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익표 연성대학교 연곡도서관장(대학도서관장협의회 부회장)

종이 책에 담겨진 정보에 의존해오던 도서관의 역할은 구글이나 야후, 네이버 같은 검색 엔진의 편리함과 사용성에 의해 점차 그 기능이 축소되고, 다양한 소셜미디어나 애플리케이션의 활용으로 정보 수집이 일반화되면서 고유의 존재를 위협받고 있다.

지난 2015년 9월부터 「대학도서관진흥법 시행령(약칭 ‘대학도서관법’)」이 제정 시행되고 있다. 이 법은 한마디로 고등교육의 경쟁력 향상을 위해 국가나 지방자치단체가 대학도서관에 대해 관심과 실질적인 지원을 이끌어낼 근거를 마련하기 위한 것이었다.

대학도서관법에는 교육부와 대학은 주기적으로 도서관진흥 종합 및 발전계획을 수립 시행하고, 사서는 3명(전문대는 2명) 이상으로 하며, 이들의 업무능력 향상을 위해 매년 27시간 이상의 교육훈련을 실시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학생 1인당 최소 70권(전문대는 30권)의 도서자료를 기본으로 소장해야 하며, 매년 재학생 1인당 2권(전문대는 1권) 이상 증가시켜야 하고, 도서관에 대해 평가를 실시할 수 있다는 것이 주된 내용이다. 그렇다면 시행 3년이 지난 지금 과연 이 법의 제정이 얼마나 대학도서관 발전에 기여하고 있을까?

현재 우리나라는 단 1명의 사서도 없는 도서관에서부터 100명 이상을 둔 대학까지 그 편차가 심각한 상황이다. 법적 기준이 조문 그대로 대학도서관에 있어야 할 최소의 사서직원을 의미하고 있지만 많은 대학에서는 이미 이 기준이 최대치로 둔갑해버려 이를 초과하는 대학에서는 그동안 사서로 근무하던 직원을 타 행정부서로 전출시키는 일들까지 벌어지고 있다.

도서자료, 즉 장서의 수도 마찬가지다. 기준을 초과하는 책을 보유한 대학에서는 매년 구입해오던 자료구입 예산을 이런저런 명목을 들어 삭감하거나, 장서 수를 유지하기 위해 낡거나 소장가치가 없어진 책의 폐기를 멈추는 일조차 적지 않게 벌어지고 있는데, 대학도서관의 발전을 견인하기 위해 제정된 도서관법이 오히려 도서관 발전에 있어 걸림돌이 되고 있다. 여기에 대학도서관을 줄 세우는 평가까지 이춰진다면 하드웨어 위주의 평가지표를 지키기 위해 대학의 다양성은 사라지고, 교직원들에게는 행정력이 가중될 것이다.

10년 전까지만 해도 빅 데이터나 인공지능이라는 용어가 우리에게 생소한 단어였던 것처럼 이제 5년, 10년 후 우리에게 필요한 정보가 무엇인지를 알 수 없는 시대를 살고 있다. 학자들은 미래사회가 요구하는 인재의 역량은 지금과는 전혀 다를 것이기에 현재의 학교나 대학의 모델은 붕괴할 것이고, 2030년이 되면 대학의 절반이 문을 닫을 것이라는 주장까지 제기하고 있다. 대학의 심장인 도서관이 할 수 있는 일은 이제 지식의 전달이 아니라 배우는 법을 가르치는 데 중점을 둬야 하며, 미래 도서관은 소프트웨어적으로 패러다임의 변화가 이뤄져 사람과 사람을 연결해주는 커뮤니케이션의 통로가 돼야 한다. 대학 도서관은 이제 ‘도서관이 가지고 있는 것(What the library has)’에서 벗어나 ‘도서관이 할 수 있는 것(What the library can do)’으로 그 가치가 변화돼야 할 것이다.

얼마 전 대통령직속 도서관정책위원회가 새롭게 구성되면서 지금 시행되고 있는 대학도서관법 개정의 필요성이 고개를 들고 있다. 교육부를 비롯한 정부와 대학 및 도서관 구성원들이 머리를 맞대고 원점에서부터의 깊이 있는 대화와 논의가 필요한 시점이다. 이번 기회에 정부와 대학 당국의 충분한 재정지원이 담보되도록 도서관법이 획기적으로 개정되거나, 아니면 폐지까지도 염두에 둔 근본적인 대책 수립을 기대한다.
<한국대학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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