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혁달 예명대학원대학교 사무처장

2018년 여름, 대학촌은 대내외적으로 뜨거운 에너지와 함께했다. 자연은 근년에 보기 드문 폭염 및 열대아로 일상을 만들어줬고 대학인은 이를 인내로 감내했으며 내적으로는 대학 기본역량 진단평가 준비 및 이를 이행하기 위한 시스템 정비에 모든 열정을 쏟아부은 절기(節氣)가 됐으리라 예측한다. 교육부의 대학 기본역량 진단평가 발표 결과 자율개선대학은 정원감축 없이 특성화 정책 등으로 교육과정을 운영해 승승장구할 것이며, 역량강화대학 및 재정지원대학 등은 정원감축과 행정제재인 페널티 부과로 대학경영에 한층 더 어려움을 겪게 될 것이다. 이러한 어려움을 슬기롭게 극복하는 방안의 하나로 현들의 지혜를 소개해 보고자 한다.

염일방일(拈一放一), 하나를 얻으려면 하나를 놓아야 한다. 하나를 쥐고 또 하나를 쥐려고 한다면 그 두 개를 모두 잃게 된다는 말이다. 약 1000년 전에 중국 송나라 시절 사마광이라는 사람의 어릴 적 이야기다. 한 아이가 커다란 장독대에 빠져 허우적거리고 있었는데 어른들이 사다리 가져와라 요란법석을 떠는 동안 물독에 빠진 아이는 꼬로록 숨이 넘어갈 지경이었다. 그때 작은 꼬마 사마광이 옆에 있던 돌맹이를 주워들고 그 커다란 장독을 깨뜨려 버렸다. 치밀한 어른들의 생각으로는 단지 값, 물 값 책임소재 따지며 시간 낭비하다가 정작 사람의 생명을 잃게 하는 경우가 허다하다. 더 귀한 것을 얻으려면 덜 귀한 것은 버려야 한다.

유비에게 “제갈량”이 있었다면 칭기즈칸에게는 “야율초재”가 있었다.

칭기즈칸이 초원의 유목민에 불과한 몽골족을 이끌고 동서양을 아우르는 대제국을 건설할 수 있었던 것은 야율초재라는 걸출한 책사가 있었기 때문에 가능했다. 칭기즈칸은 나라를 다스리는 일이나 이민족과의 전쟁 등 중요한 일은 무엇이나 야율초재와 의논했다. 출신성분을 따지지 않고 오직 능력만 보고 인물을 썼던 칭기즈칸이 한낮 피정복인의 젊은 지식인에 불과했던 야율초재를 그토록 신임했던 이유는 천문. 지리. 수학. 의학. 역법. 유교. 불교. 도교 할 것 없이 당대 모든 학문을 두루 섭렵한 그의 탁월한 식견 때문이었다. 하늘과 땅과 인간, 그리고 세상만물의 이치를 꿰뚫어 보았던 야율초재!!

그가 남긴 名言(명언)이 하나 있다.

“與一利不若除一害(여일리불약제일해)
生一事不若滅一事(생일사불약멸일사),

하나의 이익을 얻는 것이 하나의 해를 제거함만 못하고
하나의 일을 만드는 것이 하나의 일을 없애는 것만 못하다.“

이를 대학의 구조조정에 응용하면 많은 도움이 될 것이라 생각한다.

스티브 잡스가 자신이 설립한 애플사에서 쫓겨났다가 애플이 망해갈 즈음 다시 복귀했다. 그가 복귀한 뒤 맨 처음 시도한 것은 새로운 제품을 생산하는 것이 아니라 불필요한 제품을 제거하는 일이었다. 수십 개에 달하던 애플 제품을 단 4가지 상품으로 압축했다. 이렇듯 불필요한 제품을 솎아내고 선택한 의사결정이 다 죽어가던 애플을 살려냈다. 그 후 쏟아져나온 애플 제품들 역시 하나같이 심플했다. 다른 회사들이 잡다한 기능을 덕지덕지 붙일 때 잡스는 불필요한 기능을 하나하나 제거해갔다. 그렇게 탄생한 제품이 아이팟, 아이폰, 아이패드다. 전자제품도 명품이 될 수 있음을 보여줬고 애플은 어느덧 시가총액 세계 1위 기업, 혁신의 아이콘이 됐다. 위대한 제품은 하나같이 불필요한 것을 제거한 결과물이다. “무엇을 채울까”를 생각하기에 앞서 “무엇을 비울까”를 생각하자.

역동적인 대학경영을 연출하기 위해 정작 돌로 깨 부숴야 할 것은 무엇인가? 많기도 하고 어렵기도 하다. 2018년 무술년도 4개월 남았고 세월은 유수와 같다. 대학 구조조정은 빠르면 빠를수록 좋다고 생각한다.

이를 위해서는 총장을 중심으로 대학구성원이 지혜를 모아 혼신의 노력과 열정으로 대학 구조조정의 첫걸음을 힘차게 내디뎌 역동적인 에너지를 창출해야 한다.

<한국대학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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