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이종 서울대 중앙도서관장(서울대 사회학 교수)

거점국립대 도서관장들이 7월 26일 긴급한 모임을 가졌다. 지난해 글로벌 전자저널출판사인 엘스비어사와의 Science Direct 전자저널 구독협상에서 거의 성과를 내지 못하고 4.5% 인상률과 거의 변함없는 구독조건을 수용할 수밖에 없는 뼈아픈 기억과 더불어, 이제 다가오는 Wiley사와의 협상에서는 대학도서관장들이 나설 수 밖에 없는 절박감이 자리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서울대의 경우 Science Direct 구독비만 2017년 21억원을 넘고 있고 Wiley도 12억원을 넘고 있으며, 매년 인상률 및 환차손까지 겹쳐서 빚을 지고 있을 정도로 도서관 예산의 최대 압박요인이 되고 있다.

지금의 연구현장은 치열한 국제경쟁 속에서 21세기의 전쟁터다. 실험실, 연구실에서 더 많은 연구자들은 더 긴밀히 협력해서 조금이라도 더 빨리 새로운 아이디어를 제안하고 제품화하고자 촌음을 아끼고 있기 때문이다. 승패의 관건은 정보전에 있다. 이 때문에 주요 국제저널뿐만 아니라 날로 다양해지는 국제저널을 신속하고 편리하게 제공하는 것이 그만큼 중요하다.

하지만 현재 대학예산은 물론이고 자료구입비는 동결되거나 오히려 줄어들고 있는 현실이다. 이러한 현실에서 대학재정 확충이 무엇보다 중요하지만, 못지않게 자료구입비의 65.4%를 차지하는 전자저널 구독 협상이야말로 정부나 대학, 공공연구소 모두의 사활을 건 승부가 돼야 한다. 2017년 대학도서관에서 구독하는 전자저널 구독비만 1627억원에 이르며 공공연구기관에서 구입하는 전자저널을 합하면 2000억원에 이를 것으로 보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나라 협상체계는 국제적 수준에서 한참 부족하다. 이유는 컨소시엄협상팀이 여전히 2~3개월 전에 급조된 실무사서들로 구성되고 있고 또 아무런 전문적인 협상전문가의 도움도 체계적인 정보체계의 지원도 없이 협상에 임하고 있기 때문이다. 협상팀은 협상결렬시 구독중지를 포함한 비상대책 매뉴얼이나 실질적인 비상대책을 총괄할 비상대책위원회도 없어 글로벌 출판업체들의 지연전술에 밀려 소기의 성과를 얻지 못하고 있다.

이제 거점대학도서관장은 먼저 컨소시엄협상팀 강화와 더불어 협상결렬 시 구독중지를 포함한 실질적인 비상대책 매뉴얼을 수립하고, 비상대책을 총괄한 비상대책위원회에 적극 참여해 협상팀의 협상력을 높이고자 한다. 또 컨소시엄협상에서 합의된 협상틀 속에서도 각 대학에 맞는 소소한 디테일 협상에 대해서도 철저히 준비하고자 한다.

대학도서관의 자구노력뿐만 아니라 더욱더 중요한 것은 정부의 협력과 지원 부족이다. 우리나라 전자저널 컨소시엄협상체계는 정부간 이견으로 이원화를 면치 못하고 있다. 교육부와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즉 KERIS와 KISTI로 이원화된 협상체계는 2016년 한국대학교육협의회와 한국대학도서관협회 공동으로 대교협 전자정보 컨소시엄(KCUE)협상팀 발족 이후에도 여전히 지속돼 KERIS 주도의 국가라이선스협상팀과 분리 운영되고 있다. 심지어는 KERIS와 KISTI의 주도권 쟁탈전 속에서 체계적인 지원조차 가동되지 못하고 있다. 오스트리아는 2025년까지 100% 오픈접속(OA)으로 전환하겠다고 선언하는 등 선진국에서는 이미 협상체계의 선진화뿐만 아니라 국가적 로드맵을 가시화하고 있다. 우리도 하루빨리 협상체계의 선진화와 더불어 부처 간 협력을 기반으로 국가적 로드맵을 계획해야 한다.

21세기 최전선에 고투하는 연구자들에게 더 편리하게 그리고 더 적절한 비용으로 학술정보를 제공하는 것은 대학도서관뿐만 아니라 정부, 대학, 연구기관 모두의 과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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