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요논단] 국가 장학제도 이대로 괜찮은가?
[수요논단] 국가 장학제도 이대로 괜찮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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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준영 계명문화대학교 교수
▲ 최준영 교수

장학금은 주로 성적이 우수하지만 경제적으로 어려워 학업에 지장을 겪는 학생에게 보조해주는 돈이다. 이와 별도의 장학금이라면 학문적 업적이 뛰어난 연구자에게 주는 장려의 목적으로 지급되는 장려금이다. 지난날 공부는 잘했지만, 경제적 여건으로 대학 진학을 포기하고 취업 전선에 뛰어들어 부모와 형제를 위해 자신을 희생한 사람들이 많이 있었다. 그들의 선택과 희생이 우리 경제 발전의 초석이 되었다는 것은 엄연한 사실이다. 시대가 변해 오늘날엔 대학진학이 비교적 쉽기도 하지만, 여러 장학금과 수많은 장학 재단이 배움을 유지하려는 학생들과 인재들에게 각종 장학금으로 혜택을 주고 있다.

과거 가정형편이 여유로운 학생들은 상경하거나 사립대학으로 진학했지만, 그렇지 못했던 대다수의 학생들은 본인이 자라고 성장한 지역의 대학으로 진학했다. 실력은 있지만 형편이 넉넉하지 못했던 학생들은 등록금이 다소 저렴한 국립대학을 선호했고, 전문대학을 선택한 학생들은 2년이란 짧은 기간을 공부해서 하루빨리 사회로 진출해 돈벌이를 할 수밖에 없었던 시절이 있었다. 그 시절 대학을 다니면서 장학생으로 선발된다는 것은 대단한 자긍심을 갖게 했다. 농촌이나 어촌에서 큰 꿈을 가지고 더 넓은 세상으로 공부하러 갈 때면 부모님의 쌈짓돈을 받아 궁핍한 생활을 할 수밖에 없었다. 그러면서도 열심히 공부한 대가로 받았던 성적 장학금은 부모님의 자랑거리가 되었고, 주변 학우들에겐 부러움과 선망의 대상이 되었다. 시대가 많이 바뀌었지만 장학금을 받는다는 것은 예나 지금이나 기분 좋은 일이 아닐 수 없다.

지난날과 비교할 때, 현재는 장학금의 종류도 다양하고 수혜 금액도 훨씬 크다. 수많은 교내 장학제도와 교외 여러 기관이나 단체로부터의 장학 제도 등, 그 종류는 헤아릴 수 없을 만큼 많다. 또한 대학을 평가하는 지표로도 장학금 지급률이 평가 항목화돼 있다. 전문대학 기관평가인증의 경우 기준7의 경영 및 재정 분야에서 등록금 대비 장학금 비율(국가 및 지방자치단체 장학금 제외)이 10% 이상의 필수 정량지표로 제시돼 모든 전문대학은 그 기준을 상회하고 있다. 그뿐만이 아니다. 대학 구조개혁 1주기 평가에서도 장학금 지급률이 지표로 설정되었는데, 전국 평균값이 16.819%였다. 대학 기본역량 진단에서도 정량지표로 설정돼 만점기준이 15.193%로 설정된 바 있다. 이와 같이 우리나라의 모든 대학들은 등록금에서 장학금 지급을 중요하게 여기고 있다. 각 대학들은 여러 방식의 장학제도를 만들어 우수학생 유치와 훌륭한 인재를 배출하기 위해 다방면으로 노력하며 그 내용을 평가받아 왔다.

현재 장학금 가운데 가장 뜨거운 이슈가 되고 있는 것이 바로 국가 장학금이다. 대한민국 국민이면 누구든 대학을 진학하면서 한국장학재단에 국가장학금을 신청하면 수혜할 수 있다. 국가장학금은 연간 천만 원이 넘는 대학 등록금이 사회문제로 대두되면서 가계 부담 완화를 위해 2011년 9월에 마련돼 2012년부터 시행된 장학제도다. 원래의 취지는 곤란한 가정 경제적 여건에 관계없이 본인의 의지와 능력에 따라 고등교육의 기회를 받을 수 있도록 만든 훌륭한 제도였다. 이 제도가 무상지원이라는 허점이 있지만, 무엇보다 큰 혜택은 소득분위에 따라 국가에서 등록금을 무상으로 지원해주는 제도다. 시행 초기에는 홍보가 많이 되지 않았으나 지금은 대학생 자녀를 둔 부모라면 누구나 알고 있는 제도로 이미 우리사회에 정착되었다고 할 수 있다. 지극히 바람직하고 좋은 제도라 생각한다.

그러나 이 제도가 반값 등록금을 실현시키기 위한 정책의 수단으로 전락돼서는 안 된다. 대학만 입학하면 그 혜택을 받을 수 있고, 국가는 당연히 책임을 지고 아무런 대가 없이 지불해 준다는 의식에 문제가 있음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기 때문이다. 또 국가 장학금은 대학의 정규학기 등록 횟수에 따라 지급되기 때문에 부모의 입장에서는 기왕이면 수학 연한이 긴 일반대학에 진학하기를 희망하는 것은 지극히 당연하다. 학생들도 국가 장학금 수혜에 대한 고마움과 국민으로서 의무 이행보다는 당연히 받을 권리로 인식하는 듯하다. 즉, 개인의 능력과 적성을 고려하지 않은 채 우선 대학을 진학해야 혜택을 받을 수 있다는 잘못된 의식만을 키워주는 역기능을 조장 한다. 이를 경우 국가 장학금 태동의 근본 취지와 크게 맞지 않을 수 있다는 점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게 된다.

국가 장학금이 가정형편이나 경제적 여건에 상관없이 본인의 의지와 능력에 따라 고등교육의 기회를 가질 수 있도록 하자는 데는 동의하지만, 학생의 개인 능력과 적성에 맞도록 학생 맞춤형 진로·학습 코칭을 강화해 미래사회를 이끌어갈 인재를 양성하는 데 도움이 됐으면 한다. 이 제도가 시행된 지 7여년이 흐른 현시점에서 그 효용성을 되짚어볼 필요는 없는지 반문해 보아야 한다. 대학에 진학해서 국가 장학금 혜택을 받은 학생이라면, 나라의 고마움을 인식하고 반드시 그에 상응하는 책임과 의무를 이행해야 한다는 생각을 가질 때 그 성과를 거둘 수 있으리라 본다. 나아가 받은 혜택에 대해 어떤 방법으로든 사회에 환원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가 필요하지 않은지도 고민해야 할 시점이다.

<한국대학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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