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기선 충남대 인재개발원 교수

‘고용참사’ ‘신규취업자 10만 명 붕괴’ 우리 사회의 고용 사정이 날로 악화되고 있다. 이에 따라 청년실업 해소, 일자리 창출이 지상과제가 되고 있다. 이런 가운데 취업 위주 교육을 실시해온 대학에서 창업 ·창직 교육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취업 교육에 집중돼있는 현행 대학교육에서 창업·창직 교육의 비중을 높이기 위해서는 대학교육을 바라보는 패러다임 자체가 바뀌어야 한다. 이에 본지에서는 고등(직업)교육 차원에서의 '창업·창직·창의·창작 (일명 4創)'의 내실화 및 활성화를 위해 창업·창직 교육 시리즈를 10회에 걸쳐 연재한다.

①상상력(想像力)과 창의력(創意力)이 미래 경쟁력이다.
②창업 생태계 고도화를 위한 상생의 시대
③성공과 실패를 가르는 창업교육
④창직이 미래다, 해외사례로 본 창직교육의 방향
⑤해외사례를 통해 본 창의인재양성 탐구
⑥트렌드와 브랜드, 두 마리 토끼를 잡는 방법 – 방탄소년단의 군비확장을 위해
⑦로테크와 하이콘셉트를 위한 전문대학의 융합교육
⑧대학창업교육과 지역경제 연계방안
⑨4차 산업혁명 시대의 대학창업교육 방향과 전략
⑩전문대학 창업(교육) 활성화를 위한 간담회

▲ 박기선 교수

2018년 5월 기준 통계청이 발표한 청년층의 실업률은 10.5%로, IMF 이후 최저치의 기록을 보여주고 있다. 또 전체실업자의 31%가 대졸 이상의 학력을 소지한 것으로 나타나, 우리나라 대졸이상의 고학력 소유 청년들의 고용상황이 얼마나 심각한지를 보여준다.  

청년 실업률이 높아지면서 대학에서는 학생들이 졸업을 유예하는 현상으로 5, 6학년생이라는 말이 공공연하게 사용되고 있다. 졸업생보다는 재학생의 취업이 용이하다는 점 때문에 졸업을 유예한 채 스펙을 쌓거나 경험을 축적한 후 노동시장에 나가는 쪽을 선택하는 것이지만, 이로 인한 경제적․시간적 손실은 취업준비생들 뿐만 아니라 범국가적 손실로 보면 엄청나게 큰 것이다.

한편 이토록 높은 취업 장벽을 뚫고 들어간 직장에서조차도 1년을 채 버티지 못하고 퇴사하는 비율이 30%에 이른다고 한다.

원인은 여러 가지가 있을 수 있겠지만 대학교육이 산업현장에서 요구하는 인재교육을 제대로 수행하지 못한 이유도 한몫을 한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우리 사회가 이렇듯 내부의 문제들에 갇혀 다람쥐 쳇바퀴를 도는 동안에도, 산업 환경은 급속도로 변화해 4차 산업혁명에 대한 전망과 직업 및 직무의 변화에 대한 예측들이 쏟아져 나오고 있다.

미국 정부는 2015년 미래보고서를 통해 ‘현존하는 직장, 직업의 80%가 2030년에 소멸하거나 진화한다’고 했으며, 미국 IT전문 컨설팅기업 가트너는 ‘로봇혁명으로 2025년까지 전체 직업 중 3분의 1이 사라질 것’이라고 전망하기도 했다.

위와 같은 예측들은 무엇보다도 교육현장 변화에 대한 필요성이 강하게 요구됨을 보여준다. 또 산업구조의 변화를 통해 건실한 중소기업을 육성함으로써 노동시장을 확대하는 것은 물론이고 대학교육이 산업현장의 급속한 변화에도 제대로 대응해 나가야 할 것으로 보인다. 

■  해외 창의교육의 사례 = 영국의 고등교육아카데미(HEA)는 학문분야별로 교수들의 창의적 교수법 개발 및 확산을 위해 거점 학교 내의 ‘학문분야별 센터(Subject Center)’를 운영 중이다.

핀란드는 학생들의 창의성 발현을 위해 영어, 국어는 물론이고 화학, 생물, 음악까지 자신의 생각을 글로 표현하는 에세이 방식으로 시험을 치르고 있으며, 프레젠테이션 수업을 활성화하고 있다.

미국 버팔로 뉴욕주립대 소재 창조성연구센터는 한 학기에만 창의성 관련 과목을 5개 이상 개설·운영 중이다.

MIT 기술 향상에 의한 능동적 학습(TEAL) 강의방식으로 토론과 실험을 통한 창의성 촉진을 위해 대형 강의실 대신 실험기기가 비치된 원형 테이블 강의 프로그램을 확대 추진하고 있다.

창의적 인재들이 가장 선호하는 국가 중 하나는 바로 미국이다. 이유는 다국적 문화에 바탕을 둔 다양한 인재들을 수용하면서 국가 경쟁력을 강화시켜 나가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2011년부터 ‘스타트업 아메리카 계획(Startup America Initiative)’을 통해 국가차원의 기업가정신 교육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어린 시절부터 모의창업 프로젝트를 통한 역량을 키워나갈 수 있도록 제도적 뒷받침을 마련하고 있는 것이다. 한마디로 급변하는 환경에 대처할 수 있도록 미리부터 진로개발역량을 길러주고, 융·복합형 인재양성을 위한 창의적 진로교육을 새로운 가치와 혁신을 주도하는 ’기업가정신‘과 연계해 준비하고 있는 것이다. 애플의 스티브 잡스, 마이크로소프트의 빌 게이츠, 구글의 세르게이 브린, 페이스북의 마크 저커버그 등 21세기를 움직이는 창의인재들은 이런 환경을 토대로 태어났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우리나라도 기업에서 사원의 성실성, 정직, 근면성, 책임성, 합리성에 대한 자질 평가는 뒤로 밀리고 창의성을 우선시하는 경향이 강하게 나타나고 있는 것을 볼 때 기업의 직원 채용 기준에서 이미 창의성 교육에 대한 필요성이 절실하게 요구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기업은 이제 시키는 일만 성실하게 잘하는 직원은 필요치 않다. 오히려 자발적이고 능동적인 사고를 통해 창의적인 아이디어를 배출해 내는 직원이 기업의 가치 증대에 엄청난 도움이 되기 때문이다.

■ 창의적인 인재 양성을 위한 탐구(창의력 향상 교육을 위한 제언) = 첫째,  입시위주의 단순 주입식·암기식 교육에서 벗어나 학생들의 능동적이고 자발적인 참여가 이뤄지는 ‘창의적 사고기법’을 필수 과목으로 신설하고 이에 대한 인프라를 지원하는 것이 중요하다. 

방법으로는 토론 및 실습교육 위주의 교육 시스템을 운영하기 위해 기존의 ‘극장식 강의실’을 ‘원형 테이블 강의실’로 전환하도록 지원해야 한다.

또 학생들의 발산적·수렴적 사고역량 강화를 위해 ‘에세이 방식의 시험’과 ‘프레젠테이션 수업’ 등 자기표현 방식의 수업을 도입·활성화해야 한다.

창의적 사고를 위한 발상법으로 활용되는 것은 미국 디자인회사에서 시작된 ‘디자인싱킹(design thinking)’과 러시아에서 개발된 ‘트리즈(TRIZE)’ 기법 등이 활용되고 있다.

최근 운영되고 있는 종합설계과목인 ‘캡스톤디자인(Capstone Design)’은 우리나라 유관기관과 대학들이 선진국 수업을 벤치마킹해 학생들이 팀별로 과제를 수행하는 강의 방법이다. 처음 공학계열에서 시작됐지만, 대학 전 계열(학과) 필수과목으로 확대되고 있다. 이러한 수업방식의 장려가 한시적 유행에 그치지 않고 지속적으로 운영될 수 있는 토대가 마련돼야 한다.

둘째, 대학의 평가 기준에서 연구성과 중심의 대학과 교수평가 방식을 지양하고, 교수 대상 창의교육을 위한 연수 프로그램을 적극 도입․지원할 필요가 있다.

정부 및 언론기관의 대학평가지표에 창의적 교육역량 측정지표를 개발해 적용하고, 창의적 교육역량 평가를 위한 교육내용, 교육방법론, 교육성과 등에 대한 측정지표를 설정해야 한다.

창의적인 인재양성을 위해서는 교수의 참여가 가장 중요하므로 초기에 교수들의 학문분야별 창의적 교수법 개발 및 확산을 지원하도록 ‘창의교수법 거점 연구센터’ 등을 지정 운영하면 효율적인 성과를 거둘 수 있을 것이다.

셋째. 학생들이 직접 참여하는 토론이나 현장 중심의 교육 프로그램에 도전 의욕이 부족한 것을 개선해야 한다. 학생들이 창의적 교육을 피하는 이유는 선생(교수)을 단순한 지식 전달자로 보는 것은 물론 오랫동안 주입식·암기식 교육에 익숙해 생각을 요구하는 수업, 문제 제기 및 해결방법 찾기, 토론이나 발표식 수업에 대한 두려움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이들이 새로운 교육방식에 호기심을 가지고 자발적으로 참여할 수 있게 하기 위해서는 세심한 교육시스템을 구축해 학생들이 부담감 없이 참여하고 능동적으로 대처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줘야 한다.

초연결사회의 시작점인 4차 산업혁명 시대에 글로벌 사회의 세계강국을 지향하는 대한민국에서 창의적 인재 양성은 피해 갈 수 없는 과제다.

지식보다 감각이 더 중요한 미래의 창의 인재 양성을 위해서는 정답이 있는 교육에서 벗어나야 하며, 학생 개인의 개성을 존중하고 호기심을 유발시키는 생각하는 수업방식의 교육 혁신이 요구 된다.

4차 산업혁명은 개별기술의 발전보다는 소통과 공유를 통한 융복합사고를 유연하게 받아들일 수 있는 시각이 필요하다. 지식 소유가 성공하는 것이 아니라 지식을 펼쳐야 성공한다는 공유의 개념이 바로 이 시대가 요구하는 패러다임인 것이다. 융합과 공감으로 함께 상생(相生)하고자 하는 창의적 인재가 초연결사회를 이끄는 리더가 될 것이 분명하기 때문이다.

<한국대학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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