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현서 봉담고 교사

▲ 채현서 교사

6년 전 남자고등학교이던 K고등학교에 근무하며, 고3 담임을 세 번째 맡은 해에 자연계열 최하위반을 맡게 됐다. 대학 진학에 정말 생각이 없었던 것인지, 물리와 지구과학을 선택한 특이한 조합의 우리 반은 1, 2등급 없이 대부분 5, 6, 7등급인 아이들로 구성돼 있었고, 담임이었던 나는 아이들의 진학을 위해 자연스럽게 전문대학에 관심을 갖게 됐다.

가장 기억에 남는 S는 진학을 위해 첫 대면 상담에서 자신의 이야기를 덤덤하게 하던 중 눈물을 흘린 학생이다. 자신은 어릴 때부터 검도를 진로로 삼아 열심히 운동해 왔으나, 훈련 중 다리를 심각하게 다쳐 그만두게 됐다고 한다. 그리고 검도가 아닌 다른 길을 찾기 시작했을 때, 이미 뒤처져 버린 학업과 검도 이외에는 생각해본 진로가 없어 막상 고3이 돼서는 불안감과 두려움이 크다며 울먹였다.

나는 그런 아이에게 학업이 전부가 아니며, 아무리 성적이 낮더라도 성실한 태도와 적극성을 바탕으로 전문대학에 진학할 수 있으며, 남은 기간 동안 최선을 다해 준비하면 된다고 격려했다. 아이의 성적인 6등급대가 갈 수 있는 대학과 전문대학에서 유망한 학과에 대한 정보를 적극 제공해줬다.

다행히 아이는 상담에서 용기를 얻고, 남은 기간 최선을 다해 공부하고 관심 있는 분야를 적극 탐색해 자신의 성적대에서 지원가능한 대학과 자신이 가고 싶은 학과를 찾게 됐다. 그리고 그해 9월 모 전문대학교 기계자동차학부에 원서를 넣고, 대학에서 제공한 면접 예상문제를 출력해 누구보다 열심히 연습하고 준비한 끝에 합격증을 받았다.

S는 학교에 입학 후 첫해에는 자신이 학부에서 상위권의 성적에 들었다는 소식을 전하며, 자신이 공부한 것을 빽빽이 적은 노트를 들고 와 학교에서 얼마나 교수님들이 열심히 공부를 가르치시며, 자신이 지금껏 어느 학창시절 때보다 열심히 필기하고 공부하는지를 보여줬고, 그 다음 해에는 같은 학교에 다니는 여자친구와 함께 찾아와 얼마나 즐거운 대학생활을 하고 있는지도 이야기해 줬다.

그리고 졸업을 하는 해, 겨울에는 교수님의 추천으로 일반대학의 기계자동차공학부에 편입하게 돼 자취방을 구한다는 소식을 들려줬다. 나는 낮은 성적과 진로에 대해 불안해하던 아이가 전문대학에서 자신의 역량을 키워 진취적으로 자신의 길을 열어 발전해 나가는 모습을 보고, 너무 가슴이 벅차올랐고 얼마나 자랑스러웠는지 모른다.

편입한 이후 아이는 자작자동차에 관심을 갖게 돼 전국자작자동차대회에 출전을 하고 수상을 했으며, 현재는 자작자동차를 만드는 창업동아리를 만들어 지역 민방에 소개되는 등 자신의 분야에서 성장하는 모습을 꾸준히 보여주고 있다.

아직도 고등학교 현장에서는 일반대학의 진학을 목표로 대다수의 교육활동에 에너지를 쏟고 있으며, 일반대학만은 나와야 한다는 교사, 학생, 학부모의 인식이 존재한다. 그러나 일반대학을 가기 위한 경쟁 속에서 대다수의 아이들이 학업 성취도가 낮거나 학업이 적성에 맞지 않고 관심사도 맞지 않는 경우가 많다.

나는 전문대학이 많은 학생들의 소질과 적성을 계발해줄 수 있는 최적의 교육기관이라고 생각한다. 교직 경력이 쌓여갈수록 일반대학만이 길이 아님을 학교 현장에서 꾸준히 느끼고 있다. 전문대학이 대다수의 평범한 우리 아이들의 꿈과 진로를 키워줄 수 있는 곳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따라서 현장의 수요와 실전에 바로 적용하는 실무능력을 키워주고 학생들의 다양한 재능과 관심을 키워줄 수 있는 다양한 학과를 운영하는 전문대가 앞으로 더욱 좋은 커리큘럼과 높은 취업률로 전문성을 갖춘 기관으로 발전하기 바란다. 나는 학교 현장에서 전문대학에 진학하려 하고 관심 갖는 많은 학부모와 학생들에게 더 많은 정보와 격려를 전해주는 교사가 되기를 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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