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승후 전국진학지도협의회 정책국장·대학별고사 연구팀장

자기소개서는 수험생과 대학의 평가자들이 만나는 첫 접점이다. 대입을 위해 수험생이 자신을 소개하고 대학의 평가자들은 선발을 위해 소개서를 확인하는 과정을 거치기 때문에 대입의 첫 관문으로 볼 수 있다.

■ 공통문항 1번, 너의 학업역량을 보여줘 = 자소서 공통문항 1번은 ‘고등학교 재학기간 중 학업에 기울인 노력과 학습 경험을 통해, 배우고 느낀 점을 중심으로 기술해 주시기 바랍니다’라는 내용을 띄어쓰기 포함 1000자 이내로 작성하는 문항이다. 문항을 나눠 분석해보면, ‘고등학교 재학기간 중’은 고등학교 이전의 기록은 학생부에 없으므로 의미 있게 읽지 않는다는 뜻이다. ‘학업에 기울인 노력과 학습 경험’은 교과 성적보다 큰 개념인 학업을 의미하므로 자신이 주도적으로 몰입한 활동을 기술하면 된다. ‘배우고 느낀 점’은 활동위주의 나열형 글쓰기가 아닌 배운 점, 느낀 점 그리고 달라진 점을 기술하라는 뜻이다. ‘1000자 이내’라는 제한 조건을 지키려면 한 문장을 80자 이내로 짧게 써야 한다. 그렇다고 모든 문장을 짧게 쓰라는 것은 아니다.

평가자 위주의 글쓰기는 단문이 기본이다. 하지만 단문은 유려한 멋과 깊이가 떨어진다. 단문(80자 이내)과 장문(80~120자)을 섞어 쓰는 게 좋다. 7 대 3이나 8 대 2 정도로 어우러져 리듬감 있는 글이 바람직하다.

1번 문항은 지원자가 지적 호기심을 가지고 몰입해 자기주도적으로 학업역량을 발전시킨 사례를 묻는 문항이다. 예를 들어 생명과학 시간에 했던 DNA 관련 내용이 재미있어 책을 찾아봤다든지, 그것과 관련해 실험설계를 제안해 진행했다든지 등 관심 분야의 계기와 그 관심을 어떤 방법과 노력으로 발산했는지, 그래서 지금 관심이 어느 단계에까지 와있는지 등이 있으면 좋다. 즉, 지적 호기심을 가지고 자기주도적으로 지식을 습득하고 학업역량을 발전시킨 우수한 사례인 것이다.

그런데 많은 학생이 ‘내신에서 좋은 점수를 얻기 위해 어떻게 공부했는지’를 쓴다. 고등학교 때 특별히 한 게 없다는 뜻이다. 2년 반 동안 ‘호기심’이라는 걸 가져본 학생이 많지 않은 것 같다. 몇 등을 했는지, 점수가 얼마나 올랐는지는 학생부에 다 나와있다. 따라서 내신 성적을 올린 과정과 공부법(학습법)에 그치기보다는 희망 학과와의 연계성을 밝히면 좋다. ‘학업에 기울인 노력과 학습 경험’을 쓰라고 했기 때문에 교과 수업이 아니더라도 본인이 호기심을 가지고 몰입한 활동이라면 얼마든지 훌륭한 소재가 된다. TV, 유튜브, 신문, 잡지 등 매체를 활용한 간접 경험도 지속적 관심과 노력을 기울였다면 1번의 글감으로 사용해보자.

■ 공통문항 2번, 너의 전공적합성을 보여줘 = 자소서 공통문항 2번을 나눠 분석해보면 ‘고등학교 재학기간 중’은 고등학교 이전의 기록은 학생부에 없으므로 의미 있게 읽지 않는다는 뜻이다. ‘교내 활동(3개 이내)’은 일반적으로 교내 활동 2~3개를 쓰지만, 요즘은 1개를 쓰는 학생도 심심치 않게 발견된다. ‘배우고 느낀 점’은 활동의 기록은 학생부에 나오므로 배우고 느낀 점 그리고 달라진 점을 중심으로 기술하라는 뜻이다. 활동위주의 나열형 글쓰기는 자소서 글쓰기의 천적임을 꼭 명심하자. ‘교외 활동 중 학교장의 허락을 받고 참여한 활동’이 아니면 기록해도 의미 있게 읽지 않는다는 뜻이다. ‘1500자 이내’ 제한 조건 안에서 대부분의 학생들은 2~3개 교내 활동을 쓰기 때문에 1500자가 아니다. 1000자 이내로 단락을 나눌 수밖에 없다. 예를 들어 2개의 교내 활동을 쓴다면, 1순위 활동은 800~1000자, 2순위 활동은 500~700자로 개요를 잡을 수 있다.

특히 모집단위와 가장 연관성이 높은 문항으로 전공적합성이 가장 중요하다. 1번 문항의 학업역량과 관련된 내용을 구체적으로 풀어주는 것도 좋다. 사실 전공적합성을 드러내다 보면 학업역량이 자연스럽게 나타나기 마련이다. 공통문항 1, 2번은 넓게 보면 지원자의 학업역량을 기술하는 항목이라고 봐도 무방하다.

2번 문항 역시 학생들이 동기와 활동을 장황하게 쓰는 경향이 있다. 활동의 단순 나열이 아닌 활동을 통해 배운 점, 느낀 점, 바뀐 점을 중심으로 기재해야 한다. 하지만 학생들은 자신이 한 활동만 열거하고 정작 문항에서 요구하는 것에 대해서는 쓰지 못한다. 너무 욕심내서 참여한 활동들을 자소서 안에 모두 담으려 하지 말고, 자신이 배우고 느낀 점들을 풍부하게 쓰는 편이 좋다.

교내 활동은 시간순의 단순 나열이 아닌 강점이 있는 순서로 구체적인 사례와 에피소드 위주로 작성하는 것이 좋다. 특히, 활동 안에서의 자기주도성과 역할이 중요하다. 본인의 의지가 반영된 활동으로 꾸준히 지속적으로 한 활동이면 더 좋다.

■ 공통문항 3번, 너의 사회성을 보여줘 = 자소서 공통문항 3번을 나눠 분석해보면, ‘학교 생활 중’은 교내활동만 가능하다는 뜻이다. ‘배려, 나눔, 협력, 갈등관리’는 4개 다 써도 되지만, 한 개나 두 개를 묶어서 쓰는 것이 좋다. ‘실천한 사례’는 본인의 역할과 역량을 드러내라는 뜻이다. ‘배우고 느낀 점’은 활동의 기록은 학생부에 나오므로 배우고 느낀 점 그리고 달라진 점을 중심으로 기술하라는 뜻이다. ‘1000자 이내’는 80자 이내로 짧게 써도 12~13문장밖에 나오지 않으므로 핵심으로 바로 들어가라는 뜻이다.

3번 문항은 지원자의 인성과 공동체의식을 평가하는 문항이다. 본인이 고교 생활 중 공동체 안에서 어떤 역할을 하고 배려, 나눔, 협력, 성실성, 리더십 등을 어떻게 발휘했는지 보여주는 문항이다. 4가지 영역을 나열해도 상관없고 가장 돋보이는 것 1~2가지만 써도 된다. 나눔과 배려, 협력과 갈등관리를 묶어 작성하면 쉽게 접근이 가능하다. 1000자라는 제한 조건 때문에 두 가지 사례보다는 한 가지 사례에 역할과 역량이 드러나도록 구체적으로 서술해야 한다.

봉사활동은 진정성, 지속성, 자발성이 중요한 만큼 일회성 봉사활동은 안 쓰는 것이 좋다. 봉사활동은 도움을 준 사례보다는 도움을 준 과정에서 자신이 어떻게 변화하고 성장했는지가 더 중요하다. 예를 들어 인근 초등학교에 재능기부 봉사활동을 했다면 그 후로도 봉사활동을 계속했고, 교내에 관련 동아리를 만들어 재능기부활동을 더욱 확장하는 식이다.

공통문항 3번에는 혼자서는 경험할 수 없는 사회적인 경험, 대인관계 경험을 쓰면 된다. 지원자의 인성, 사회성을 평가하는 영역이고 소재도 한계가 있어 크게 변별이 되지는 않는다. 이 문항은 본인만이 선한 해결사이고 경청하는 소통능력을 강조하는 내용이 대부분이다. 그런데 지원자는 갈등을 유발하는 당사자지만 문제 상황을 팔로어십, 합리적인 설득, 공감, 협업, 역할분담으로 극복했다고 썼다면 눈에 띄고 신선함을 준다.

예를 들어 ‘우리 반이 합창대회에서 1등을 해서 참 기뻤습니다’라고 하는 것에는 지원자의 역할이나 기여가 없기 때문에 지원자의 인성을 평가하기 어렵다. 따라서 우리 반이 합창대회에 나가는데 곡을 선정하는 과정, 본인의 파트, 그것을 위한 본인의 노력, 결국 1등을 하는데 기여점, 1등을 성취하고 느낀 점 등이 기술되면 지원자의 인성을 잘 드러낼 수 있다. ‘나는 착하다’식의 스토리텔링이 아닌 ‘함께했기 때문에 성장했다’는 사회성이 강조되는 스토리텔링이 핵심이다. 함께할 때 돋보이는 학생에게 평가자는 매력을 느낀다.

■ 자율문항 4번, 너의 비전을 보여줘 = 자소서 자율문항 4번은 ‘지원동기, 전공과 관련된 노력, 입학 후 학업계획, 졸업 후 진로계획, 독서(서울대)’ 등을 1000자 또는 1500자 이내로 작성하는 문항이다. 이 다섯 가지 내용은 모두 면접과도 밀접하게 관련 있는 문항이어서 매우 중요하다. 자소서 1, 2, 3번 문항은 공통이지만 4번 자율문항은 대학마다 다를 수 있기 때문에 작성을 서둘러야 한다.

평가자는 4번 문항에서 지원자의 학업역량, 전공적합성, 발전가능성, 자기주도성을 두루 살펴보고 있으며, 대학과 모집단위에 대한 충성도도 중요하게 확인하고 있다. 대학의 니즈(Needs)가 가장 잘 반영된 항목으로 볼 수 있다. 진로가 변경됐다면 4번에 기술하는 것이 무난하다. 평가자는 진로 희망이 변경되는 것은 충분히 이해한다. 하지만 최종적으로 지원한 전공을 왜 선택했는지, 자신이 어떤 의미에서 해당 전공에 적합한 인재인지, 앞으로 자신이 가려 하는 진로에 해당 전공이 어떤 영향을 미칠 것으로 기대하는지를 알고 싶어한다. 만약 진로 희망이 변경돼 자신의 활동 경험과 지원 전공이 일치하지 않는다면 ‘왜 이 전공을 선택했는지’ 평가자가 충분히 이해할 수 있을 만큼 구체적으로 기술해야 한다.

지원동기는 대학과 모집단위를 선택한 이유가 구체적으로 드러나도록 작성해야 한다. 특히 전공분야에 대한 학업역량과 포부가 드러나야 한다. 개요를 잡을 때 학업계획과 진로계획보다 지원동기를 더 강조해서 써야 하고 분량도 많아야 한다. 학업계획 및 진로계획을 세울 때는 먼저 대학에 입학한 후 무슨 공부를 하고 싶은지, 진로를 실현하기 위해 대학에서 어떻게 준비할 것인지에 대한 큰 그림을 그려보는 것이 좋다. 그 후 복수전공, 연계전공, 전공세부영역, 취득 가능 자격증, 대학원 과정, 졸업 후 진로, 취업 등의 정보를 학과 누리집에서 찾아본다. 학업계획을 세울 때는 단순한 학년별 교육과정을 나열하거나 대학생으로 해보고 싶은 일을 언급하기보다는 대학 입학 후 정말 해보고 싶었던 관심 분야 공부 계획을 짜야 한다. 졸업 후 진로계획은 지나치게 과장되거나 막연한 포부가 아닌 학업계획의 연장선상에 있어야 하며 장기적인 비전을 보여줘야 한다.

<한국대학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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