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지희 기자

[한국대학신문 이지희 기자] “여성 교수로 임용을 한정한 이유가 뭔가요?”

“여성 교수가 논문이나 연구 실적이 좋은 경우도 많지만 막상 남녀가 동시에 지원했을 때, 비슷한 조건이라면 인사위에서는 남성을 뽑습니다. ‘여성만’이란 전제조건이 없으면 여성을 뽑기 힘든 구조라는 얘깁니다.”

기자의 물음에 대학 교원 인사에 참여했던 한 남성 교수가 전한 고백이다.

최근 서울대의 잇따른 여성 교수 최초 임용 사례는 여러 가지 의미를 내포한다. 대학 내 유리천장이 깨질 수 있다는 신호탄으로도 보일 수 있는 반면, 아직까지 여성이 넘지 못한 문이 많다는 방증이기도 하다.

진리의 상아탑이라 일컬어지는 대학은 때론 그 어떤 기업이나 기관보다 보수적인 이면을 보여줄 때가 많다. 교수 임용 시스템이 바로 그런 사례다.

2017년 교육기본통계자료에 따르면 전국 대학 전임교원 중 여성의 비율은 약 22%다. 그나마 사립대는 25%로 평균을 넘지만 국공립대 여성 교원 비율은 14%로 평균에 한참 못 미친다. 학부의 여학생 비율이 절반에 가깝고, 박사학위 취득자가 36%를 웃돈다는 점에서 인재풀이 부족한 상황도 아니다.

주요 보직으로 갈수록 여성의 비율은 더욱 줄어든다. 국립대 보직교수 중 여성 교수는 10명 중 1명 정도, 여성 총장은 거의 전무하다. 여성 비율이 50%에 육박하고, 여성 고위직은 14% 수준이라는 공무원 사회와 비교해도 낮은 수치다.

남성에 비해 실력이 떨어질 것이란 선입견, 결혼과 출산 등으로 여성을 꺼리는 내부 분위기, 남성중심의 보수적인 문화 등 구조적인 문제가 여전히 단단한 유리천장으로 자리 잡고 있다는 의미로 읽힌다.

대학 내 여성의 증가는 학문의 다양성을 확보할 수 있도록 한다는 점에서 중요하다. 실제로 다양성이 학문의 시각을 넓히는 데 도움이 된다는 연구도 있다. 학문 후속세대의 롤모델 역할이나 보수적인 학내 문화를 유연화할 수 있다는 점도 대학에 다양한 구성원이 필요한 이유다.

취재에 응한 남녀 교수들은 서울대 사례가 여성의 유리천장을 깨는 시발점이 되길 바란다고 입을 모았다. 대학 보직이나 위원회에서의 여성 교수 비율 신장, 여성 교수 할당제 등 다양한 대안은 이미 나와있다. ‘최초’라는 상징적 의미에서 끝나지 않으려면 빠른 정책 실현이 요구된다. 변화는 대학의 손에 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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