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대학신문 이하은 기자] 1948년 대한신학교라는 이름으로 첫발을 내디딘 안양대가 개교 70주년을 맞았다. 부침도 있었지만, 성장을 거듭해 자율개선대학에 선정되는 등 안정기에 접어든 모습이다. 

유석성 안양대 총장은 이제는 안양대가 사회에 공헌하도록 적극적으로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그 핵심은 ‘사랑은 사회적 실천’이라는 정신에 녹아있다고 말한다. 

“기독교는 ‘박애’에 주목해야 한다. 박애는 기독교에서 말하는 ‘이웃사랑’이다. 이처럼 기독교적 사랑의 정신을 정의와 평화를 통해 구체화 할 수 있는 인물들을 키워야 한다. 사랑은 사회적 실천이기에, 기독교적 사랑은 정의와 평화로 만들어진다.” 

실제 유석성 총장의 이러한 철학은 대학 운영 곳곳에 나타나고 있다. 

- 안양대가 교육부의 대학 기본역량 진단평가에서 자율개선대학에 선정됐다.
“원인 없는 결과는 없다고 생각한다. 취임 이후 매주 지표 점검에 들어갔다. 점수를 받을 수 있는 부분을 찾아 장학금과 교육비 환원율을 높이기 위해 힘썼다. 더 이상 물러날 곳이 없다고 생각하고 최선을 다해 좋은 결실을 얻었다. 2010년부터 2016년까지 서울신학대 총장일 때 학교가 최고·최상의 평가를 받도록 이끌었다. 최고의 입학경쟁률과 최상의 대학평가를 받은 경험이 도움이 됐다.”

- 올해 안양대 개교 70주년을 맞았다. 안양대를 어떤 대학으로 만들고 싶나.
“안양대 초대 총장인 김영실 박사는 기독교 정신과 ‘한구석밝히기(照一隅) 정신’을 건학이념으로 삼았다. 한구석밝히기 정신이란 “자기에게 주어진 일에 최선을 다해 최고의 성과를 올리는 일이다. 묵묵히 자기의 한구석, 각자의 역할에 충실하자는 정신이다. 개개인의 ‘자기가 처한 자리’를 밝힐 때 사회와 국가가 발전하고 사람들이 행복해질 수 있다는 것이다. 이것의 본질은 협동정신, 함께하는 삶, 연대성에 있다. 이는 일인백보불여백인일보( 一人百步 不如 百人一步), 한 사람이 백 걸음을 가는 것보다 백 사람이 한 걸음씩 가는 것이 낫다는 말이다. 신앙의 바탕 위에 인격을, 인격의 바탕 위에 학문을 해 훌륭한 인재를 키우고자 한다. 바른 가치관, 분명한 교육목표를 세우고 잘 가르치는 대학을 만들겠다.” 

- 한구석밝히기 건학이념이 현재까지 잘 계승되고 있나. 
“한구석밝히기에서 나아가 한국 사회를 변화시키고, 나아가 세계를 변화시키는 인물을 키워야 한다고 생각한다. 안양대는 훌륭한 인물을 키우는 세계의 중심이고자 한다. 이는 조일우(照一隅) 정신이 있었기에 자연스럽게 이해할 수 있었다. 지난 6년간 매월 1회씩 150차례 인문학강좌를 개최하는 등 전국적으로 장안의 화제가 되기도 했다. 정운찬ㆍ이수성 전 국무총리, 이어령 전 문화부 장관 등 각계 명사들을 초청해 인문학 강좌를 진행하면서 학교가 전국적으로 알려지는 계기가 됐다. 대학사회와 기독교에 ‘인문학의 중요성’을 불러일으키는 역할을 했다고 본다. 안양대도 서울신학대 못지않게 도약시키도록 노력할 것이다.” 

- 인문학의 가치에 대해 설명해달라.
“인문학은 인간다운 삶을 영위하기 위한 기본이 되는 학문이다. 우선, 인문학은 흔히 문(文), 사(史), 철(哲)을 말한다. 문학은 창조적 상상력을 키워주며, 경험의 보고인 역사는 올바른 판단력을 길러주고, 철학은 사유(思惟)할 수 있는 합리적 사고를 할 수 있게 만든다. 둘째, 인문학은 모든 학문의 기초가 된다. 인문학적 토대 없이 사회과학이나 자연과학의 개념 하나도 제대로 만들어낼 수가 없는 것이다. 오늘날 과학문명의 발전은 모두 인문학적 상상력의 산물이다. 인문학의 한 분야인 문학의 기능이 창조적 상상력을 키워주는 것이다. 마지막으로 인문학적 교양과 지식은 지도자의 필수요건이다. 우리가 살아가는 데 정치, 경제, 문화, 사회 각 분야에서 품위 있고, 교양 있고, 성공적인 삶을 살기 위해서는 인문학적 지식과 교양이 필요하다. 외국 정상들, 폰 바이츠제커, 독일 수상 슈미트, 클린턴 등의 교양 있는 태도와 품위 있는 말은 인문학적 지식과 교양에서 나온 것이다. 인문학적 정신은 앎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실천에 있다. ‘후마니타스’라는 말을 만든 키케로가 강조한 것처럼 인문학의 정신은 지행합일의 정신이라고 봐야 한다.” 

- 4차 산업혁명 등 급변하는 사회에 대비하기 위해 대학들이 경쟁력 강화에 나서고 있다. 안양대는 어떠한가.
“이럴 때일수록 필요한 것이 교육이다. 인공지능도 다 사람이 하는 것이다. 인성을 갖춘 인재를 키우는 것이 학의 가치다. 교육이란 사람다운 사람을 기르는 것이다. 옛날 우리나라에서는 ‘수기치인(修己治人)’을 강조했다. 자신의 몸을 갈고닦아 다른 사람을 다스리라, 곧 섬기라는 것이다. 거기에 신앙을 더해 신앙의 바탕 위에 인격을, 인격의 바탕 위에 학문을 가르치려고 한다.”

- 시대에 맞는 인재양성을 위한 교육 혁신 방안을 설명해달라. 
“안양대는 4차 산업시대형 新교육 패러다임으로 ‘라이프 디자인(Life DESIGN)’ 모형을 만들었다. 4차 산업혁명 시대의 핵심역량은 창의력, 협업능력, 융합능력, 데이터기반 문제해결능력이다. 이제 대학교육도 기존의 분업적, 전문적, 획일적인 교육 방식에서 4차 산업혁명 시대에 필요한 인재를 배출할 수 있도록 교육혁신을 이뤄내야 하는 것이 현재 사회적국가적 과제다. 대학교육 패러다임 변화의 핵심은 대학마다 교육목표와 방향에 대한 정체성을 확립하고 대학별ㆍ학과별로 차별화된 인재를 배출해야 한다는 것이다. 또 개인의 역량과 특성을 고려한 개인 맞춤형 교육이어야 한다. 안양대의 ‘Life DESIGN’ 모형으로 학생들이 4년간의 대학교육 과정을 통해 스스로 자신의 삶을 설계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추도록 돕고자 한다.”

- 재정적 뒷받침 없이 쉽지 않을 것 같다.
“안양대는 자율개선대학 선정뿐 아니라 2017년 ‘대학자율역량강화(ACE+)지원사업’에도 선정됐다. 잘 가르치는 대학 육성을 목표로 선정하는 사업에 4년간 총 80억원을 지원받아 교육과정 운영 및 규육 시스템 개선에 사용한다. 이를 통해 ‘Life DESIGN’ 모형도 구축할 수 있게 됐다. 안양대는 ACE+사업 이외에도 △고교교육기여대학 지원사업 △청년두드림 사업 △대학창업플러스 지원사업 등 다수의 재정지원 사업에 선정됐다.”

- 이번 개각으로 유은혜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신임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으로 내정됐다. 앞으로의 교육정책은 어떤 방향으로 가야 하는가. 
“오늘날 대학은 3대 위기에 처했다. △학령인구 감소 △등록금 동결로 인한 재정악화 △각종 평가제도가 그렇다. 지난번과 같은 줄 세우기식의 평가제도로는 대학의 자율성을 침해할 뿐이다. 학교 본래의 역할인 시대적 인물을 키우는 데 필요한 여건을 효율적으로 마련하기 힘들다. 대학이 5~10년 장기적으로 계획을 세워야 하는데 꿈을 갖지 못하는 것이다. 이를 위해 교육ㆍ학생 정원ㆍ등록금의 자율성이 필요하다. 근원으로 돌아가는 것이 중요하다. 대학의 기능과 역할을 생각해볼 때다. 오늘의 대학의 모습은 내일의 한국사회 모습이고, 세계의 모습이다. 긴 안목에서 대학의 시대적 역할을 고려하면서 고등교육정책을 잘 세워야 한다고 생각한다.”

■ 유석성 총장은…
서울신학대와 한신대에서 차례로 학사·석사 학위를 받고, 독일 튀빙겐대에서 박사학위를 받았다. △한국신학대학총장협의회 △한국기독교학회 △전국신학대학협의회 등에서 회장을 역임했다. 2010년부터 2016년까지 서울신학대 총장직을 맡았으며, 2017년 8월 안양대 제9대 총장으로 취임했다. 

<대담 = 이인원 본지회장 / 사진 = 한명섭 부국장 겸 사진부장 / 정리 = 이하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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