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가 준비에 행정력 소모, 평가 최소화하고 시장에 맡겨야”

들쑥날쑥 예산에 장기적 계획 어려워, “교부금법 필요” 주장도

▲ 본지 주최 대학협의체장-국회 교육위 간담회가 29일 국회 의원회관 재1간담회실에서 열렸다.

[한국대학신문 김준환·구무서 기자] 국회 교육위원회와 대학협의체 회장단 간 열린 정책간담회에서 총장들은 대학의 자율성을 보장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본지 주최로 29일 국회의원회관 제1간담회실에서 열린 ‘2018 대학협의체-국회 교육위 정책간담회’에는 이찬열 교육위원장을 비롯, 여당 간사를 맡고 있는 서영교 더불어민주당 의원과 바른미래당 간사를 맡고 있는 오세정 의원을 비롯, 박경미·박찬대 더불어민주당 의원 등이 참석했다. 대학협의체에서는 장호성 한국대학교육협의회장(단국대 총장), 오덕성 전국국공립대학교총장협의회장(충남대 총장), 이기우 한국전문대학교육협의회장(인천재능대학교 총장), 남궁문 한국원격대학협의회장(원광디지털대 총장)과 함께 김헌영 강원대 총장, 권태환 안동대 총장, 김성익 삼육대 총장, 황준성 숭실대 총장, 남성희 대구보건대학교 총장, 원재희 강원관광대학교 총장, 정상직 우송정보대학 총장, 오석근 부산대 부총장 등이 참석했다.

이찬열 교육위원장은 “많은 자문을 받고 공부를 하는 자리라 생각한다”며 “알찬 결론이 많이 도출될 것으로 기대한다. 모쪼록 우리 교육위원회가 앞으로 잘 나아갈 수 있도록 총장님들의 큰 지도 부탁드린다”고 말했다.

▲ 이찬열 교육위 위원장이 인사말을 하고 있다.

이 자리에 참석한 총장들은 국가경쟁력 제고를 위한 고등교육 발전을 위해 대학의 자율성과 보장되고 지원이 강화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특히 최근 가결과가 나온 대학기본역량진단과 관련, 고등교육기관의 질을 향상하기 위해서는 지금과 같은 평가는 더 이상 이어져서는 안 된다는 주장들이 나왔다. 장호성 회장은 “교육부가 추진하는 구조개혁은 이미 각 대학이 준비하고 있는 걸 포장하는 정도에 불구한데 그 포장에 너무 많은 시간과 비용이 들어가고 있다”며 “문제는 평가 때문에 대학의 본질인 교육과 연구가 밀려난다는 것”이라고 우려했다. 그러면서 “정부에서 굳이 평가를 해야 한다면 기초적인 부분에 대해서만 평가를 하고 나머지는 시장경제에 맡겨 달라”고 했다.

국립대에서는 국립대라는 이름에 걸맞은 역할 강화를 약속했다. 오덕성 회장은 “돈 달라는 소리보다는 받은 돈을 갖고 어떤 일을 했는지를 생각하겠다”며 “앞으로 대학이 사회적 역할을 다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TF 위원장을 맡았던 김헌영 총장은 “고등교육 정책이 지속가능할 수 있도록 재정립이 필요하다”며 “대학의 자율, 학문의 자유, 대학의 국가적 책무성에 대해 적극 대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사립대에서는 좀 더 강경한 어조로 자율과 지원을 요구했다. 황준성 총장은 “대학의 경쟁력이 국가의 경쟁력이라면 우리나라는 국가적 위기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특히 줄 세우기식 대학 평가와 생색내기식 지원 정책으로는 대학과 국가의 발전을 이룰 수 없다고 힘줘 말했다. 그러면서 “학령인구 감소는 교육부가 감당해야 할 일이 아니라 자본주의 시장경제 원리에 맞춰 소비자가 선택하면 될 일”이라며 “지금과 같이 행정력을 소모시키는, 그 결과가 겨우 정원을 감축하고 대학 간 분리를 가져다주는 이런 평가는 이제 끝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김성익 총장은 재정지원의 안정성을 강조했다. 지난달 28일 발표된 교육부 내년도 예산안에서 고등교육은 4550억원 늘어난 데 히해 유·초·중등은 약 6조원이 늘어났다. 지방교육재정교부금법에 의해 세수가 증가한 부분만큼 예산이 늘어난 것이다. 김 총장은 “내년 예산을 확신할 수 없다보니 대학은 2, 3년은커녕 1년 단위 계획조차 제대로 세울 수 없다”며 “등록금은 10년째 동결돼 있는데 그걸 대비할 법적인 지원이 없으니 국제적 수준의 설비와 교육환경을 만들기가 어렵다”고 토로했다.

▲ 간담회에는 대학협의체 수장들이 모두 참석했다. 장호성 대교협 회장이 발언을 하고 잇다.

전문대학에서도 고등직업교육의 중요성을 언급하며 지원을 요구했다. 남성희 총장은 “교육을 접어야 하지 않나라는 생각마저 든다”며 대학 운영의 어려움을 간접적으로 전달했다. 남 총장은 현재 교육부, 고용노동부, 중소벤처기업부 등 여러 곳에서 분산적으로 이뤄지는 고등직업교육 관련 정책이 체계적으로 이뤄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 직업교육이 우리나라에서 제대로 인정받고 진행될 수 있도록 ‘직업교육법’ 제정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이기우 회장은 대학의 안정적 퇴출 경로 마련을 꺼내들었다. 이 회장은 “2023년이 되면 24만 명만 대학을 가는 시대가 오는데 지금처럼 정원조정을 하는 게 의미가 없다”며 “우리 학생들이 가서는 안 되는 대학들이 스스로 퇴출될 수 있는 길을 만들어줘야 한다”고 설명했다.

원격대학에서는 IT와 온라인 기술을 활용한 교육역량을 보다 발전시킬 수 있도록 법적 지원을 요청했다. 남궁문 회장은 “원격대학협의회가 사단법인으로만 돼있고 법정 단체가 안 돼있어 평가와 지원을 받을 수 없는 상황”이라며 “원격 교육이야말로 교육 한류를 가장 잘 실현할 수 있다. 우리가 갖고 있는 교육 노하우를 동남아나 다른 나라로 전파할 수 있도록 법적·재정적 지원을 부탁드린다”고 했다.

이찬열 위원장은 “냉정하게 판단을 해보고 법에 넣어야 할 건 넣고 빼야 할 건 빼겠다”며 “학령인구가 줄고 대학 진학률이 낮아지는 위기 속에서 특별히 대책을 만들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 총장님들의 역할도 많이 필요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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