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형민 수성대학교 경영부총장

최근 일본에서는 전문직대학교라는 것을 제도화했다. 미래 환경변화에 요구되는 실무역량과 창의성을 가진 전문직업인 양성을 위한 고등직업교육기관이다. 우리나라로 치면 고등직업교육을 담당하는 대학에 해당된다고 하겠다. 주로 전문직업교육을 담당해오던 단기대학 등을 하나의 단위로 해 학문연구 중심에 대응하는 직업교육대학을 만든 것이다. 물론 일반대학들의 반대가 심했다. 그렇지만 일본 문부성은 의지를 가지고 관철시켰다.

우리나라는 어느 누구도 이런 문제가 오래됐는데도 해결할 생각을 하지 않고 있다. 최근 평생직업교육 마스터플랜에도 처음에는 설계돼 있었지만 심한 반대가 예상돼서인지 중간에 빼버렸다. 고등직업교육 발전을 위해서는 AP(Applied Professional College, 고등기술대학교)제도가 수립돼야 한다는 주장이 드세지자 막판에 마지못해 문구만 살려뒀다고 할 것이다. 다행스럽게도 이번 평생직업교육 마스터플랜에 이 문제의 논의를 위한 단초가 제공됐으니 학회, 협회, 대학들이 나설 것을 촉구한다.

이미 오래전부터 고등직업교육체제가 재편돼야 한다는 주장들이 있어왔다. 박근혜 정부 출범 때부터 고등교육개혁파들이 고등직업교육의 질적 향상과 국제경쟁력 강화를 위해 전문대학을 중심으로 고등직업교육기관을 통합해야 한다고 했다. 그리고 문재인 정부 출범 직전 한국고등직업교육혁신운동본부에서도 우리나라의 고등교육을 학문연구 중심대학 그룹과 직업교육 중심대학 그룹으로 투 트랙화 해야 한다는 주장을 펼쳐왔지만 수용되진 않았다.

우리나라 직업교육 질 제고에 가장 큰 장애요인은 직업교육 경시풍조 및 학력 학벌중심주의다. 직업교육이 일반교육에 비해 저급이라는 인식이 고착화돼 있다. 따라서 직업교육기관이 일반교육기관과 대등한 위상을 갖도록 해줘야 하고 낙오자들이 선택하는 것이 아니라 적성과 소질에 따라 소신껏 선택하는 교육기관이라는 비전을 제시할 필요가 있다. 이런 걸 감안한 제도적 혁신이 이뤄져야 성공할 수 있다.

이런 고등직업교육기관이 조정 통합되지 않고서는 국가사회에 낭비 요인이 너무 많다. 형식으로는 학문중심대학이니 훈련기관이니 하면서도 고등직업교육 성격을 띠고 있는 일반대학과 폴리텍대학은 전환심사를 거쳐 고등직업교육기관으로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다. 고등직업교육이 현재와 같이 3중 구조를 가지고 있어서는 불협화음만 많고 발전이 없다.

그런데 이것이 학벌중심주의와 국가재정지원시스템으로 인해 원심력적 작용을 일으킴으로써 한계와 모순이 갈수록 심각해지고 있다. 제대로만 된다면 연구, 교육, 훈련이 일반대와 전문대, 폴리텍대로 삼각편대처럼 되기도 하고 삼지창이 돼 국가경쟁력을 견인할 것인데 영역과 기능을 자기들 유리한 대로 하고 있으니 파열음이 곳곳에서 일어날 수밖에 없다.

일반대학은 고급기술 및 경영관리분야 이외 전문대학생들이 주로 취업하는 중견기술 및 서비스분야로까지 학과를 만들어 무차별적으로 점령하고 있다. 폴리텍대학은 고생산기능을 주로 담당하는 인력양성을 염두에 둔 훈련기관으로 본래 그 목적에 충실해야 한다. 최근 ICT폴리텍대학이 원래 교명인 한국정보통신대학에서 기능을 빼고 한국정보통신대학으로 또 교명을 변경하려는 것도 그 저의를 두고 시끄러운 것과 맥락을 같이한다.

그런데도 이미 전문대학이 우리나라 고등직업교육의 중추라는 것은 취업률 및 유턴대학생현상 등을 통해 입증됐다. 그렇다면 고등직업교육을 현실화·체계화시키기 위해 실무역량과 환경변화에 적응력이 뛰어난 전문대학을 중심으로 체계를 강화하는 것이 답이다. 국가가 고등직업교육기관을 이런 식으로 펼쳐 놓아서는 그 본래의 목적을 달성할 수 없다.

<한국대학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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