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애란 울산과학대학교 학술정보운영팀장

대학도서관 도서구입은 강의계획서와 연동해 이뤄진다. 강의계획서에 참고문헌이 표기돼있기 때문이다. 이 지정도서(reserve book)를 제때 구입해 학생들에게 공급하는 것이 도서관의 책임이다. 지정도서는 식당에 음식을 예약하는 경우와 유사하다. 고객이 먹을 음식을 먼저 결정한 후, 코스 메뉴를 선택한다. 이처럼 교수도 해당 학기 교과목의 주교재를 결정하고 이를 보완할 참고문헌(부교재)을 선택한다. 고객이 예약한 요리가 예약한 시간에 바로 먹을 수 있게끔 식당에 차려져 있듯이, 주교재 외 부교재도 이와 다르지 않다. 학생들의 수업 진행에 바로 도움이 돼야 한다. 도서관이 교수의 강의 계획서에 있는 해당도서를 구입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이런 절차대로 2019년부터 모든 대학이 실시할 것으로 예상된다. 왜냐하면 강의계획서와 연동한 장서개발 시행 여부가 교육부의 대학도서관 평가 항목에 포함돼있기 때문이다. 최근 NMC Horizon Report에서도 개별학습과 자기주도적 학습이 4차 산업사회에서 더욱 강화될 전망이라고 했다. 도서관 측에서는 교육부 평가 꼭지에 따른 부담감도 한몫하겠지만 현실적으로 느끼는 사실, 즉 과거 교수 중심의 하향식 교육에서 학생 중심의 상향식 학습으로 바뀌는 실정이다. 따라서 지정도서는 주교재에 의한 강의 의존형 주입식 집단교육에서 탈피하고 학생들의 주도적 개별학습을 조장해 창의력, 비판력, 판단력을 키우는 데 기여하게 될 것이다. 이때 도서관의 발 빠른 대처가 필요하다.

매 학기 강의계획서 지정도서를 살펴보면 변경된 도서 수가 적고, 심지어 기록하지 않은 경우도 있다. 개정판이 나왔음에도 불구하고 초판 그대로인가 하면 단행본 일색의 목록 등을 쉽게 볼 수 있다. 이런 문제를 파악하기 위해 교수에게 연락을 해본다. 그러면 몇몇 교수는 이렇게들 응답한다. “제출한 강의계획서 참고문헌이 지정도서로 도서관에서 구입해 학생들에게 이용할 수 있도록 하는지 몰랐다. 참고문헌란에 부교재 도서를 적어두면 학생들이 도서를 구입해야 하느냐는 등의 전화가 있어 빈칸으로 남겨두게 된다. 때로는 형식적 서류로만 인식해 과거 자료를 그대로 복사해 사용하는 경우도 있다.”

교수들은 필자의 지정도서 운용 설명을 듣고 나서야 “도서관 측에서 이 사실을 교수들에게 홍보할 필요가 있고, 교수도 학생들에게 수업 지원용 도서가 도서관에 비치돼 있음을 안내해야 되겠다”는 반응을 보인다. 그러면 필자도 교수들에게 지정도서가 단행본뿐만 아니라 잡지, 시청각자료, 전자자료 등 다양한 매체들을 포함해 추천해 주기를 부탁한다.

식당이 예약밥상에 제철 식재료를 사용하지 않으면 어떨까. 맛과 영양이 부실해 고객의 외면을 받을 것이다. 좋은 음식을 차려놔도 고객이 몰라서 이용을 못 한다면 이 또한 문제다. 도서관에 준비된 지정도서도 마찬가지다. 교수가 해당 학기에 적합한 도서를 추천하고 이것을 도서관에 비치해 두더라도 학생들이 해당 학기에 그 도서를 이용하지 못한다면 쓸모없는 도서가 돼 예산 낭비를 초래할 뿐이다. 식당의 음식이 제철과 제때에 먹어야 몸에 이롭듯이, 도서관의 지정도서도 해당 학기에 학생들에게 읽혀야 수업 진도에 도움이 될 것이다. 학생들에게 필요한 책을 제때 공급하고 싶다. 이 또한 무한대의 시장논리가 판을 치는 경쟁시대에서 사회적 약자인 학생들에게 힘이 되는 일이라고 생각한다. 

<한국대학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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