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건표 대경대학교 연극영화과 교수

▲ 김건표 교수

대한민국이 ‘고용쇼크’로 연일 난타전을 벌이고 있다. 정부가 2010년 1월 이후 8년 6개월 만에 고용통계 최악의 성적표를 받아들면서 정부와 야당은 ‘소득주도성장론’을 사이에 두고 승부를 벌이는 모양새를 연출하고 있다. 고용쇼크 화기(火氣)는 통계청이 지난 7월 내놓은 ‘고용동향’ 보고서에서 불길이 올라왔다. ‘고용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취업자는 2708만3000명으로, 전년 동기 대비 5000명 증가에 그쳤다. 일자리 예산만 50조원 넘게 투하한 정부 고용성적표로는 회복될 기미가 없다는 것이다. 대한민국 고용전선 틈으로 ‘낙관론’과 ‘세금주도 일자리 폐기론’까지 등장하면서 양보 없는 공격과 방어전(戰)을 펼치고 있다. 이번 성적표는 취업전쟁에서 살아남을 수 없다는 공포가 됐다. 예산을 투척해 일자리를 만들어도 고용온도 ‘비관론’이 등장하면서 정부의 경제정책 근본 방향을 틀고 수술을 해야 한다는 얘기도 쏟아지고 있다.

대한민국을 지탱하는 30,40대 일자리 고용전선에 허리를 강타한 것도 충격 이였다. 정부는 최악의 고용참사를 막기 위해 올해 일자리 예산증가율을 올해(12.6%)보다 늘려 내년 최소 22조5000억원 예산으로 일자리를 늘려나가겠다는 입장을 취했다. 야당과 전문가들은 정부가 투척하는 일자리창출 예산증가효과는 국민세금으로만 틀어막는 장밋빛 일자리 부양정책이라며 ‘경제정책’에 브레이크를 걸고 있다. 일부에서는 “인건비를 올리고 노동시장을 경직시키는 상황에서는 양질의 일자리가 창출될 수 없는 경제구조” 라고 일부 전문가는 분석을 내놨다. 이 와중에 대한민국 경제를 견인하는 김동연 부총리와 장하성 수석이 대한민국 고용쇼크를 바라보는 엇박자를 보이면서 ‘앞으로 일자리 폭탄이 더 터지는 것 아니냐는 우려감’과 ‘정부경제 정책을 믿고 가야한다는 기대론’으로 분열됐다. 대통령은 ‘팀워크’와 ‘직’(職)을 걸고 고용쇼크를 해결 할 것을 지시하면서 온도차는 봉합되어 보였다. 치료제 효과는 다음 성적표을 뜯어보면 ‘대한민국 경제 수술 명의’를 알게 될 것이다.

김동연 경제부총리는 ‘고용쇼크’가 터지기 전 예감이라도 한 듯 ‘삼성’으로 달렸다. 경제부총리는 한국사회 내수시장 활성화와 고용확대, 일자리 유연성을 위해 이재용 삼성 부회장을 만나 플랫폼 경제, 상생, 혁신성장 투자에 대한 장면을 연출하고 대한민국 경제 화구에 불씨를 던졌다. 두 만남은 고용시장과 내수경제가 삼성투자로 반사이익을 얻을 것으로 기대감이 흘렀다. 통 큰 투자라는 말도 나왔다. 삼성은 180조에 이루는 대규모 투자를 3년에 걸쳐 연평균 60조 투자계획 보따리를 풀었다. 삼성은 일부대학과도 반도체 기술 개발과 미래 인재 양성을 위해 총 1000억원의 펀드를 조성해 국내 주요 대학들에 투자하겠는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삼성이 예상하는 일자리 효과는 직접고용 4만 명, 간접고용 70만 명으로 추산하고 있다. 그러나 삼성 핵심사업의 투자는 반도체, 디스플레이, 인공지능, 5G, 바이오 등이다. 투자는 4대 미래 사업에 한정 될 것으로 전문가들은 내다봤다. 투자 알레고리 핵심은 일자리 창출이다. 삼성 투자로 일자리 공급전력을 얼마나 끌어올릴지 미지수다.

일자리에 대한 불안감과 고용쇼크보다 더 큰 감전 사고는 대한민국 경제지도에서 희망과 방향을 잃어버리는 거다. 대한민국 경제 수장들이 생각하는 경제해법 차이와 현실경제를 바라보는 어긋남은 문제의 답안지를 풀 수 없는 정치 갈등 바람만 불게 한다. 급박하게 돌아가고 있는 고용환경 시간표 사이로 공정거래위 퇴직간부 공무원들의 묻지마 식 ‘황제급’ 이동은 국가불신, 기업불신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퇴직 공무원들이 받아가는 연봉만큼, 청년일자리가 사라지고 있다고 생각 할 것이다. 7급 공무원 시험은 770명 선발에 3만6000명 이 지원해 고단한 ‘취준생’을 싣고 달리는 안전한 기업버스가 부재하다는 것을 보여줬다. 일자리 늘리는 통계숫자보다는 각자 월급봉투로도 살아갈 수 있는 안정된 일자리, 행복과 희망온도가 꺼지지 않는 정부와 대한민국을 믿고 버틸 수 있는 사회 환경을 열고, 행복경제지수를 높이는 것이 중요하다. 취업불안에 떨고 있는 학생들과 고용 불안 악몽에 시달리고 있는 30~40대, 대학을 졸업해 안정적인 직업을 선택하고 싶은 20대 후반과 30대 초반 층들은 ‘불확실한 미래’에 고단할 뿐이다.

요즘, 학생과 상담을 하다보면 졸업 후 사회전선에서 반드시 ‘삼불(三不)’을 넘어서야 성공할 수 있는 것 아니냐는 자조적인 말을 한다. 삼불이란 취업불안, 결혼불안, 집값 불안이다. 삼불의 불안함은 불심(佛心)으로 극복해야 한다는 웃지 못할 얘기까지 등장한다. 재학생들은 등록금과 생활비에 떨고, 졸업생은 삼불에 시달리는 것이 현실이다. 미래에 불안감이 흐르고 있는 것이다. 취업률이 대학평가와 직결되는 대학들도 캠퍼스 취업전쟁시대에 ‘취업세일즈’로 방어하고 있다. 취업률 평가지표는 1년 평가 승차권이다. 1년 동안 직행하는 취업버스로 올라탄 승객들이 정규직, 안정된 일자리, 행복지수 높은 직장으로 향하는 평생버스에 몇 명이 탑승했는지는 알 수 없다. 여전히 평가정류장 별로 내리고 타는 승객만 있을 것이다. 해외취업 주문도 길은 멀고, 온도는 적게 느껴진다. 그래도 전문대학은 대한민국 ‘전문가’가 된다는 측면에서 불안감은 덜하다. ‘요리’ 만들어 행복하고, 아르바이트하며 ‘연극’하는 것이 소중하고, 동물조련사와 자동차딜러로 대학과 직업을 선택한 것이 평생버스를 타고 달리는 행복한 인생으로 생각하는 것이다. 고마울 뿐이다.

마지막 얘기로 돌려보자. 제21차 남북이산가족 상봉장면에서 눈길 잡는 장면이 있었다. 납북된 형 사진을 북한에서 살고 있는 조카들이 건네자 “내 인생의 보물이 생겼다”며 이산의 아픔을 녹여내렸다. 사진 한 장이 인생 보물이 된 것이다. 언젠가는 가족을 만날 것이라는 ‘긍정 효과’가 삶에 보물을 만난 것이다. 대학도 ‘취업세일즈’보다 ‘마음 세일즈’를 해야 한다. 취업 문턱을 낮추고, 각자가 전공을 살려 작지만 이룰 수 있다는 희망을 주는 것이 ‘인생 보물사진’을 간직 할 수 있다. 정부도 고용쇼크로 마음에 타격을 받고 취업전쟁에 내몰린 ‘취준생’들과 미래를 준비하는 학생들에게 삶에 보물로 간직할 수 있는 사진 한 장을 선물해줘야 하지 않을까 한다. 각자 손에 꽉 움켜 쥔 사진 크기는 달라도 ‘인생의 보물’로 느껴진다면 정부 ‘소득주도성장론’과 정책은 성공한 것이다. 대한민국 버스에 탑승한 정부 정책들이 365일 안전하고 튼튼한 평생버스로 달릴 수 있는지는 체감경제와 일자리에 달렸다.

<한국대학신문>

저작권자 © 한국대학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