총리가 2013년 집권 6개월 만에 2020년 수능 폐지와 그 롤모델로 IB(인터내셔널 바칼로레아)를 공교육에 도입하는 것을 교육부 결정이 아닌 국무회의(각의) 결정으로 선언하고, 이후 대입/교육 대개혁을 진행하고 있다.

이제 한국만 남았다. 새로운 교육개혁기구에서 10년 내에 4차 산업혁명에 대비할 역량을 기르고 평가할 수 있도록 수능과 내신 모두 완전히 선진화하는 한국형 바칼로레아(가칭) 체제 개발을 논의하자. 인공지능시대에 세계 각국은 앞다투어 교육개혁 하는데, 우리는 언제까지 구한말처럼 시대를 읽지 못하고 주저할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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