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생소한 ‘블랙가스펠’ 선보여… 프로보다 더 프로다운 모습에 호평

▲ 동아방송예술대학교의 ‘일레븐’이 대상 수상팀으로 발표된 뒤 이기우 한국전문대학교육협의회 회장으로부터 상패와 상금을 받고 있다. (사진=한국전문대학교육협의회)

[한국대학신문 김의진 기자] 동아방송예술대학교의 ‘일레븐’이 대한민국 실용음악 페스티벌 우승팀으로 선정됐다. 블랙가스펠 기반 창작곡 ‘Ridin’으로 파워풀한 역대급 라이브 무대를 선사했다.

24일 서울 여의도 KBS아트홀에서 열린 제3회 대한민국 실용음악 페스티벌에 실용음악과 학생들로 구성된 결선 진출 10개 팀이 참가해 경연 무대의 막이 올랐다. 한국전문대학교육협의회(전문대교협)와 한국음악실연자연합회(음실련)가 공동으로 주최한 이번 행사에서 실용음악을 사랑하는 450여 명의 관객들은 KBS아트홀 객석을 꽉 채웠다.

이기우 전문대교협 회장은 “예전에는 대학가요제가 있었지만, 지금은 음악을 하는 학생들의 등용문이 없는 현실이다. 그래서 전문대교협은 실용음악의 우수성과 학생들의 꿈을 마음껏 펼칠 수 있도록 이러한 축제를 개최했다”며 “결선 10개 팀은 이번 무대를 통해 노력한 결실을 유감없이 발휘하고, 관객들에게는 감동을 받는 자리가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 이기우 전문대교협 회장

김원용 음실련 회장은 “미래의 음악실연자가 프로와 뮤지션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이러한 자리를 마련하게 됐다”며 “참가한 10개 팀 구성원 모두의 최대 강점은 바로 젊음이다. 용기를 가지고 하고자 하는 방향으로 계속 나아간다면 기회는 반드시 올 것이다. 참가팀 모두에게 음반을 전부 만들어주겠다. 축제의 장이 될 수 있길 바란다”고 격려했다.

이날 결선에는 △부자가 될 사나이들, 양윤미(이상 국제대학교 2팀) △안단테(Andante, 김포대학교) △한겨울냉방(대경대학교) △후유아(동서울대학교) △일레븐(동아방송예술대학교) △알렉사 유닛(Alexa Unit, 명지전문대학) △예머, TUCKS(이상 서울예술대학교 2팀) △정봉훈(전남도립대학교) 등 10개 팀이 진출했다.

공정한 심사를 위해 그룹 부활의 김태원씨가 심사위원장을 맡았으며 김종태(작곡가), 김효수(가수 겸 교수), 이태윤(베이시스트), 최진석(음악 프로듀서)이 심사에 함께했다. 김태원 심사위원장은 “음악은 느낌”이라며 “나를 비롯한 여기 모든 분들에게 느낌을 주는 분들이 좋은 점수를 받을 것”이라고 말했다.

▲ 김태원 심사위원장

첫 번째 경연은 동서울대학교 ‘후유아’가 부른 동명 창작곡 ‘후유아(Who you are)’. 이상적인 삶과 현실적인 삶 사이에서 스스로가 진정 원하는 삶이 무엇인지를 찾아가는 자아성찰의 곡으로 만들어졌다. 후유아는 무대에서 파워풀한 메인 보컬과 코러스가 어우러지는 동시에 그룹사운드의 장점인 악기 하나하나의 장점을 모두 살려내며, 무대 첫 순서로 받을 수 있는 부담감을 완벽하게 떨쳐냈다.

이태윤 심사위원은 “락발라드를 기반으로 한 클래시컬한 곡”이라며 “10대부터 60대까지 모두가 좋아할 스타일로 곡을 잘 썼다. 개인적으로도 굉장히 친숙한 음악처럼 들을 수 있었다”고 평가했다.

▲ 동서울대학교의 후유아

이어진 두 번째 참가팀 명지전문대학의 ‘알렉사 유닛’에게서도 긴장감은 찾아볼 수 없었다. 공연 시작 전 ‘접신’을 예고하며 완벽한 퍼포먼스를 장담했다. 말뿐이 아닌 실력도 만만치 않았다. 열창 뒤 바닥에 쓰러지는 연기까지 선보인 메인 보컬리스트의 퍼포먼스에 관객들은 진심을 담은 박수를 보냈다. 이들의 노래를 들은 이태윤 심사위원은 “여성 보컬의 테크닉과 외적인 매너, 퍼포먼스가 프로페셔널한 뮤지션 이상의 모습”이라고 극찬했다.

▲ 명지전문대학의 알렉사 유닛

세 번째 참가팀은 영화 〈피치 퍼펙트〉를 연상시키는 아카펠라를 준비한 서울예술대학교의 ‘예머’. 공연이 시작하기 전 음향장치 이상으로 잠시 호흡이 무너질 뻔한 위기가 있었지만, 팀 리더의 재치 있는 수완으로 공연을 완벽하게 마무리할 수 있었다. 김종태 심사위원은 “풋풋함을 느낄 수 있었던 무대였다”며 “아카펠라 장르 상 어려울 수 있는 음정이 비교적 정확해 점수를 드렸다. 준비했을 시간을 상상하니 재미가 있었을 것”이라고 평가했다.

네 번째 공연은 국제대학교의 ‘부자가 될 사나이들’이 부른 ‘Billionaire’. 브루노 마스(Bruno Mars)가 참여한 트래비 맥코이(Travie McCoy)의 곡 ‘Billionaire’에 직접 가사를 붙여 만들었다. 20대 사회초년생들의 공감을 이끌어 내고, 신나는 곡 분위기에 맞게 무대를 이끌었다. 김종태 심사위원은 “랩의 발음(diction)이 좋았다”며 “구성도 참신했는데, 다만 창작곡이었다면 어땠을까 하는 아쉬움은 남는다”고 심사했다.

▲ 동아방송예술대학교의 일레븐

다섯 번째 참가팀 동아방송예술대학교 ‘일레븐’의 공연은 이날 자리를 찾은 모든 이들을 혼란스럽게 했다. 블랙가스펠을 기반으로 한 창작곡 ‘Ridin’으로 펑크와 팝을 조금씩 섞고, 소울풀한 보컬과 코러스 하모니가 어우러진 종합선물세트였다. 단 한 곡만으로 국내에 대중적이지 않은 블랙가스펠이라는 장르를 관객들에게 성공적으로 ‘영업(?)’했다는 평가다. 기자 역시 보컬의 첫 소절이 시작되자마자 사전에 녹음된 음원으로 착각할 만큼 완벽한 무대가 펼쳐졌다.

김효수 심사위원은 “방금 들은 완벽했던 노래가 창작곡이었다는 것이 무척 놀랍다”며 “블랙가스펠 연주와 노래, 보컬과 밴드 구성 모든 것이 좋았다. 분위기 또한 잘 이끌었다. 우리말 버전이 있다면 더 좋을 것 같다”고 극찬했다.

서울예술대학교의 ‘TUCKS’는 여섯 번째 무대에서 창작곡 ‘Fly away’를 열창했다. 힘들게 살아온 지난 과거를 음악을 통해 털어내고 세상에 나가 일어선다는 내용의 밴드 사운드다. 김효수 심사위원은 “에너지 넘치는 밴드 연주가 매력적이다. 같이 뛰면서 놀고 싶은 충동을 느꼈다”며 “콘서트의 마지막 엔딩곡으로 어울릴 것 같다. 관객들이 함께 호응할 수 있는 부분들은 만들어 놓은 점에 좋은 점수를 주고 싶다”고 심사했다.

일곱 번째 무대는 대경대학교의 ‘한 겨울 냉방’이었다. 게리 무어(Gary Moore)의 곡 ‘Walking By Myself’를 어쿠스틱하게 편곡했다. 보컬리스트는 공연 도중 반주가 나가고 있을 무렵 관객들에게 기타리스트를 소개하면서 자신의 남자친구라고 깜짝 발표를 하는 등 시종일관 관객들과 하나가 되는 공연으로 완벽한 무대 매너를 선보였다. 최진석 심사위원은 “잘 알려진 곡을 본인들의 스타일로 편곡한 점에 높은 점수를 줬다”며 “팀 전체의 호흡이 굉장히 잘 맞았다는 점에도 박수를 보낸다”고 평가했다.

이제 남은 참가 팀은 단 세 팀뿐. 여덟 번째 공연을 위해 솔로 참가자 국제대학교의 양윤미가 등장하자 관객들은 응원의 박수를 보냈다. 약간은 긴장한 듯한 얼굴과 수줍어하는 듯한 걸음걸이로 무대에 들어선 양윤미는 반주가 시작되자 돌변했다. 솔로로 출전했지만 공연장은 그의 목소리로 꽉 찼다. 최진석 심사위원은 “전체적으로 소울풀한 보컬이 아주 좋다”며 “반주 음악(MR) 보다는 현장에서 실제로 연주했다면 장점을 훨씬 더 잘 살릴 수 있었을 것”이라고 심사했다.

이날 출전 대학 가운데에서는 김포대학교의 김재복 총장이 유일하게 학생들을 응원하기 위해 공연장을 찾았다. 자신들을 격려하기 위해 총장이 왔다는 소식을 들었을까. 아홉 번째로 펼쳐진 김포대학교의 ‘안단테’의 공연은 더욱 도전적이고 열정적이었다. 과감하고 참신한 구성으로 관객들에게 새로움을 선사했다.

이태윤 심사위원 역시 “락에서 랩퍼가 등장했다. 칭찬해 주고 싶다”며 “드러머와 키보드 연주자에게도 높은 점수를 주고 싶다. 팀에서 두 명만 여성인데, 악기를 연주하며 코러스를 함께 하는 힘든 일을 무리 없이 소화했다”고 평가했다.

▲ 김포대학교의 안단테

마지막 공연은 유일한 남성 솔로 참가자인 전남도립대학교의 정봉훈씨가 부른 가수 이소라의 ‘아멘(Amen)’으로 마무리됐다. 감정을 집중하며 차분한 자세로 공연을 마쳤다. 이태윤 심사위원은 “정봉훈의 보컬에 MR은 어울리지 않는다”며 “피아니스트를 대동했더라면 더욱 좋은 무대가 됐을 것”이라고 심사했다.

참가 팀의 모든 공연이 끝난 뒤 우승팀을 결정해야 하는 시간만이 남았다. 지난 대회보다 참가곡의 장르가 더욱 다양해 졌으며 참가팀의 실력도 높아져 심사위위원들의 회의가 예정된 시간보다 더 길어졌다. 장고 끝에 김태원 심사위원장은 우승팀을 결정했다고 밝혔다.

최종 우승팀 후보는 동아방송예술대학교의 일레븐과 명지전문대학의 알렉사 유닛으로 압축됐다. 이기우 전문대교협 회장의 손에 우승팀(대상)의 이름이 적힌 종이가 전달됐고, 이어 이기우 회장은 일레븐이 우승했다고 발표했다. 자신들의 이름이 호명되자 일레븐 팀원들은 서로를 껴안으며 기쁨을 만끽했다.

일레븐의 리더 김대곤씨는 “우리가 선 무대가 실용음악 페스티벌이었던 만큼 대중음악을 조금 더 다양하게 만들기 위해 노력했다”며 “응원하러 와주신 분들을 비롯해 여기 있는 모든 분들에게 감사의 말을 전하며, 저희의 음악처럼 일레븐도 함께 성장하도록 하겠다”고 소감을 밝혔다.

최종 우승팀이 일레븐으로 결정되며, 명지전문대학의 알렉사 유닛은 준우승팀(최우수상)이 됐다. 알렉사 유닛은 준우승에 아쉬워하기보단 훌륭한 경쟁을 펼친 일레븐을 향해 축하의 박수를 전달했다. 이와 더불어 우수상에는 김포대학교의 안단테와 대경대학교의 한겨울냉방, 서울예술대학교 TUCKS가 선정됐으며, 장려상은 서울예술대학교의 예머, 동서울대학교의 후유아, 국제대학교의 양윤미, 부자가 될 사나이들, 전남도립대학교의 정봉훈이 차지했다.

▲ 대한민국 실용음악 페스티벌 결선 참가 10개 팀의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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